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일자리 고령화, 장년친화직장이 해답
심각한 일자리 고령화, 장년친화직장이 해답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1.17 10:2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근로자 윈-윈에 더해 세대 간 상생까지
[기획] 장년친화직장 만들기 지원사업

정년을 60세로 규정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촉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실질적으로 정년 60세 시대가 온 것이다. 정년 60세 시대와 함께 만 50세 이상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각 사업장에서는 정년 60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장년 근로자 안심하고 근무할 환경 조성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다수 기업들에서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4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을 정도로 일자리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도록 고촉법이 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혼란도 만만찮다.

우선 기업들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 많은 기업들은 연공급적 요소가 강한 임금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정년이 연장된다는 것은 그만큼 고임금 근로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서 극히 일부 기업들을 제외하면 인건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들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기업의 호소는 엄살쯤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년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정년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일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툭하면 일어나는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등으로 근로자들은 언제 일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장년 근로자들을 필요로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습득한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이 기업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년 근로자들이 가진 노하우와 숙련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장년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안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같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장년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와 함께 장년 근로자들을 활용하더라도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조건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필요에 따라 노사발전재단은 ‘장년친화직장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각 기업들이 장년친화적인 제도를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장년친화직장, 인사제도 개편으로부터

우선 장년친화 인사제도 개편은 승진을 비롯해 직급체계, 직무체계 등을 개편함으로써 장년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많은 기업들에서 근로자들 사이에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나는데, 그러한 세대 간 갈등의 주요한 원인은 그 기업의 HR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직장 내에서 직급과 직책에 통일성이 없을 경우 부서별로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장년 근로자들이 많은 조직일수록 세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사관리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은 높아진다. 젊은 세대와 장년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지 못할 때 회사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승진 문제만 해도 젊은 층은 장년 근로자들 때문에 승진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고, 장년 근로자들은 장년 근로자들대로 젊은 층의 책임감 부재를 꾸짖는다. 이렇게 서로 반목하면 사업장에서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고, 기업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는 장년 근로자들과 청년 근로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 개편을 지원하고 있다. 장년친화 인사제도 개편에는 직급이나 직무체계를 개편하는 것에서부터 임금체계 개편과 근무 시스템 개선 등 장년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자원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이 포함된다.

제이씨빛소망안과는 그동안 직급과 직책이 별개로 운영돼 세대 간, 부서 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장년친화직장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직급체계를 정비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우수한 장년 근로자들에게 간사 직책을 부여해 의사소통을 하게 함으로써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기반을 마련했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주)건우도 지난해 지원사업을 통해 4단계로 돼 있던 직급체계를 5단계의 직능체계로 개편해 승진기회를 확대하는 등 인사관리체계 전체를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현장 근로자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만족도 제고

장년친화직장 만들기 지원사업에서 지원하는 두 번째 영역은 근로시간 단축이다. 50세 이상 장년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는 근로시간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고 확보된 여가시간을 인생이모작을 설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년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임금피크제 등과 연계해 시행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시간 = 임금’이라는 등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근로자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장년 근로자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임금 삭감으로 나타나게 되면 근로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사정을 보완하기 위해 장년 근로시간 단축 지원제도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분을 보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 장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유)원진알미늄은 지난해 장년친화직장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장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설계했다. (유)원진알미늄에서는 직무분석을 통해 핵심직무와 단순직무를 분류하고, 장년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단순직무에 대해서만 도입하되, 사전에 신청을 받아 희망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에서 주 32시간으로 20% 줄이고, 줄어드는 임금의 절반은 장년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통해 보전하는 것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주)코다코 역시 장년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코다코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피크제를 연계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3~5년차에 월 근로시간 대비 각각 10%, 20%, 30%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장년에 어울리는 직무가 있다

세 번째 지원 영역은 장년 적합직무 발굴이다. 장년 근로자의 신체적 특성 등과 관련해 장년 근로자가 잘 할 수 있는 직무를 장년 근로자 특화 직무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장년 적합직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근로자 설문조사, 직무분석 등을 사전에 실시해, 업무의 중요도와 숙련도, 수행빈도,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장년 적합직무 발굴 방식은 수평적 업무분할형, 수직적 업무분할형, 기존직무를 활용한 직무개발형, 신규직무 개발형, 기존직무 유지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기업에서 수행하는 여러 직무를 각각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최종적으로 해당 기업에 맞게 장년 적합직무를 설정하게 된다.

삼진스틸산업(주)는 지난해 지원사업을 통해 각 부서에서 수행하는 직무 중 장년 근로자들이 수행하기에 적합한 직무를 도출해 냈다. 구매관리, 재고관리, 교육, 영업 멘토, 연구개발, 품질관리 등의 직무가 그것인데, 삼진스틸산업(주)에서는 이 같은 직무에 장년 근로자를 재배치함으로써 향후 장년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자기완성형 직무, 계량적 성과 측정이 용이한 직무, 직무 결과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높지 않은 직무, 업무 노하우의 전수가 필요한 직무를 기준으로 장년 적합직무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해외 ICT 정책 동향 모니터링, 기술 수요조사 결과분석 등 각 업무영역에 따라 장년 적합직무를 도출했다. 이러한 직무를 장년 근로자에게 우선 배치함으로써 장년 근로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전문적인 숙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숙련전수, 기업의 생산성 좌우

마지막으로 지원하는 영역은 숙련전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각 기업마다 장년 근로자들은 오랜 업무 경험을 통해 업무 노하우와 숙련도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장년 근로자들의 숙련기술은 해당 근로자가 지닌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기도 하다. 해당 숙련기술이 적절하게 전수되지 않은 채 해당 근로자가 퇴직하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핵심 자산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같은 숙련기술이 전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기술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직결된다. 장년 근로자들이 이러한 숙련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숙련기술 전수를 위해서는 사내대학의 강사로 장년 근로자를 활용하거나 멘토-멘티를 구성해 1:1로 숙련기술을 전수하는 멘토링 시스템, 작업을 진행하면서 숙련기술을 전수하는 OJT 방식 등의 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한국조폐공사는 숙련기술을 지닌 근로자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이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S-OJT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업무단위를 구분해 S-OJT 실시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적정하다고 판단된 업무에 대해 멘토-멘티로 구성된 멘토링 팀을 구성해 숙련기술을 전수하도록 했다. 멘토와 멘티는 각각 S-OJT 훈련에 따른 보고서를 작성해 교육훈련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대륙은 개인의 역량평가를 바탕으로 요구수준과 현재 수준의 차이를 분석한 후 부족한 역량에 대해 학습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회사와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장년 근로자와 신입직원을 1:1 멘토링 팀으로 구성해 코칭을 전담하도록 했다. 주 1회 이상 미팅을 통해 멘토링을 실시하고 그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멘토링 활동을 평가해 미흡한 점은 보완하고 우수 멘토링 팀에 대해서는 포상을 실시하기로 했다.

각종 정부 지원을 활용하라

정부에서는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임금피크제 지원금과 근로시간 단축 지원제도이다.

임금피크제 지원금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임금의 일부를 근로자에게 직접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정년 60세 이상으로 정한 기업이 55세 이후 피크시점 대비 기준감액률(10%) 이상 감액하고, 해당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사업주에게 고용되어 18개월 이상 계속 근무했으며, 임금 감액 이후 연간소득이 7,250만 원 미만인 근로자에게 감액된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기준감액률 이상 낮아진 만큼 지원하되, 최대한도는 연간 1,080만 원이다.

예컨대 임금피크제 도입 전 임금이 연 6천만 원이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20%를 감액했을 때, 기준감액률 10% 이상으로 낮아진 금액, 즉 20%-10%=10%에 해당하는 60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은 연 4,800만 원이지만,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 600만 원을 더해 5,400만 원이 연간 임금으로 책정된다(세전 기준).

근로시간 단축 지원제도는 50세 이상 장년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 이하로 단축한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지원하는데,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감소된 임금의 50%를 연간 1,080만 원 한도 내에서 최대 2년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는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예컨대,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 소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었고, 연간 임금이 8천만 원이었는데 근로시간을 주 32시간으로 단축함에 따라 연간 임금이 6,400만 원으로 줄어들 경우, 근로자에게는 줄어든 임금(1,600만 원)의 50%인 800만 원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는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근로시간은 20% 줄었으나 임금은 10%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상과 같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면, 임금피크제와 장년 근로시간 단축 등 장년친화적인 제도를 보다 용이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