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조합원 늘면 사회 바뀐다”
교수노조 “조합원 늘면 사회 바뀐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1.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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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간 합법노조 투쟁
전국교수노동조합

최근 ‘자성의 목소리’가 ‘투쟁’ 구호를 외치는 소리보다 더 큰 노동조합, 2001년 설립된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이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계기는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부정입학, 학사비리에 문제를 제기한 이대생들의 시위였다.

그 중심에는 타락한 교수들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80년대 민주화를 위한 저항의 상징이었던 교수들은 왜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나. 그 원인은 문제를 일으킨 교수 개인에게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끝없는 서열화와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의 위상과도 무관치 않다.

교수노조 홍성학 위원장은 “정부가 대학을 평가해 서열화를 조장하고,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 별로 예산을 배정해 교수들을 정치의 종속물로 만들고 있다”며 “교수는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수들이 힘을 모아 사회적인 부당함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정치·자본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상황을 방관한다면 이번 같은 ‘교육농단’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교수노조 조합원이 늘어나면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학문제 해결, 교수권리 보장 위해 노조설립

교수노조는 2001년 11월 10일 서울대에서 초대 대의원 대회를 열고 노조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대학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사회에 드러내고 해결하는데 교수가 앞장서고, 교수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 2000년 10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가 ‘교수노조추진기획단’을 발족시켰고, 이듬해 4월 교수노조준비위가 발족돼 노조설립을 위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교수노조가 설립될 당시 정부와 교육부는 획일적인 대학·교육정책으로 대학을 통제하고 서열화를 심화시켜 기초학문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사학재단과 교육부, 국회 등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비리구조에 따른 문제도 뒤따라 사립학교법 개정 목소리도 커졌다. 교수노조는 해당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현 정부는 여전히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획일적인 대학 서열화는 대학 간(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등) 양극화를 부추겼다. 상업화된 대학에서 고등 교육기관의 정체성과 기초학문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개별 대학에서는 성과연봉제와 모호한 기준의 업적평가를 통해 교수 본연의 직무를 왜곡시키고 있다. 대학의 비리와 반민주적 행태의 일상화와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양심적인 교수들에 대한 탄압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홍 위원장은 현 상황을 “‘흔들리는 대학, 위기의 고등교육, 무너지는 교권’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사회의 민주의식을 일깨워 나가야 할 대학이 오히려 교육부의 줄 세우기 정책에 끌려가고 대학다움의 정체성을 상실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 지향점 ‘대학자치’·‘교육혁명’·‘우리학문’

최근 교수노조는 교수사회에 대한 신랄한 자성의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활동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작년 11월 다양한 교수단체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올 1월에는 국공립대 총장 임명 과정의 청와대 개입, 이른바 '블루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앞으로도 교수노조는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교수노조도 다른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매해 대의원대회를 열고 주요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해마다 계획은 조금씩 바뀌지만, 근간에는 변하지 않는 세 가지 지향점이 있다. △대학자치 △교육혁명 △우리학문 등이다. 대학의 책무에 맞는 자율적 연구환경 확보와 균형있는 종합적인 학문정책은 대학의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위해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서양 학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한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학계를 우리학문을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이외 2017년 주요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다. △고등교육정책 정책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구성 개선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 △획일적인 대학평가에 대한 개선방향 제시 △교수노조 합법화 △교육노동자 연대 강화 등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다가오는 대선일정에 맞춰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고등교육을 위한 정책화를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이후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15년 간 합법노조 투쟁

정부는 교수노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학교수가 노동조합을 만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교원에 대한 활동을 규정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이 법에서 교원이란 초·중등교육법 제19조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한다"고 적시해 대학교수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15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교수노조 설립을 차단하고 있는 노동조합 관련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는 같은 해 4월 교수노조가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가 반려 처분을 받은 것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제청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약 1년 동안 관련 사안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교수노조는 국회차원에서 법을 개정해 노조의 설립 근거를 법에 명시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노조설립신고서를 냈다.

홍 위원장은 “현재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다른 나라의 유사 사례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기본노동권에 대한 판단은 긍정적으로 났다” 며 “헌재에 이해 당사자가 직접 위헌 판단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행정법원의 판단을 거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됐고,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헌재의 정치적 고려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시기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별개로 교육부의 계약제와 연봉제의 강제 도입, 임용 방식의 무절제한 다변화에 의한 교수직의 비정규직화를 지적하며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교수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더불어 올해 초중등의 전교조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단체들과의 연대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명칭(소재지)

전국교수노동조합(서울특별시 관악구)

집행부

위원장 : 홍성학 (임기 201812)

창립일

20011110

조합원 수

400

업종

교육업

조합원 평균 근속

15

상급단체

민주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