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반나절 만에 도망가는 회사?
입사 반나절 만에 도망가는 회사?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1.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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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처우 탓에 근속 3년 이상 드물어
노조 생겼지만 회사는 “인정 못해”
금속노련 조양산업노동조합

신입사원이 입사 반나절 만에 도망가는 회사가 있다. 매일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는 일용직 노동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엄연히 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다. 보다 못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조양산업노동조합(위원장 이인규)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 노조다.

1년 일해도, 10년 일해도 ‘6,470원+200원’

울산 북구의 조양산업에서는 매일 같이 입사와 퇴사가 반복된다. 조양산업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케피코,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 자동차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임직원 수 150명의 중소기업이다.

조양산업의 노동조건은 인근 업체들 가운데서도 매우 열악한 축에 속한다.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온 사회가 떠들썩했지만 조양산업에서는 달리 임금체계라 부를 만한 게 없다. 입사 후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최저임금(6,470원)을 받고, 수습기간이 끝나면 시급이 100원 오른다. 입사 1년째부터는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시급 100원을 더 받는다. 그리고 상여금(기본급의 200%)이 1년에 4번 지급된다. 기본급과 상여금이 임금의 전부다.

하루 12시간의 긴 노동시간과 빠른 생산속도 탓에 조양산업 노동자들은 늘 산업재해에 시달린다. 조양산업에서는 시간당 1600개에서 1800개에 달하는 부품을 생산하는데, 이는 타 업체에 비해 60~80% 가량 많은 것이다.

이은규 위원장은 “5kg에 이르는 부품을 일일이 손으로 옮기면서 조립을 반복하는데다가 생산속도까지 빠르다 보니 몸이 성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입사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노조 만들자 위원장 해고… 부산지노위, 부노·부해 인정

지난해 10월 14일 이은규 위원장은 고민 끝에 동료 7명과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입사 3일 만에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노동조합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은규 위원장을 해고하고, 간부 4명 중 3명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다른 간부 1명은 자진 퇴사했다. 이와 관련해 조양산업노조는 지난해 11월 4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부산지노위는 지난 12월 27일 해당 사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를 모두 인정했다. 이 소식이 현장에 알려지자 8명이던 조합원 수도 18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이 위원장에게 밝히면서, 조양산업노조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노동조합 현황

(2017년 1월 기준)

명칭(소재지) 조양산업노동조합(울산 북구)
집행부 위원장 : 이인규
창립일 2016년 10월 14일
조합원 수 18명
업종 자동차부품 제조
조합원 평균 근속 1년 미만
임단협 단체교섭 진행 중
조합 형태 오픈숍
상급단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