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고픈 Google
아직도 배고픈 Google
  • 참여와혁신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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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뭘 노리나
한국시장 진출 전망 분분,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구글의 명성 · 평판이 몰고 올 변화 주목해야

구글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R&D센터 설립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국내 웹 비즈니스 그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의 웹 비즈니스 선두 기업들이 앞 다퉈 인력을 충원하고,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M&A를 시도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기업의 운영 스타일로는 이런 움직임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구글이 어떻게 성공을 했는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 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 설립에서 히트까지
구글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많은 책과 언론에 의해 일반인에게 알려져 왔다. 구글의 창립에서 IPO(기업공개) 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알아보자.

구글은 1996년 1월, 스탠포드대학에 재학 중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의 연구과제로 시작되었다. 프로젝트 명은 ‘백 링크’, 즉 자신에게 링크한 페이지가 많을 경우 검색의 상위에 노출시키는 형태였는데, 이 방식에 의해 1998년 9월, 친구의 차고에서 구글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 회사는 투자를 받아 곧바로 실리콘밸리로 옮기게 되고,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 마운틴 뷰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구글의 극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 사건은 2000년에 시작됐는데, 이 해는 구글 검색에 광고가 등장한 시기이다. 구글이 팔기 시작한 광고는 소위 키워드 광고라고 불리는 것인데, 광고주들이 클릭당 50원부터 경매를 할 수 있는, 현재 야후가 인수한 ‘오버추어’와 비슷한 경매 입찰식 시스템이다.

구글은 이 광고 시스템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되고, 2004년 8월, 기업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재미있게도 이때부터 구글의 창립자 두명과 CEO인 에릭 슈미츠(Eric Schmidt)의 연봉은 1달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브스(Forbes)지에 따르면, 구글의 창립자 두 명의 부호 순위는 세계 26위와 27위를 달리고 있다.

 

이후에도 구글은 9000명 이상의 직원을 뽑았고, ‘유투브(YouTube)’와 같은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웹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에 손을 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현재까지의 거의 모든 수익은 광고에서 발생하며,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광고매출의 비율도 99%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 ‘시장’부터 정의하자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은 구글이 한국 선두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NHN, 다음 커뮤니케이션, SK 커뮤니케이션즈 등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고, 한국 시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게 될지를 분석한 글을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장’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 분석가들은 주가를 기준으로 NHN과 다음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한다.

 

반면, 인터넷 전문가들은 트래픽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개인적인 호감도를 기준으로 비교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구글이 한국에 세우기로 한 R&D센터는 영업사무소(Sales Office)가 아니다. 한국엔 작은 규모의 영업사무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구글의 R&D센터는 매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매출이 없는데 어떻게 기업과 기업을 비교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것일까?

 

이런 이유로 생긴 용어가 바로 ‘주목 비즈니스(Attention Business)’라는 용어인데, 주목 비즈니스 이론은 사용자의 주목을 받는 기업의 가치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높다는 것으로, 기업의 수익성은 그 다음 문제가 된다. 현재 인터넷에 있어서 수익이 없는 기업도 주목도만 있다면 투자를 받아 기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주목 비즈니스’에 주목하라

따라서 구글이 한국에 R&D센터를 만든다는 점은 한국 시장의 변화를 주진 않겠지만, ‘주목’을 변화시킬 순 있다. 주목이라고 하는

 

것은 트래픽과 관련이 있지만, 꼭 트래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평판이라는 어감과 비슷한 느낌으로 단어를 떠올려 보자. 남대문에 가면 수입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든지, 동대문에 가면 싸고 질 좋은 옷을 살 수 있다는 평판이 그것이다.

 

NHN에서 운영하는 국내 제일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 광고 수익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지식인에 가면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평판과 답변을 올려주는 사람들의 ‘주목’이 있다. 네이버는 그런 주목으로 인해 검색 결과에 광고를 배치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고 있고, 절대 수입 자체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서 R&D센터를 세우고, 기타 많은 서비스들의 한글화를 시도하고, 서버를 국내 IDC에 입주시켜 체감속도를 향상시킨다면, 지금보다 많은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목의 이동은 네이버 보다 다음이나 야후 코리아, 네이트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터넷 기업이라고 해도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지향하는 바는 상이하게 다르다. 겉보기에는 비슷할지 모르나 핵심 아이템은 네이버는 지식인, 다음은 카페와 미디어, 네이트는 싸이월드와 모바일과의 연동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위 포탈 중 어떤 회사도 웹검색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외국계 기업인 야후 코리아만이 웹검색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구글이 기술회사라서 검색 기술이나 수익모델(Business Model)과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국내 기업은 구글을 그런 면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구글을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할수록 구글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고, 구글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분석가의 보고서는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구글의 성공은 치밀한 전략에 의해 온 것이 아니다. 야후도 마찬가지였지만, 구글도 기막힐 정도로 운이 좋았을 뿐이다.

 

현존하는 인터넷 기업 시장 중 수익이 가능 높은 분야가 검색이고, 광고 시장 중 수익이 가장 좋은 분야 역시 검색 키워드 광고 시장이다. 구글은 우연으로, 수익이 가장 좋은 분야 모두에서 1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실은 구글이 만들어 졌던 1998년에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따라서 구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는 미래의 특정 시장에 대한 수익성에 대해서 예측할 수 없다. 구글이 키워드 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전까지 구글은 일개 벤처기업일 뿐이었고, 인터넷 광고 시장이 극적으로 팽창하면서 구글의 수익도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그렇다고,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 대응하지 않는 것도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야후가 생기기 전까지의 인터넷 기업은 수익성이 좋다 하더라도 기업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야후와 구글의 출현은 기존 기업에 있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기업은 누구일까? 물론 구글의 창업자이겠지만, 그들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구글에 투자를 한 소프트뱅크일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구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지분이 있는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유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세우기
미래의 인터넷 기업의 최강자가 어떤 아이템에서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지금의 상황으로 본다면 한국의 싸이월드라고 하는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부분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만, 그것 역시 예측일 뿐이고, 아직까지 구글의 광고 수입을 넘어서는 일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기업들은 가상의 기업을 상대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고, 어떻게 보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기업이 아니면서 인터넷 기업 위에 군림하는 대표적인 회사는 ‘미디어 황제’라고 알려져 있는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다. 머독은 전 세계의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해서 거대한 컨텐츠 사업을 하고 있고, 이 회사는 야후나 구글과 파트너십 협상을 할 때에도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마이스페이스를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구글은 마이스페이스와 2007년 1분기부터 2010년 2분기까지 3년 광고 제휴로 최소 9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래 기업과 경쟁하지 말고 주력 아이템에 집중하라
이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미래의 강력한 기업과는 경쟁하려 하지 말라는전통적인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야후가 거대해 졌다고 야후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구글이 거대해 졌다고 구글과 경쟁하지 말라. 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스타급 기업들이고, 눈여겨 볼 기업은 이들이 아니라 이들 뒤에서 이득을 챙기는 뉴스코프나 컴퓨터 제조업체 델(Dell)과 같은 기업이다. 스타급 기업 뒤에서 이득을 보는 기업은 한결같이 한 분야에 대해서 독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자신의 주력 아이템에 있어서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수익을 증대시키고, 고객을 확충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자신이 직접 운영해서 저들보다 나을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자. 구글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력이 9000명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그것은 구글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