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구조조정, 외국자본 대응 함께 해나갈 것”
“통신시장 구조조정, 외국자본 대응 함께 해나갈 것”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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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노동조합 윤세홍 위원장

▲ 하나로텔레콤노동조합
윤세홍 위원장
지난해 말 197명이 구조조정 되는 한차례 폭풍을 겪고 난 후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조직력은 급속도로 떨어졌고 노동조합의 입지는 줄어들면서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그런 가운데 조합원을, 노동조합을 추슬러보겠다는 의지로 3기 하나로텔레콤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윤세홍 위원장은 임기 2년을 농구에 비유해 ‘4쿼터’라고 한다. 이제 1쿼터가 마무리됐다며 이익단체가 아닌 민주노조의 기반은 꼭 만들어놓고 싶다는 윤세홍 위원장을 대의원대회장에서 만나봤다.

지난 12월 구조조정이 있었고, 올 2월에는 두루넷 노조와 통합했다. 현장 목소리 모으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조직통합을 위한 고민은?

구조조정 이후 노동조합 조직은 이미 무너진 상태이고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져 있었다.결국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다. 올 초 3기 집행부가 들어서고 6개월이 지났는데 조직력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본다.

8월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 조합원의 80% 이상이 참가했다. 조직력을 100% 회복하기 위해 조합원 교육을 확대하고, 전국 지부를 찾아다니며 조합원과 직접 만난다. 또 조직개혁을 진행 중이다. 조합원 약 1200명에 대의원이 15명이었는데, 50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30명까지 확대했다.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이다. 임단협 쟁점과 앞으로의 전망은?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이 핵심이다. 현재 비정규직이 120여 명 정도 되는데 확대돼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다. 현재 노사간 고용안정협약서가 체결돼 있긴 하지만 협약서의 효력은 의심스럽다.

그래서 고용안정에 대한 이의보증각서를 요구하고 이를 어길 시에 필요한 위약금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안정 보증금’이라고 보면 된다. 임금 인상안의 경우 회사는 동결을 요구하고 있고, 노동조합은 정규직 8.6%, 비정규직 12.9%를 요구하고 있다.

두루넷 통합과 구조조정으로 조합원의 업무부담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거기에 하나TV 유치까지 업무는 가중되고 있다. 임금인상을 요구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임단협과 함께 노사간 인사제도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경영진은 성과주의 인사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30여 차례 노사교섭이 있었지만 여전히 교착상태이다. 이런 와중에 조합원이 아닌 팀장급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팀장의 근로조건이 팀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강력히 문제제기 했다. 또 팀장 대상 설문조사도 벌였다. 결과는 밝힐 수 없지만 경영진이 발표한 조사결과와는 사뭇 다른 것은 사실이다.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사기를 높여 생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 경영진이 그런 마인드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10월 둘째 주 교섭에서 경영진이 한발도 양보 없이 밀고 나온다면 노동조합도 교섭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현재 AIG-뉴브리지캐피탈 컨소시엄이 대주주다. 2003년 LG그룹에 대한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내부 구성원이 힘을 모아 외국자본을 유치한 것으로 안다. 그때 바라보던 외국자본과 현재 고민하고 있는 외국자본에 대한 노동조합의 생각은?

2003년 LG파워콤 등을 비롯해 LG그룹의 통신사업은 부실했다. 내부구성원 사이에서는 부실기업에 하나로텔레콤이 합병되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모두 소액주주 운동을 벌여 13만명, 26%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래서 들어온 것이 AIG-뉴브리지캐피탈 컨소시엄이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도 외국자본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작용은 알려져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외국자본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고 투기자본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내부 구성원 사이에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대의원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외국자본이 아니라 제3의 자본을 찾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사실 투기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는 모호한 게 사실이다. 현재 회사 내부에서 문제가 되는 구체적 움직임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성원들은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법률상 헤지펀드의 경우 5년이 기한이라고 들었다. 현재 뉴브리지캐피탈이 3년째니까 2년 남은 것 아닌가. 불안한 게 당연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을 확대하고 투기자본감시센터나 투기자본 문제를 경험한 사무금융연맹이나 한미은행, 증권노조 등과 교류하며 준비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의 경우 소액주주운동을 벌일 고민도 하고 있다. 가시화된 움직임은 없지만 외국자본에 대한 준비와 고민은 진행 중에 있다.

방송-통신의 융합, 유선-무선의 융합이 이뤄지는 등 통신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같은 흐름 속에서 SK텔레콤과의 M&A설도 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현재 경영실적이나 사업방향을 보면 M&A가 바로 벌어질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 기업지배구조상 외국자본은 어차피 기업을 더 좋은 가격에 팔고 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한테 팔려가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원론적으로는 어디든 관계없다. 다만 고용이 승계되고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것, 여기에 더해 하나로텔레콤을 살리는 기업이라는 전제 하에서다. 지금 구성원들은 대개 창립멤버로 그들이 곧 하나로텔레콤의 역사다. 밤잠 설쳐가며 네트워크를 설치하던 기억이 남아 있고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애정이 크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 간판은 내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로텔레콤노동조합의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현재 하나로텔레콤 노사의 문제는 채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경영진은 자본이 바뀔 때마다 전부 바뀐다. 경영진이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노사간 채널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다.

그래서인지 대표이사가 직접 지사를 돌며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로 직원을 만난다. 이런 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일 수 있고, 짧게는 임단협을 잘 마무리 하는 것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