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노트] 늙음이란
[편집노트] 늙음이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2.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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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20.8%에 달해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노인 인구의 전례 없는 증가와 유년 인구의 감소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고령화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졌습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만이 관건일까요? <참여와혁신>은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조망했습니다. 노인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시몬 드 보부아르는 30여 년 전에 이미 ‘노년’이란 저서에서 통찰했습니다. 비록 서구의 양상이긴 하지만 노인의 위치와 가치, 건강, 사회 제도, 노인의 성생활, 정신병리학적 문제 등을 고대 문헌과 실증 자료를 토대로 치밀하게 다뤘습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여성해방 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서를 남긴 보부아르는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것은 우리 나이로 환갑 즈음, 노년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노인의 지위'가 노인 자신이 정복하고 취득해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인간 역사를 통틀어 한 사회 집단이 그 집단의 필요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 노인들의 운명을 결정해왔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죽음보다 더 자명한 사실은 늙음이 아닐까요? 늙는다는 것은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 현실은 19세기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전 사회적인 문제로 급부상합니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인간마저도 일종의 '도구'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수명을 다한 기계는 가차 없이 버려지듯 노동력을 상실한 인간은 폐물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의학의 진보를 불러왔고 의학의 진보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지요. 퇴직생활은 자유와 여가 시간과 같은 것처럼 우리 사회는 홍보하지만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에게 노년기의 가능성은 대부분 봉쇄되어 있음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소비사회의 행복, 팽창과 풍요의 신화 뒤에 숨어 있는 안일함이 노인들을 일종의 천민 계급으로 추락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과 고독, 신체적인 약화와 절망 속에서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야 하는 노인 문제는 이제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노년을 단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부아르의 근거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노화라는 말이 담고 있는 퇴보와 쇠퇴의 개념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배경 안에서 만들어진 총체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고령의 비활동 인구로서, 소비 사회의 폐물로서, 소외된 계층으로서, 마치 남의 얘기처럼 존재하는 노인 문제를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진지하고 심도 있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노인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데모를 열라고 합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리는 그 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과 머리는 복잡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