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해고자들 다시 농성 돌입
쌍용차해고자들 다시 농성 돌입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2.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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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탄압 목적 손해배상·가압류 제도 폐기하라”
[인터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악랄해진 노조파괴 수법’ 또는 ‘악마의 제도’. 국가와 기업이 노조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제기하는 손해배상·가압류(이하 손배가압류) 소송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2003년 두산중공업의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분신한 배달호 씨의 죽음은 이 문제를 사회에 알린 신호탄이었다. 노동자 탄압을 목적으로 악용되는 손배가압류 제도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지만, 이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를 파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쌍용차 해고자들도 예외는 없었다. 손배가압류 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의 손배가압류가 문제된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달리 소송의 주체가 국가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자금난을 이유로 전체 노동자의 37%(3000여명)를 정리해고 했다. 이에 저항하며 77일간 공장 내에서 옥쇄파업을 벌인 해고자들에게 당시 경찰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소송을 걸었다. 현재 국가의 피해액으로 약 11억6천만 원을 인정한 2심 재판 결과가 나온 상태다. 배달호 열사의 14주기였던 지난 1월 10일 쌍용차 해고자들이 다시 농성에 돌입했다.

손배가압류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농성을 시작한지 3일 째 되던 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을 만났다.

▲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쌍용차 해고자들이 다시 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절박한 심정이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지난 8년 동안 긴 농성을 경험했다. 다시 농성에 돌입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한국사회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국가와 기업이 건 손배가압류 소송에 고통 받고 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배 선고는 노동자를 끊임없이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이 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하지 않겠나. 국가와 기업이 대한민국 노동자들에게 건 모든 손배가압류를를 철회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중단하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농성에 나섰다. 복직을 요구하며 힘들게 버텨야 했던 오랜 투쟁기간에 동안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손배가압류 문제가 사회 전면에서 논의 되도록 쌍용차 해고자들이 앞장서겠다.

현재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 손배 소송이 걸려있다. 어떤 상황인가?

재작년까지만 해도 회사와 경찰의 두 가지 손배가압류 소송이 걸려 있었다. 지금은 국가 소송만 남았다. 2009년 국가와 경찰 개인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해고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며 집회를 열고 파업한 것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피고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와 조합원, 집회 시위에 참여한 다양한 개인들이다.

국가가 최초 요구한 배상액은 24억 원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각종 장비 손상(14억7천만 원)과 경찰 122명의 위자료(2억8백만 원) 등으로 약 16억8천만 원을 청구했다. 2013년 1심에서 수원지방법원은 약 14억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지난해 5월 2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약 11억6천만 원이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15억 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할 처지다.

2심 결과에 대해 쌍용차 해고자들과 경찰 모두 상고했다. 쌍용차지부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무력으로 진압한 경찰이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손배가압류 자체가 철회되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찰은 인정된 위자료 금액을 16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가 손배가압류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쌍용차 경우밖에 없다.

청구한 피해액의 추산 기준이나 방법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터무니없는 높은 금액을 지른다. 처음 경찰과 회사가 손배가압류 소송을 건 금액이 400억 원을 넘었다. 정확한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다. 이런 배상금을 통보 받는 노동자의 심정은 어떻겠나.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상상조차 못한다. 이후 법원의 감정, 재평가를 거치면서 24억 원으로, 16억 원으로 조정됐다. 가장 큰 부분은 헬기와 기중기 피해액이 차지한다. 8년 전 해고자들이 파업하던 당시 헬기 서너 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 위로 떴다. 공장 옥상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기 위해서다. 마치 소방헬기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쏟아 붓듯이 최루액을 뿌렸다. 최루액이 몸에 닿으면 피부껍질이 다 벗겨졌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새총을 만들어 쏘고 화염병과 이물질을 던졌다. 경찰은 파손된 헬기의 특수 부품 등의 값을 물어내라고 약 5억2천만 원을 청구했다. 외제 기중기에 대한 피해액 산정은 논란거리였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있는 옥상에 진입하기 위해 기중기에 컨테이너를 싣고 끊임없이 무장한 경찰인력을 투입했다. 기중기의 경우 수리비뿐만 아니라 파손된 기간 동안 대여를 하지 못했다며 기중기 임대인(주식회사 중앙크레인)의 손해액까지 포함시켰다.

2015년까지는 기업의 손배가압류 소송도 걸려 있었다고 했다. 이 소송은 어떻게 풀렸나?

2009년 쌍용자동차 기업은 금속노조와 해고자들에게 공동으로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노사 협의과정에서 기업이 해고노동자에게 건 소송은 철회한 상태다. 그러나 금속노조를 상대로 한 33억 원 소송은 남아있다.

당시 사측은 노조와 관련된 소송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입장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즉각 처리는 어렵지만, 시기를 봐서 취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재판은 작년 5월 판정 이후, 노사 양측이 법률 대리인들을 통해 재판 진행을 연기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해고자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경찰의 손배가압류 제기다.

국가와 기업의 손배가압류 특성이 다른가?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손배가압류를 거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경찰이 말하는 피해액은 공권력이 무력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경찰 조직을 포함한 국가의 운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낸 세금이 그들을 공격하는 경찰인력과 장비에 투입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피해를 입었다며 다시 손해액을 청구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노사의 대립 갈등 구조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입해서 자본의 편을 드는 셈이다. 도저히 납득이 할 수 없다. 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는 그 폭 마저도 좁다.

경찰 진압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피해는 없었나. 이들에 대한 보상 논의는?

노동자들 피해도 컸다. 그러나 보상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경찰이 불법파업을 진압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노동자들을 짐승 잡듯 때리며 막무가내로 진압했다. 이때 ‘살인진압’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찰진압에 밀려 옥상에서 떨어지거나 허리를 못 쓰게 된 경우도 있다. 그때 다친 사람들은 지금도 제대로 자기 일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드러내지 못했다. 당시 주요언론이 해고자들에게 적대적이었다. 회사를 망하게 만드는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사회적으로도 종북세력, 빨갱이라는 표현이 난무했다. 때문에 파업을 끝낸 시점에 노조원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고립됐다. 국가의 지원은커녕 해고자들이 기금을 모아 겨우 치료비를 마련하는 정도였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파업(단체행동권)을 불법이라고 하는 이유는?

당시 정부와 자본은 구조조정 정리해고 문제는 경영권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회피했다. 생존권 싸움에 내몰린 쌍용차 해고자들을 위한 노동3권은 법전에만 있을 뿐이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결과 노동자들의 모든 저항하는 행위는 불법이 됐다.

94명이 구속됐고, 300여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당사자인 해고자들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시민들도 대한민국 경찰로부터 24억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 당했다. 함께 살자고 싸우는 이들에게 파업하면 죽는다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8년이 지났다. 28명의 동료,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해고가 되지 않았으면 함께 활동했을 동료들이다.

해고자들의 생계유지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들었다.

해고자 대부분이 4~50대 가장이었다. 일정한 수익 없이 계속 복직 투쟁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상황은 장기전으로 치달았다. 공장이 위치한 평택 내 청소일 등을 하며 개인이 번 돈의 일정정도를 공동 수입으로 잡고 분배를 해 사용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은 꾸준히 사람을 괴롭혔다. 해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조합원들의 생계 활동을 인정을 했다. 간부로 남아서 복직의 실무와 실천을 담당할 사람과 생계에 나가야 할 분을 구분했다는 말이다. 당시 대부분이 생계전선으로 나갔다. 꾸준히 활동을 하겠다고 남은 사람이 30여명 정도였다.

때문에 파업을 끝낸 시점에 노조원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고립됐다. 파업과 전과 후, 해고자들이 겪은 심리적 피해도 상당하다. 대부분이 국가의 폭력진압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상담 치료를 받도록 시도했고 지금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로 육체적, 신체적 상흔이 완전히 낫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지금 억울하다. 근본 원인은 해고인 것이다. 해고자들이 진정으로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복직’돼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재 해고자 복직 문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차 복직 이후에 추가 복직은 없었다. 올해 초 사측이 복직시킬 의사를 비치기는 했으나 그 시기와 인원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안과 별개로 노동정책위원회를 통해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상반기 내에 해고자들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이후 186명이 함께 복직을 기다려 왔다. 이는 사망하거나 정년퇴직 하신 분도 포함된 수다. 현재 18명이 복직됐고 141명의 복직대기자가 남아 있다.

향후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예상하나?

판결에 앞서 국가 손배가압류 소송을 철회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국가가 스스로 기존의 태도를 바꿀 것 같진 않다. 대법의 판결도 우리의 뜻대로 나오기는 어렵다. 국가와 법원 모두 사회적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의 힘’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성장에 나와 시민들에게 우리의 문제를 알리려는 이유다. 다만 대법원에 계류된 재판이 천천히 진행되길 바란다. 그래야 국가와 기업의 손배가압류가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깊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 힘에 의해서 현행 법이 쟁의행위를 하는 노동자에게 손배가압류를 걸지 못하도록 개정되길 바란다. 법이 바뀌면 대법원도 그 내용을 근거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로 괴로워할 노동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도 ‘제도화’가 중요하다.

법 개정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광화문 농성장 앞에서 일명 ‘노랑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청원을 위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오는 2월 국회를 겨냥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손잡고’ 등도 함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개정할 법안 내용은 이미 야 3당과 민주노총·금속노조 법률원이 함께 확정했다. 각 당에선 금태섭(더불어민주당), 이용주(국민의당), 노회찬(정의당) 의원 등이 담당으로 있다. 탄핵정국이라 행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입법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2월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적기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발생했던 2009년과 2017년 현재,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을 비교한다면?

나아진 것이 없다. 최근 상황은 더 암울하다. 노동권에 명시된 쟁의권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그대로고, 손배가압류 같은 문제가 추가됐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를 옥죄는 방식이 더 악랄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해 온 기아자 노동자들의 경우, 집 안의 모든 물건에 빨간 딱지가 붙고, 전세금도 압류 당했다. 자본이나 국가에 저항하면 끝까지 죽이겠다는 식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단결심이 저하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는 노조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갈등을 유발시켜 자본은 정부를 통해 끊임없이 법과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의 기금을 걷는 대신 정리해고의 완화, 비정규직의 장기화·저임금 등을 추진했다. 노동3권은 헌법에만 존재하고, 기타 현실적 여건들은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가차 없다. 정리해고와 노조파괴는 물론 민형사상 처벌을 포함한 손배 소송까지 감수해야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노동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해고자들, 투쟁하는 사람들,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분리해서 봐선 안 된다.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만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말고, 더 근본적인 논의로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제도를 바꾸는 등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 자손 세대는 지금 우리보다 더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며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