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도 가벼운 10.2%
무겁고도 가벼운 10.2%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3.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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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김민경의 36.5°

[모든 글에 온도가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기자의 글은 36.5°여야하지 않을까]

낯설었다. ‘노동조합’, ‘투쟁’, ‘동지’ 같은 단어 말이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고백컨대, 대학 졸업 전까지 노동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창피함이라는 토를 단 이유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전공분야에 맞게 취직하지는 않는다, 내 경우는 달랐다. 기자가 되고 싶었다. 집이 부유해 공부만 한 것 아니냐, 그것도 아니다. 2012년에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롯데리아, 베스킨라빈스,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말을 건네며 단기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진짜 기자가 아니라 멋있어 보이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익숙해졌다. 노동계 단어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까지. 지난해 12월 노동 문제를 깊이 다루는 <참여와혁신>에서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노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취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6개월이 채 안되게 지역의 통신사 기자를 하면서 ‘시민단체’를 취재처로 맡은 것이 컸다.

노조가 왜 항상 가진 자를 비판하고 투쟁하는 이유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는 개별화된 노동자들이 조직화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노동자들의 답답함과 억울함에 공감했다. 앞서 수많은 노동(아르바이트)을 했음에도 노동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단기간 노동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이고 단기간동안 하는 노동은 노동조합의 영향이 미치기 어려운 사각지대다.

‘10.2%’.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기준 한국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이다. 조직률은 조직대상근로자 수를 조합원 수로 나눈 수치다. 지표를 낼 때 사용된 전체 조직대상근로자는 총 1만 9,027 명이다. 이들 중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193만 9,000명이다. 이중 한국노총이 84만 3,442명(43.5%) 민주노총이 63만 6,249명(32.8%)이다. 이외 미가맹노조 44만 5,603명(23.0%)과 전국노총 1만 3,451명(0.7%)이 있다. 노조 수는 전년 대비 6.4%, 조합원 수는 1.7%(3만 3,000명) 증가했다.

대선 정국, 생목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말해야했던 노조의 입 앞에 확성기가 놓였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항상 관찰되는 현상이다. 조직화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노조는 관리가 용이한 눈에 보이는 표이다. 이 같은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노조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노조들의 대의원대회를 다니며 확정된 정치전략과 추진계획을 취재하고 다닌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행사장을 나오는 기자가 느끼는 뒷맛은 항상 씁쓸하다. 노조는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데만 집중하기 쉽다. 전체 노동자 중에 10.2%를 차지하는 노조는 무겁고도 가볍다. 무거운 이유는 나머지 88.8%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가벼운 이유는 종종 88.8%를 잊고 자신들의 당면 현안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다. 그러나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사람들을 포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그랬다면 대학을 다니던 젊은 시절의 기자도 노동에 깊은 관심을 뒀지 않을까. 대선에서 노동조합이 지도자가 될 사람들만 볼 것이 아니라 아래쪽을 봐주길. 이는 노조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선에 나서는 정치인도, 언론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