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한민국, 공노총이 바로잡는다
흔들리는 대한민국, 공노총이 바로잡는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3.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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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기 이전에 국민
[인터뷰] 이연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조합원 수가 14만 5천여 명에서 15만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이야기다. 기존 공노총 소속 조직이던 행정부공무원노조가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과 통합해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으로 공식 출범하면서 규약을 정비해 상급단체를 공노총으로 결정한 것이 주요했다. 이로써 공노총 위원장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작년 공노총의 첫 직선제에서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연월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공직사회를 대변하는 공노총이 다시 바로잡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작년 12월 1일 임기를 시작했고, 오는 3월 18일 출범식을 열 예정인 이 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공노총 조직구성과 조합원 현황은?

공노총은 ▲교육청노조 ▲국가공무원노조 ▲국회(입법부)노조 ▲광역연맹 ▲시군구연맹 등 5개 연맹과 107개 노조로 구성돼 있다. 2월 17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하고 상급단체를 결정하면서, 공노총의 조합원은 14만 5천에서 15만이 됐다. 우리 소속에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경찰 14만여 명, 소방관 4만여 명 등을 광역연맹이 책임지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을 오래해온 것으로 안다.

경찰청 소속 공무원 출신이다. 2005년부터 경찰청노동조합의 출범에 앞장섰고, 노조활동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지금까지 공노총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공노총의 여성위원장을 시작으로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다.

작은 제도를 개혁하려고 노동조합에 들어왔지만, 뭉치고 보니 할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목표한 부분을 달성하면 끝내야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런데 공무원 노조활동이 공무원들의 근로조건개선은 물론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연결이 되더라. 보이는 것이 많아지니 해야 할 것들도 늘어났다. 조합 활동의 확대성과 보람됨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래 활동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시작한 계기는?

경찰청 내부 구성원은 다수인 제복경찰과 소수인 일반직으로 나뉜다. 내부에서 일반직은 보조 인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이 부분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 것이 계기다. 일반직군 안에서도 차별받는 여성들을 위한 모임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이 모임이 직장협의회로 커지고 경찰청노조로 확대된 것이다.

노조활동을 하는 데 여성으로서 장점, 단점은?

활동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법령과 제도권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구분 없이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활동가들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성이라 고충은 있다. 활동가이면서 아내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조활동을 하는 남성들은 활동가이면서 남편이고 아버지이겠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가정에 차지하는 비중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은 있다. 슈퍼우먼은 되고 싶지 않고,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가정의 협조를 받으면서 잘 해내려고 한다. 딸이 하나 있는데, 내가 하는 활동을 적극 지지해 준다. 남편의 경우 지지까지는 아니지만 인정해주고 도움을 많이 준다.

최근 행정연구원에서 공무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공무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공직사회의 성과주의 도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사회 안의 구성원들이 맡은 바가 다르다. 군인, 소방, 경찰, 동사무소, 보건소 등.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성과급과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면서 평가에만 집중한다. 공무원들 중 국가직은 임명직이고, 지방직은 선출직이다. 예를 들자면, 선출된 지방직인 시장은 국민들에게 공약했던 사안을 시행한다. 반면 그 아래 공무원들에게는 어떤 시장이 오든지 상관없이 행정서비스 등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업무가 있다.

그런데 만약 시장이 자신의 공약인 문화콘텐츠 강화 정책만 앞세우며 성과내기에 집중한다면, 일선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맡은 기본 업무 영역과 성과를 내야하는 업무 간의 충돌을 느낀다. 상급자의 입맛에 맞는 정책에만 몰두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직무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상급자에게 찍히면 평가가 나빠지는 구조도 심적인 부담을 가중시킨다. 공노총은 공공부문 성과주의 폐지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공공부문 성과주의 폐지를 위한 활동 계획은?

성과급과 성과연봉제, 즉 성과퇴출제를 전면 폐지하라는 요구다. 사실 성과연봉제는 이미 18년 동안 국가의 공공부문 기조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김대중 정권이 제도를 도입했고, 노무현 정권이 공무원 사안에 적용해 조금씩 수정을 하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우선 지금까지 시행해온 성과급과 성과연봉제를 전면 멈추고, 재검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어떤 피해가 갔고, 공직사회에는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점검해 없애야 할 부분은 없애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할 부분은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정부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상정한 성과퇴출제는 폐기돼야 한다. 이는 성과연봉제도 하에서 2년 연속 저성과자가 되면 직권면직(임용권자의 일방적 의사와 직권에 의해 행해지는 면직행위)을 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공공부문 성과주의를 없애기 위해 대선후보들에게 이 같은 정책 제안을 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선국면에서의 공노총 주요 사업은?

대선국면에서 공노총의 핵심 사업은 앞서 언급한 ▲성과주의 폐지 ▲공무원노조법 개정 ▲대(對)정부 단체교섭 등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라면 자율적인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정부와의 교섭이 2008년 이후 답보상태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에는 3가지 중점 사안이 있다. 현재 공무원은 특별법에 의거해 노조활동을 한다. 특별법이 있어 단체는 만들었지만, 단체교섭도 단결권도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로 노동 3권 중 1.5권만 부여받은 반쪽짜리 노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소설립단위 완화 ▲가입범위 확대 ▲타임오프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노조의 최소설립단위를 부·처·청 및 위원회로 확대해야 한다. 또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현재 기준을 완화해 5급 이하로 가입 가능한 대상을 넓히고, 소방공무원의 단결권도 보장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에서 시행하고 있는 타임오프제 즉, 근로시간면제제도를 공무원노조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공노총 현 집행부는 3가지 핵심 사업을 포함한 11대 과제를 구체화해 시행할 계획이다. 공무원 정치참여 기본권 보장, 학교조직 법제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적연금 강화 등 나머지 과제는 단체교섭을 하면서 추진할 것이다.

노조활동을 시작하기 전과 현재 공직사회의 바뀐 점이 있나?

변화가 있다. 노조의 전과 후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조직이 ‘민주화’되고, ‘부정부패’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찰청은 위에서 하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굉장한 수직적 조직이었다. 완벽한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생기면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성명서도 내고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조직이 민주화되는 데 기여했다. 또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이는 큰 변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공직사회에 대한 실망이 크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는 장관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몰래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다. 공무원 노조는 6급 이하만 가입이 가능하다. 이런 부분은 몰라서 견제가 안 된다. 혹여 이런 그릇된 부분을 알아도 노조에 제보를 잘 못한다. 내부 고발을 했다가는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공노총이 해야 할 부분이 드러난다. 국정농단 사태를 근본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 총연맹이라는 조직에서 비리를 제보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조가 내부 문제를 알린 개인의 생계와 법적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정책입안 단계부터 집행이 되는 과정에서 감시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누구나 자유롭게 조직 내부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공무원노조법 개정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들의 노조가 활성화되면, 공무원들의 견제기능이 강화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바로잡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11대 과제 중 ‘국민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도 있던데?

국민과 공무원은 분리되지 않는다. 공무원도 맡아 하는 분장된 업무만 공적 영역이지, 나머지는 국가의 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영역이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이루려고 하는 것에는 노조가 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국민의 일과 조합원의 일로 나눠볼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의미다. 또 공무원조직의 권익이 향상되면,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이 좋아지면 국민인 공무원도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의 특수한 위치를 알 수 있다. 국가를 이루는 것이 정부와 국민이다. 우리는 국민이면서 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이기도 하다. 공무원을 천 년, 만 년 할 수 없다. 공무원이 10이라면 국민이 90을 차지한다. 국민에 해당하는 영역이 더 크다는 뜻이다.

국민인 나를 위해서 공직사회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제3지대가 노조라고 생각한다. 또 국민과 국가라는 사이에 제3지대에 위치한 공무원노조가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민도 위하고, 공무원들의 권리도 찾으면서, 국가를 강화시키는 것. 이것이 공무원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