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청소년 노동문제 해결위해 나서야
한국사회, 청소년 노동문제 해결위해 나서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2.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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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청소년 투표권 보장해야”
[인터뷰] 백종현 청소년유니온 위원장

올해 초 정치권에서 투표연령을 하향조정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현행 투표 가능연령인 만 19세 이상을 18세로 낮추자는 것.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1월 임시국회 처리는 불발됐지만, 이미 사회적 논의의 불씨가 당겨져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권에 앞서 투표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의제를 던진 노동조합, 바로 ‘청소년유니온’이다. 이들은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연령 하향조정’이 1순위로 꼽혔다. 대선이 예정된 올해 한국사회의 노동현안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투표 가능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소년유니온 백종현(22) 위원장을 만났다. 

▲ 백종현 청소년유니온 위원장

청소년유니온이 출범한지 3년이 지났다. 어떤 활동을 해왔나?

한국사회에서 청소년(만 15세~24세 미만)들의 노동은 청년들보다 더 열악하다. 청소년 노동과 관련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지원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청소년유니온(만 15~24세 미만)’이 2014년에 만들어졌다. 그동안 청소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인권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연구보고서 제작, 청소년 호텔 알바 실태조사 결과발표, 청소년 알바지킴이 등의 활동을 했다. 지난해 2월 조합원 총회를 열어 2기 집행부가 공식 출범했다.

현재 조합원 구성은?

초기 조합원은 24명이었지만, 현재 조합원은 50명으로 늘었다. 후원회원까지 합하면 90여 명에 달한다. 세대별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올해 17세인 학생이 가장 어리고, 24세 노동자가 가장 연장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일하는 조합원이 많다. 때문에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전적으로 노조활동에 시간을 쏟는 회원이 부족하다. 전임노조원을 따로 두거나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활동 시 장소대관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백 위원장은 어떻게 청소년유니온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

원래 노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주휴수당, 야간수당을 챙겨주는 사업주가 없었다. 고 3때 학교에서 청소년유니온이 주최한 노동자 권리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당시 방학 때 결혼식장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1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지 못한 처지였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용청에 진정서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못 받은 임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청소년유니온에 가입원서를 낸 건 19살 때였다. 2015년에 집행부활동을 했고 현재 2기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청소년들이 바라는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투표연령 낮추기’가 1순위 정책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유와 방법, 결과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노동조합과 관련 없는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문제는 정치를 포함한 사회전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젊은 학생들이 많은 신촌에서 설문지를 돌렸고, 페이스북을 통해 SNS상에서도 설문조사를 했다. 청소년유니온이 따르고 있는 UN의 청소년 기준 연령 만 15세에서 24세에 해당되는 214명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당시 설문지는 △아르바이트 △현장실습 △노동인권교육 △정치참여 등 4분류로 나눈 10개의 청소년 정책을 제시하고, 설문대상자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정책 3가지를 중복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청소년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위해 선거권을 만 17세 이상이면 가능하게끔 낮춘다’를 응답자의 48.1%가 선택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노동인권교육 항목인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지원할 때, 학생들의 전공과 특기에 맞는 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39.3%)’와 현장실습 항목의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위해 현장실습 참여 업체의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공개한다(29.4%)’ 등의 순이었다.

올해 초 정치권에서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정치권에서 중요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18세라는 기준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만 15세, 적어도 17세 청소년들부터 투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상 노동할 수 있는 나이는 15세다.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나이는 17세로 본다. 현재 10명 중 6명의 청소년이 방학기간 아르바이트 등의 형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노동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없어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것이 핵심 요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투표는 정치적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출 할 수 있는 통로다.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고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부여된다면 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청소년들의 노동문제는 지금보다 더 빨리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청소년 노동에 대해 성숙한 논의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들을 위한 노동인권교육을 제도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교육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하고 토론하는 형식이어야 한다. 나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인권교육은 노동법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바로 취업을 하는 청소년에게는 노동조합의 역할에서부터 일을 하면서 겪는 문제와 그때 보장받아야 할 자신의 권리에 대해 종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 노동인권감수성을 키우고,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이슈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중심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