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영실험’ 알고 보니 위험한 실험?
‘새로운 경영실험’ 알고 보니 위험한 실험?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3.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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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생소한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리포트] 변칙 소사장제 논란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운 제도 때문에 경북 경주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가 시끄럽다. (주)오토인더스트리(대표이사 김선현)에서는 이른바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를 놓고 2년 가까이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원주주로 경영에 참여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회사의 설명과 달리, 노동자들은 제조업에 만연한 소사장제의 변칙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희망퇴직 후 사내협력사 들어오라니

오토인더스트리의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는 노동자들이 독립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그 이전에 속해 있던 회사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지난해 1월 ‘사원주주형 협력업체 요구서’를 노동자들에게 배포했다.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 시행을 요구하는 일종의 서명운동을 회사 주도로 벌인 것이다. 회사의 요구서 배포 이후 노동자들은 크게 술렁였다. 노무담당 관리자는 노동자들을 만나 사내협력사 설립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일부 노동자들이 사직서를 제출해 사내협력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공장 내 게시판에는 희망퇴직 공고문이 붙었다. 희망퇴직은 오토인더스트리 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희망퇴직 신청기간 동안 회사 측 노무담당 관리자들은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 시행을 언급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회망퇴직을 권유하고 나섰다. 오토지회는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되거나 잔업·특근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한다. 변창훈 지회장은 잔업·특근이 없어 수당을 못 받게 된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혼란 속에 지난해 4월까지 5개의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가 설립됐다. 이후 오토인더스트리의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는 언론을 통해 ‘새로운 경영실험’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임금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3년 단위로 오토인더스트리와 도급계약을 맺기로 하면서 고용마저 불안해졌다는 게 오토지회 측의 설명이다.

전적 거부하자 ‘풀 뽑기’ 지시, 노조는 와해 직전

오토지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는 빠르게 정착돼갔다. 100여 명에 달하던 오토인더스트리 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도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 시행 한 달 후인 2016년 5월에는 10여 명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동시에 생산라인의 90% 이상이 사내협력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 대신 회사 측은 “일감이 없다”며, 전적을 거부한 오토지회 소속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공장 바닥 청소와 실외 배수로 청소, 제초작업 등을 지시했다. 오토지회에서 작성한 지난 1년간 조합원들의 업무일지를 보면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가 정착한 5월 무렵부터 청소와 제초 같은 시설관리 업무를 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특히 한창 잡초가 자라나는 7월부터 8월까지는 집중적으로 제초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경고장 발부도 이어졌다. 근무지 이탈, 작업지시 거부, 근무태만, 품질관리 미흡 등 사유도 제각각이었다. 회사 측 현장 관리자는 아예 경고장을 뭉치 째 들고 다니며 노동자들에게 서명 날인을 받기도 했다. 그 사이 오토지회의 세는 크게 축소됐다. 2015년 4월 설립 당시 98명이던 조합원 수는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 시행 직후 12명으로 줄었고, 2017년 2월 현재 9명으로 줄었다.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가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새로운 경영실험’, 소사장제와 다른 점은

앞서 오토지회는 사원주주형 사내협력사 제도와 소사장제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오토인더스트리 측은 자신들의 ‘새로운 경영실험’과 소사장제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하며 노조 무력화 의도는 없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사장제는 한 공장 안의 생산라인 중 일부를 책임자(소사장)에게 임대해 주고, 해당 기업(모기업)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때 소사장이 모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한 채 제품 생산에만 전념할 수도 있고, 사업자등록을 한 소사장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여 별개의 기업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살펴보면 오토인더스트리의 사내협력사제도는 소사장제에 부합하는 면이 크다.

다만, 자신들의 조·반장과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 사내협력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소사장제와 다를 뿐이다. 오토인더스트리가 희망퇴직과 사내협력사로의 전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 측의 대응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결국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노조 무력화와 관련한 의문은 잦아들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