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청소년 위한 확성기
힘없는 청소년 위한 확성기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1.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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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유니온

청소년유니온(위원장 백종현)은 정치권 보다 앞섰다. 투표연령 하향조정을 사회적 의제로 제시하는 것에 있어서 말이다. 야당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가 늘어나는 상황은 보수당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그동안 정치권 전면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되지 못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 투표 연령을 하향조절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올해 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여당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해당 논의는 반짝 힘을 얻었다. 이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1월 임시국회 처리는 불발된 상태다.

힘없는 청소년 목소리 담아낸다

청소년유니온은 정치권과 달리 오롯이 청소년들의 요구와 목소리에 집중한다. 이들이 투표연령 하향 조정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4년 출범한 이 조합은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만 15세에서 24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이 바라는 정책을 묻고, 1순위 정책으로 ‘투표연령 하향 조정(17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설문조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신촌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진행됐고, 유효한 답변자는 214명이었다.
노동조합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활동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 도 있지만, 노동문제는 정치를 포함한 사회전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청소년유니온은 일하는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에도 한국사회의 노동문제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기 위해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활동개시

출범 당시 김종하 위원장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이 주체로 나서 구직자로서 차별받지 않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창구가 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노년유니온 등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세대별 노조다. 초기 조합원은 24명이었고, 10대 보다 20대가 더 많았다. 2016년 2월 1기 김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고 백종현 위원장이 2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올 1월 기준 청소년 유니온의 조합원은 60여 명으로 늘었고 후원회원까지 포함하면 1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세대별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올해 17세인 학생이 가장 어리고, 가입 가능한 나이의 상한선인 24세 노동자가 가장 연장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조합원이 많다. 방학기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을 비롯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노동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제각각이다.
당사자들이 모인 조직의 특성을 살려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에 중점을 둔다. 청청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만나 노동법을 찾아보고 공부를 한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일 년에 두 번 캠프를 가서 향후 청소년 유니온의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현안,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확대

청소년유니온이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쏟고 있는 현안은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교육’이다. 노동하는 청소년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는데 관련한 사회적 담론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성화고등학교나 전문계고등학교의 경우 노동인권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러나 이들 학교조차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교육을 하는 경우에도 교육비디오나 인터넷강의를 틀어주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형식적인 노동인권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교육의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지도 의문이다. 청소년 노동자들 스스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대처법을 배우지 못해 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백종현 위원장은 부실한 노동인권교육의 결과는 고등학교 현장실습에서의 사고에서부터 이랜드 등 대기업의 체불임금사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이어 청소년유니온은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노동인권교육이 제대로 실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사전 노동인권교육을 제도화하거나 교육청 등에서 관련 지원을 늘릴 필요성도 지적한다.
이 외에 청소년유니온이 꾸준히 살피고 있는 사안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취업을 한 조합원(이하 고졸취업자)들이 겪는 문제다. 현재 조합원의 절반 정도를 고졸취업자들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내지 못하는 경우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졸취업자들은 10대처럼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함께하지도 못하고, 대학생들처럼 자신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문제가 사회의 중심이 되지도 않는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청소년 노동자가 겪는 것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청소년 이슈나 대학생들이 겪는 노동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유니온은 이 같은 당사자 조합원을 위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고졸취업자와 고등학교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두루 하고 있다.

당면과제, 당사자 노조 유지하며 안정화시키는 것

청소년 유니온은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전적으로 노조활동에 시간을 쏟는 회원이 부족하다. 전임노조원을 따로 두거나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활동 시 장소대관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것이 측면도 있다.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와 후원회원 모집이 중요하다.
작년까지 청소년 유니온은 주로 대안학교 등의 교내 교육에 참여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했다. 조합원을 모집은 보통으로 참여형 프로그램 또는 조합원의 주변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2017년에는 다른 청소년단체와 교류를 통해 관계를 쌓고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청소년 유니온을 알리는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다른 청소년들과의 연대를 확대해 이전 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2년 임기 중 1년을 보낸 백종현 위원장은 “그동안의 활동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동안 청소년 노동이슈에 대해 청소년 유니온 혼자서 목소리를 내온 것이 그 중 하나다”며 “이제 많은 청소년들이 뭉쳐서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의견을 함께 나누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소년 단체라면 어디든 함께 연대할 생각이다. 그래야 사회가 지금 보다 더 빨리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의 나이 자체에 크게 집착하지는 않지만,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조합원 평균 연령이 18세 정도로 낮아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당사자 조직이라는 특성을 살리고 조합원들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목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내년에 활동할 3기 위원장의 재정적인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작년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명칭(소재지)

청소년유니온(서울시 은평구)

집행부

위원장 : 백종현

창립일

2014년 328

조합원 수

60

업종

세대별노동조합(만 15~24세)

조합원 평균 근속

2년 미만

임단협

조합형태

초기업단위노동조합

상급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