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광우도
좌광우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3.08 09:4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스개 사자성어입니다. 아니, 우스개라고 하면 전국의 강태공들에게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성어(成語)라는 게 그렇잖아요? ‘옛 사람들이 만든 말’을 가리키는 게 흔히 쓰는 의미지만, 옛 사람이든 지금 사람이든 ‘말을 이루는(成語) 게’ 먼저니까요.

아무튼 ‘좌광우도’는 광어(넙치) 눈은 왼쪽으로, 도다리(가자미) 눈은 오른쪽으로 몰려 있다는 의미로 낚시꾼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이라고 하네요. 제사상 차릴 때 진설 요령을 외기 위해 홍동백서, 조율이시 같은 말을 만들어 낸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어떤 이들은 ‘왼쪽(左)에선 빛(光)이 비치고, 오른쪽(友)으론 길(道)이 열려 있으니, 앞날이 창창하다’는 의미라고 그럴 듯한 해몽을 갖다 붙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런 표현이 쓰이거나 어디에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중국인들은 앞날이 창창하단 의미로 ‘내일방장(來日方長)’이란 표현은 쓴다고 하더군요.

넙치나 가자미나 도다리나, 다 가자미과인 친척뻘 물고기입니다. 우리말에선 부르는 표현이 다양하지만, 영어식으로는 다 ‘flat fish’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나 보지요? 좌광우도라는 표현이 생긴 거처럼 말입니다.

시국이 시국이니, 넙치와 가자미를 구분하는 방법처럼 시답잖은 얘기를 주고받다가도 곧잘 불편한 화제로 옮겨가기 일쑤입니다. 넙치와 가자미에 대한 선호도에 따른 정치적 성향 같은 말도 안 되며, 재미도 없는 화제로 말이지요. 정치 얘기, 시국 얘기라서 불편하다든가, 재미가 없다는 의미라기보다, 이야기 자체가 마음을 쿡쿡 찌르는 불편함을 준다고 할까요. 저는 가끔 굉장히 그런 얘기가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말과 말의 사이에서, 갈피를 잃어버린 미움 같은 게 엿보일 때면 그렇지요. 최인훈의 소설 대목처럼 ‘타자(他者)로서의 저항감’ 같은 게 들릴 때면 말이지요. 그럴 때면 공연히 전전긍긍, 좌불안석이기 마련이지요. 이 사람은 왜 내게 저리 말하는 걸까? 다른 편이라고 생각해 공격하는 것일까? 같은 편인지 확인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이 대화 자리의 공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과거의 망령’이란 표현을 아무래도(?) 자주 쓰게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망령’을 찾아보면 혐오스러운 과거의 잔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는 어떻습니까? 죽어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빗대어 설명할 거 없이 직접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요?

세월이 흐르면 아픔도 가신다고 하는데, 역사 속 슬픈 현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납게 죽여대야 했던 그 시절의 현실을 자꾸 불러들입니다. 살벌한 구호와 외침으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