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을 위해, 선택과 집중
조합원을 위해, 선택과 집중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1.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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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변화 이끌어가는 노사의 노력
[인터뷰] 정정희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 위원장

대한산업보건협회는 고용노동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특수건강진단·의료기관으로, 사업장과 노동자에게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종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1963년 설립돼 올해로 53년을 맞았다. 한국노총 공공연맹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는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위원장 정정희)는 지난 2011년 설립됐다. 내우외환을 겪고 있던 당시 협회 창립 48년만에 설립된 노조는 현재 뚜렷하게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노사, 새로운 비전을 향해 전진하다

ⓒ 참여와혁신

지난 11월 23일 대한산업보건협회 노사는 비전 2020 선포식을 열고 “기업·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고 향상시키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노사는 창립 50주년을 즈음하여 함께 나아갈 미래 전략에 대해 고민을 계속해 왔다. 특히 △핵심사업 경쟁력 제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 △고객중심 운영체제 확립 △전략경영 체계 구축을 4대 전략목표로 매출액 향상을 위해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존에 수행하던 사업장 특수건강검진 전문성을 확대하고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수립한다.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17곳에 설립한 협회 부설 한마음혈액원을 전국으로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마음혈액원은 대한적십자를 제외하면 국가 혈액사업을 수행하는 유일한 공공단체다.

또한 협회 노사는 노사 파트너십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는 2011년 노조 설립 당시의 모습과 비교하면 매우 달라진 지점이다.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는 과거 전임 회장의 비위와 연관된 조직 내부의 해묵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다가 업무 부하로 인해 구성원들은 시달리고 있었다.

노동조합의 설립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1993년 한 차례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있었으나, 3개의 지역지부가 폐쇄되는 극심한 갈등 끝에 결국 노동조합이 와해됐던 것이다.

달라진 조직문화, 커진 노동조합의 위상

노조 설립 이후에도 해를 넘겨까지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계속하기도 했다. 결국 노조 설립 10개월 만에 노사는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노사상생 협약도 맺는다.

정정희 위원장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국 노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서로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 모습들에 많은 변화가 있다.”

달라진 부분은 무엇보다 조직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과거처럼 고압적인 자세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정 위원장은 “노사 대등한 파트너라는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마치 회사의 간부들이 후배나 부하 직원을 다루듯 노동조합을 대했다”고 회상한다.

이러한 변화는 정 위원장을 비롯해 노동조합 간부들이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조직에서 간부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달라진 조직문화는 노사가 함께 협회의 발전적인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조직이나 업무, 구성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제도 정비가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업무가 많은 협회 특성 상 사업장에 출장을 가려면 새벽부터 길을 서둘러야 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노사는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해, 업무가 몰리는 등 사업장 특성에 맞게 융통성 있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시험 운영을 통해 내년부터 전 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혈액원 등을 비롯해 야간, 휴일 근로를 축소하기 위한 워크숍도 노사가 진행하고 있다. 특이한 제도 중 하나는 조합원들이 각자의 연차를 기부하여 질병 등의 이유로 유급휴직을 연장하려는 조합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장암 3기로 투병 중인 한 조합원이 이와 같은 연차기부 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다.

선택과 집중 통해, 복지 점차 늘려갈 것

조합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생각처럼 수월하지만은 않다. 협회가 수익사업들을 마냥 늘려갈 수만 없는 와중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15년부터 협회 노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선택적 복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정정희 위원장은 “아직도 복지 부문은 부족한 점이 대단히 큰 게 사실”이라며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그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노동조합이 꾸준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