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포함 통상임금, 가산임금 산정 기준될까?
상여금 포함 통상임금, 가산임금 산정 기준될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17.01.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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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마다 판례 제각각...신의칙 적용 여부 따져봐야
현대오일뱅크 노동조합

2012년 3월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 이후, 각 사업장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일률성 ▲정기성 ▲고정성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통상임금의 범주에 포함된다.

혼란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ㆍ휴일ㆍ야간근로수당(아래 가산임금)을 책정할 때에는 사업장마다 관련 판례가 다르다.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소속 현대오일뱅크 노동조합(아래 현대오일뱅크노조)은 현재 회사를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노조는 ‘기존의 가산임금’과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가산임금’ 사이의 차액을 ‘체불임금’으로 본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노조의 이 같은 사례는 앞으로 통상임금에 관한 선례를 추가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오일뱅크노조가 2016년 임금단체협상 2차 본교섭을 진행 중인 모습. ⓒ 현대오일뱅크노조 홈페이지

현대오일뱅크 상여금, 통상임금 요건 모두 갖춰

현대오일뱅크는 매달 기본급의 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상여금은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에 대해 급여지급일인 ‘매달 25일’ 지급된다.

통상임금 요건 중 하나인 ‘일률성’은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 조건이나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단협 제49조에는 ‘조합원에 대하여’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합원’은 ‘노조 소속 노동자’라는 일정한 조건과 기준에 부합한다.

상여금이 매달 25일 급여지급일에 함께 지급되고 있다는 점은 통상임금의 또 다른 요건인 ‘정기성’을 충족한다. ‘정기성’은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해당 상여금은 업적, 성과, 정상근무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통상임금 해당돼도 ‘신의성실의 원칙’ 따져야

현대오일뱅크의 정기상여금이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에 기초해 추가임금을 청구할 때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아래 신의칙)의 적용 여부에 따라 청구가 제한될 수 있다.

신의칙 적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된다. 첫 번째는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상태에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묵시적 합의ㆍ근로관행 포함)를 전제로 임금을 책정했을 때다. 이 경우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합산한 통상임금을 기준 삼아 추가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노조는 그동안 사측에 이와 관련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현대오일뱅크노조 관계자는 “계속 요구해왔고 회사도 (요구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신뢰한 상태’ 또는 ‘합의’한 것으로 인식되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추가임금 청구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될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불러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정이 인정될 경우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나,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2심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당시 부산고등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2009년 12월 이후 4년 6개월 동안의 임금 소급분 6,295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판례도 모든 사업장에서 통용된 것은 아니었다. 현대중공업(2015년 영업이익 1조5,401억원 적자)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2015년 영업이익 1조5,019억원 적자)은 이 같은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판결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법정수당과 퇴직금은 약 970억원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두 번째 신의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국내 정유4사(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의 2016년 영업이익은 4분기 추정치 포함, 약 7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2016년 9월말 기준 6,487억원이다.

▲ 현대오일뱅크노조가 2016년 3차 임시대의원 대회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 가운데는 김태경 현대오일뱅크노조 위원장. ⓒ 현대오일뱅크노조 홈페이지

“체불임금 3년치, 노동자 1인당 평균 2000만원 수준”

앞서 말한 노조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체불임금’이 “노동자 1인당 평균 약 2,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직원은 2016년 9월 현재 1,766명(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이 합산된 통상임금/180시간’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시간급을 산정, 체불임금을 산출했다. 현대오일뱅크 단협 제44조에는 ‘통상임금/180시간’으로 시간급을 산정한다고 규정돼있다.

이 관계자는 ‘체불임금’ 청구 소송이 노조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그는 “(해당 사안을) 잘 처리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노사 합의를 강조했다.

지난해 말 노사 양측은 소송과 별개로 기본급 1.5% 인상과 격려금 150% 등의 임금 협상안에 합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4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의 관계가 상호협력적일 경우 노사 간 소송은 보통 1심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법원 판결이 있기 전, 현대오일뱅크와 노조 양측이 합의한다고 해도 그 합의 내용이 남길 선례는 향후 통상임금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현황


2017년 1월 기준

공식명칭 현대오일뱅크 노동조합
집행부 위원장 : 김태경(2018년 2월 임기 종료)
창립일 1988년 3월 17일
조합원 수 790명
조합원 평균 근속연수 13년
상근자 3명
대의원 31명(조합원 25명당 1명 선출)
상급단체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