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미스매치’ 예방… 멀리 보는 시각 필요
부처 간 ‘미스매치’ 예방… 멀리 보는 시각 필요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2.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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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훈련 미래는? 참여와 현장 중심!
[리포트]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확대

청년실업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체들은 숙련된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탄탄한 직업훈련 제도를 갖추고 있는 독일 등의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실정은 지나치게 관(官) 주도적인 경향이 강하다. 다른 무엇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움츠러든 경기와 악화되는 경영 탓에 이를 강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 경북하이텍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 기업 소개가 진행 중이다.

3년 사이 9개 학교에서 198개 학교로 참여 확대

그런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지난 1월 16일 고등학교 재학생 단계의 일학습병행제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1, 2차로 나눠 진행된 이번 선정공모에는 총 45개 사업단 146개 학교가 신청을 했고, 38개 사업단 132개 학교가 최종 선정됐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4년부터 중복 참여한 학교들을 모두 합하면 198개 학교에 달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지난 2014년 기계, 재료 분야 9개 학교가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자동차정비, 화학, 전기전자 분야가 추가됐으며, 참여 학교도 57개로 확대됐다. 2017년에는 소프트웨어, 미용, 세무회계, 건설, 조리 등의 분야도 추가됐으며 참여 학교 수도 크게 확대된 것이다.

참여 학생 수는 기존의 2,600여 명 규모에서 7,000여 명 규모로, 참여 기업 역시 800여 곳에서 2,500여 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공업계 이외에 상업, 서비스 계열 고교생들도 참여가 가능하고, 부산, 울산, 충북, 전북, 제주 등에도 신규 학교가 선정되면서 지역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확대 추세는 제도에 대해 학생, 학교, 기업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고용노동부는 말한다.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현장맞춤형 교육을 받으며 취업을 보장 받고, 기업은 재교육비용 절감과 함께 우수한 기술 인력을 일찍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참여기업과 학습근로자, 현장교사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점, 4.08점, 3.97점 수준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올해 2월 졸업할 1기 도제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종평가에서는 합격률이 78.8%에 달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시기별로 참여 정도에 차등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1학년 학생들은 다양한 기업 체험을 통해 적성과 흥미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직장과 학교 사이의 듀얼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는다. 일주일에 2~3일은 학교에서, 1~2일은 기업에서 교육을 받는 식이다. 3학년 학생들은 현장 숙련을 위한 심화단계로 일주일에 3~4일을 기업에서 훈련을 받는다.

기계 사출금형 분야에서 2014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2학년 때부터 월, 화, 수요일에는 학교 교육을, 목, 금요일은 기업에서 현장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기업에 배치되기 전, 3월과 4월 사이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사전 직무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경북기계금속고등학교의 한 담당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한 최종 평가에도 전원 합격했으며, 90% 이상은 졸업 후에도 현재 근무하는 기업에 남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이와 같은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단의 경우,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사전 직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최신 교육장비 등 최대 20억 원의 운영비와 시설장비비를 지원한다. 선정 기업의 경우 현장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현장 훈련 비용과 함께, 프로그램, 전담인력 연수 등 훈련 인프라 및 훈련에 소요되는 실비용을 지원한다. 선정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 등을 위한 프로그램비, 교재개발비, 교원연수비,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교육훈련 과정의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법적 보장을 강화한다. 또 사업단 성과 평가 기준을 정비하고, 각 사업 주체들의 담당자 연수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성과관리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독일식 직업교육 제도 벤치마킹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벤치마킹한 해외사례는 독일식 중등단계 직업교육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립 직업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직업훈련을 분담하는 이원화된 체계이다. 직업학교에서는 이론과 교과 교육을 담당하고, 기업에서는 현장 실습교육을 병행하는 체계다.

이원화 직업교육(Duale Ausbildung)이 종료되면 훈련생은 상공회의소나 수공업회의소 등의 관할 기관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응해, 합격할 경우 해당 기관에서 발행하는 직업 자격증을 획득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체계로, 일반 학과에 비해 실습 비중이 높은 이원화 학사과정(Duales Studium)도 있다. 이는 전문대학교(Fachhochschule)와 기업과 협력 하에 진행된다.

독일의 이와 같은 직업교육 제도는 산-학 간의 탄탄한 연계에서 출발한다. 전문기술 중심의 기업은 일부 관련 연구소와 산-학-연의 연계를 토대로 직업교육을 시행하기도 한다. 특히 독일의 산업 구조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이와 같은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현황은 눈에 띄고 있다.

2012년 기준, 독일 내 전체 기업들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6%에 달한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KMU(Kleine und mittlere Unternehmen)이라고 칭하며, 이는 소기업과 중기업이라는 의미다. 소기업은 총 종업원 수 10명 미만, 매출 100만 유로 미만의 기업을 가리키며, 중기업은 500명, 5,000만 유로 미만의 기업을 지칭한다. 중기업은 독일 내 전체 기업들 중 약 1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기업은 85.7%로 대다수를 점한다.

독일중소기업연구소(IfM)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독일 기업의 직업교육생 수는 총 170만 명이며, 약 46만 9천 개의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전체 기업의 약 1/4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와 같은 직업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직업교육생의 82.4%는 중소기업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독일의 이와 같은 직업교육 제도는 선진국들의 사례에서도 독특한 편인데, 미국의 경우 실직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재취업 촉진에 제도적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대적으로 직업학교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의 특성을 보인다. 독일식 이원화 교육은 195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20여 개 국에 전파되어 도입되기도 했는데, 스웨덴, 덴마크, 스위스 등의 사회, 문화적 풍토가 비슷한 유럽국가에서만 주로 성공을 거뒀다.

독일 노동미래연구소의 노동시장 정책전문가 힐마 슈나이더(Hilmar Schneider)는 독일식 직업교육의 장점이 이론수업 위주인 타 국가의 프로그램과 달리 실무 경험을 갖춘 후속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을 꼽는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독일식 모델이 국제적으로 통요되지 않는 까닭은 “기업 내 직업교육이 기업의 의무와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독일 내에선 “근로자의 해고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부적절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 엔클로저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리탈(Rittal)사 역시 독일 상공회의소와의 협력을 통해 11개 직업교육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직업교육생들은 실업학교(Realschule) 졸업자이며 이들의 연령은 16~17세이다. 단기과정은 24개월, 장기과정은 42개월이 소요되며, 주 3~4일은 현장에서 실습을 받고, 1~2일은 직업학교 이론 교육을 이수한다. 1년차 직업교육 훈련생은 월 700유로(약 87만 원)을, 3년차는 1,100유로(약 137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훈련생은 처음 3개월 동안은 훈련용 공장에서 현장교육을 받고, 그 이후에는 교육과정 종료 시까지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기업의 전체 부서에 순환근무를 한다. 현장교육 중 70%는 실제 업무에 투입되어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하게 근무하고, 회사의 수익 창출에도 기여한다.

교육과정의 졸업 여부는 1차, 2차 테스트를 통해 결정된다. 1차 시험은 일반적인 업무능력 테스트이고, 2차 시험은 고객의 실제 오더를 바탕으로 주문, 견적, 생산, 배송 등의 완전한 업무처리 능력을 검증 받는다.

이때 평가는 상공회의소나 동일업계 기업 교육 담당자가 실시한다. 형평성을 고려해 자사의 교육 담당자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 테스트에 합격한 이들은 자격증을 획득하고, 상공회의소 자격증은 독일 전국에서 유효하며, 특정 직업에 적합한 기술을 연마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들 합격자 중 90%가 리탈 사에 취업한다. 이들은 정직원 근무 첫날부터 즉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 기계부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

지속적인 직업교육 안착하려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을 비롯한 일학습병행제는 구직자를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직업훈련을 시키는 제도로 독일 등의 해외 사례를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한 제도다. 잘 운영되고 정착된다면 그동안 현장과 괴리된 직업교육훈련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실정을 진일보시키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우선 지금까지 국내에서 산업계 주도 직업교육훈련의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부 주도로 제도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업종별 단체가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독일의 사례는 물론이고, 비슷한 제도를 안착시킨 스위스, 한국과 유사한 직업교육훈련 체계를 갖추고 있는 호주 등의 사례를 보아도 각 나라의 업종별 협의회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와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훈련에 대해선 현장의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수치적인 성과에 치중하기 보다는 노동단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업종별 단체가 제도운영을 주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내에서 받는 훈련의 질 관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독일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과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현장 경험이 풍부한 트레이너와 실습장비의 확보가 꼭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꼭 훈련을 받은 기업에 취업하지 않더라도,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했을 경우 관련 다른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능력을 보증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인증 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경우, 학교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과 노동시장 내에서 이뤄지는 직업훈련을 주관하는 정부부처가 각기 다른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업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 시행부터가 ‘미스매치’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