노사갈등에 법은 필요악
노사갈등에 법은 필요악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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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동계 ‘첫’ 판결 5
[사건] 2016 의미 있는 판결

양극단으로 치닫던 노사관계의 종착역은 법정이었다. 노사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번 내려진 판결은 계속 그 의미를 이어간다. 이후 유사한 노사갈등에서 법리 다툼의 근거, 즉 선례로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판례는 특정 사안의 노사갈등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가늠하게 하고, 노사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으로도 활용된다.

법률 전문가와 노동계 정책팀 등이 꾸준히 관련한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쏟는 이유다. 지난 한 해 동안 법원이 과거와 다른 판결을 내놓아 언론에 ‘첫 판결’로 보도된 5개 판결의 의미를 짚어 보자. 판결은 법원의 선고가 나온 당시 언론보도의 빈도를 기준으로 꼽았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박현국 대표(노무법인 유앤), 이상혁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무사, 김상은 변호사(새날 법률사무소) 등 총 4명의 전문가들로부터 각 판결의 시사점을 들어봤다. 

원청업체, 파견노동자 부당차별 책임 무겁다

(서울행정법원 2016. 11. 18. 선고 2015구합70416)

서울행정법원은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원청업체 모베이스와 위드인 등 파견업체 2곳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파견노동자의 부당한 차별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했다. 법원은 “파견노동자에게 정규직 근로자보다 상여금을 적게 지급해 발생한 손해액의 2배를 지급하도록 한 중노위의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청업체가 파견업체 등과 연대해 파견노동자에게 2,53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파견노동자를 부당하게 처우한 것에 대해 원청업체의 책임을 분명히 하며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앞선 중노위의 판결은 지난 2014년 도입된 ‘배액 금전배상 명령제도’에 근거했다. 이 제도는 징벌적 배상제도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고의적이고 반복적일 때 사업주의 책임을 손해액의 3배까지 인정한다.

판결 의미

권두섭 : 파견은 차별시정의무가 있는 주체가 사용사업주(원청사업주)와 파견사업주로 돼 있다. 둘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 등 노동조건의 실질적인 결정권이 사용사업주에게 있으니, 차별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사용사업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파견,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문제 해결은 이처럼 원청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임금, 고용 등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국회의 조속한 입법이 요청된다.

박현국 : 파견근로자 근로관계는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에 체결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차별 처우 금지의 1차적 적용대상자는 파견사업주가 된다. 그러나 사용 사업주와 파견 사업주 간에 차별적 처우를 바탕으로 계약이 진행되면 파견 사업주도 어쩔 수 없이 차별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사용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시정 등)’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용사업주에게는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판례는 사용사업주에게도 시정명령이 내려진 첫 판결이라 의미가 크다.

이상혁 : 기존의 판례로 금호타이어 사건에서 파견법상의 차별시정 책임을 파견업체에 부여한 것이 있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해당 판례는 원청업체 책임을 정면에서 받아들인 것으로서 기존 판례법리에서 진일보한 판시로 매우 유의미하다.

대법원, 기간제 노동자 전환기대권 첫 인정

(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대법원 3부는 ‘함께일하는재단(이하 재단)’이 소속 기간제 A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항소심 판정을 정당하다고 봤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은 지난 2012년 10월 A씨의 2년 근로계약이 만료될 쯤 정규직 전환을 위한 인사평가를 실시한 뒤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재단은 중노위의 판결에 불복해 2013년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재단이, 항소심은 중노위가 승소해 대법원까지 갔다. 이전에 기간제 노동자들의 또다른 기간제 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판결은 있었으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 의미

권두섭 : 기간제법은 원래 2년까지 자유롭게 기간제를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2년 이상 지속될 업무라면 2년이 되는 시점부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취지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기간제법 시행 후에는 2년 이내 사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므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왔는데, 이 부분을 바로 잡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기대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권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다. 기대권을 생기지 않게 할 사용자 측의 의식적인 행위로 해당 판결의 취지를 잠탈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도 판례에만 의존할 문제가 아니다. 판례취지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는 갱신거절을 못하도록 입법을 하든지, 사유제한방식의 기간제 제한입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현국 :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고, 평가결과에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두고 있는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다. 따라서 사업장에서는 정말 임시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닌 정규직 전환을 예정하는 제도로 운영한다면, 함부로 계약해지를 할 수 없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과거에도 인정됐다. 이번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된 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종전처럼 인정되는가에 대한 관심이 컸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 판결이다. 나아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 요구권이 당연히 부여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보통 갱신기대권은 여러 차례 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경우에 인정된다. 또 해당 판례는 2년간 계약 후 계약해지 한 경우에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경우로써 갱신기대권이 매우 엄격히 적용돼 의미가 있다.

이상혁 :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판례에 대해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갱신기대권은 과거 판례로 인정돼 왔는데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지 실무상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 등을 근거로 법 시행 이후 맺은 기간제 근로계약도 ‘기간제법의 규정들에 따라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판결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서울고등법원 판례는 기간제법 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에 관해서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려서 실무에 혼선을 빚어 왔다. 이 판례법리는 그 동안의 실무상의 혼선을 정리한 판례로 매우 의미가 깊다.

삼성 난소암 노동자 산재 최초 인정

(서울행법 2016. 1. 28. 선고 2013구합53677 판결)

삼성 반도체 사업부에서 약 6년 2개월 동안 근무하다가 건강 이상으로 퇴사한 B씨가 다음해 좌측 난소의 악성 종양 진단을 받아 결국 사망했다. B씨의 아버지는 자식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부지급 처분을 한 사안을 다룬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난소암, 특히 B씨에게 발병한 점액성 난소암은 발병률이 낮고 발병원인 등이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라며 “발병률이 높거나 의학적으로 발병원인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진 질병에 비하여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의 정도가 완화되는 점’ 등에 비추어 봐야한다”고 말했다. B씨게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질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B씨는 작업장 금선 연결 공정에서 근무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또 상당한 기간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됐는데 이러한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난소 종양이 발병하고 이후 재발, 악화되면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하였다고 보인다는 추정이다. B씨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판결 의미

박현국 : 업무와 질병 간에 인과관계가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질병의 경우도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가 완화되므로, 과로와 스트레스의 요인, 기타 직업상의 유해요인 등이 있다고 판단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다. 앞으로도 반도체 공장에서 점액성 난소암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지 모르겠으나,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장에서의 업무상 질병 인정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혁 : 기존에 업무상 질병에 관한 법원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백혈병, 암 등에 관해서는 인과관계 입증의 문제 때문에 업무상 질병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직업병으로서 ‘난소암’ 발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다. 법원이 백혈병, 암 등의 질병군에 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사례로 판단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난소암의 경우 위암, 대장암, 폐암 등 일반인 대다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이 아니어서 오히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점도 있다. 즉 흔한 암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병으로서의 인과관계 인정이 그만큼 쉬었던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로써 업무상 질병 인정에 있어서 법원의 가장 기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인과관계) 입증의 문제를 여전히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다.

노조무력화 목적, 사측주도 복수노조설립은 '무효'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4. 14. 선고 2013가합36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유성기업과 기업 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존 노조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사측이 주도해 만든 복수노조는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설립 자체가 회사가 계획해 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회사의 계획 아래 수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설립과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여건인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 의미

박현국 : 창조컨설팅과 관련해 문제가 된 사업장에서 기존의 금속노조 이외에 새롭게 설립된 노조에 대해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인정한 판례다. 회사가 주도하거나 지원해 설립된 노동조합들이 적지 않지만, 노조 요건을 부인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워낙 문제가 됐던 사례여서 부정 판결이 난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 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쪽의 힘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현실 문제와 너무 동떨어진 주장도 상황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해당 판결이 노사관계가 변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상혁 : 위 판례는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독자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노동조합의 설립 자체가 무효임을 확인한 첫 판례다.

김상은 : 노동법 노동조합이 설립 시 중요한 것이 ‘자주성’이다. 해당 판결은 실체적 요건으로서 자주성이 없는 권리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이다. 2010년 7월 이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사용자가 주도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판결의 사례처럼 사측이 노조를 무용화하려는 목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 4호’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노조 설립자체를 무효라고 본 경우는 없었다. 우선 개정된 법에 따라 비교적 최근에 관찰된 현상이라 관련 법적 다툼 자체가 많지 않았고, 사측이 주도적으로 노조를 운영한 증거확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사측 관리자의 이메일이나 노조파괴 전략을 자문했던 노무법인을 압수수색해 증거가 되는 핵심 문건을 확보했던 것이 주효했다. 처음 노조설립을 신고하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걸러야 한다. 노동부 등이 나서 사측의 개입이 명백한 경우, 설립신고 자체를 반려하는 등 기존 시스템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노사는 협력을 전제로 하는 관계다. 노사가 갈등 해소를 법 판단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VS ‘지양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법(소송)은 필요악인가?

권두섭 :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노조활동 할 권리가 아예 보장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동자도 파업권 등에 제약이 많다. 노조의 교섭력이 약하니 사용자측은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압박을 받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법원으로 노동문제를 끌고 가는 것이다. 고소고발, 가처분 제기, 손해배상청구 등 노조를 교섭 파트너가 아니라 제압하거나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본다. 파업권 등 사용자를 교섭의 자리로 이끌어낼 수단이 봉쇄된 상태이다 보니 일부 사안에 대해 노조도 갈등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게 된다.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거기서 노사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 노조를 무력화하는 선수로 같이 뛰면서 사용자의 불법에는 눈감는다.

김상은 : 노사갈등은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현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서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법원에 수십억 원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산업현장에서의 노사 교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사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이상혁 : 노사 간의 갈등을 무조건 법원으로 가져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독일 등과 같이 노동법원이 설립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 전문 판사가 턱 없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판사들은 노동법 특유의 법리와 노동현장의 상황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의 법리적 판단은 사회법으로서의 노동법적 관점이 아닌 시민법(사용자와 노동자의 형식적 평등을 전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히려 법정보다는 노사관계 전문가와 노동현장의 실무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중재 또는 조정절차에 의하여 해결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박현국 :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노사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정부 또한 노사관계 정책을 펼 때 이를 위해 일정한 기반을 조성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노사관계정책은 노사의 자율적인 협상을 바탕에 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요구를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관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사회협의시스템을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다. 그러나 힘의 대결을 바탕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민간 노사관계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문제해결의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무리한 입장을 고수해 갈등이 심화될 때는 제3기관에 의한 조정이나 심판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자율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어느 한쪽을 승자로 만들지 않고, 조직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게 해준다. 통상임금 분쟁의 경우에도 판결결과는 한쪽에게 이기고 지는 결과를 낳지만 자율적 합의는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게 해 주는 것이 한 예이다. 따라서 자율적 해결방안과 법적 판단은 병행될 수 있다.

창조컨설팅 개입 노조파괴 사업장 첫 유죄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7186 판결)

대법원이 창조컨설팅에 의한 노조파괴 사업장 중 한 곳인 상신브레이크가 조합원을 선별해 업무에 복귀시킨 것에 대해 ‘단결권을 침해한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유죄로 판결했다. 이와 함께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2010년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의 파업과 관련해 노조는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으로,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로 공소 제기돼 노사가 공동피고인으로 하나의 사건에서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0년 6월 25일부터 8월 21일까지의 쟁의행위는 노조전임자 및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쟁의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불법파업”이라며 “그러나 쟁의조정신청 및 찬반투표 등 노조법이 정한 절차를 모두 거친 점 등 파업에 이르게 된 경위 및 회사의 대응 등을 종합하면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쟁의행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회사가 막대한 혼란 내지 손해를 입게 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직장폐쇄 중 공장에 들어가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판결 의미

권두섭 :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대표이사와 전무이사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 얼마든지 부당노동행위를 하라는 형 선고가 아닌가 묻고 싶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노동부나 검찰 공안부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된다.

그나마 우연한 기회에 증거가 확보된 사건은 마지못해 기소를 하는데, 기껏해야 벌금형이다. 벌금 200만원이 저들에게 무슨 위협이 되겠는가. 독립적으로 강력한 강제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며, 엄단하는 처벌이 뒤따라야만 부당노동행위라는 반헌법적, 반사회적 범죄행위가 사라질 것이다

이상혁 : 기존 종래 직장폐쇄의 개시가 부당하다는 판결은 다수 있었으나, 해당 판결은 직장폐쇄의 개시가 정당하더라도 노조의 파업철회와 업무복귀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여 직장폐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해당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회사의 직장폐쇄의 개시는 정당하지만 회사가 직장폐쇄를 방어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공격적으로 변절시키거나 유지하게 되면 위법하다는 점을 판단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창조컨설팅식 노조파괴란?

복수노조를 출범시켜 친사용자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드는 과정에서 단체협약 이행을 고의로 위반하거나 교섭요구를 계속 무시해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이도록 유도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직장폐쇄를 단행한 후 선별적으로 조합원들의 사업장 복귀를 받아줌으로써 노조의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