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노조하라
젊은 그대 노조하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3.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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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새 기관차 달고 공공철도 이끈다
[인터뷰] 강철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지난 1월 25일 제27대 집행부를 선출했다. 위원장에 강철 서울기관차승무지부장이, 수석부위원장에 김갑수 철도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 대표가, 사무처장에 이경락 구로열차지부장이 한 조를 이뤄 단독으로 출마해 87%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은 선거 구호로 “젊은 그대 노조하라”를 내걸었다. 2001년 사상 첫 직선 위원장을 선출해 내고도 후배 활동가가 없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선배들에게 큰 짐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게 새 집행부의 설명이다. 3월 임기 시작을 앞두고 인수인계 작업이 한창인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강철 위원장이 그리는 철도노조와 철도산업의 상에 대해 들어봤다.

‘민주노조’ 건설 15년… 세대교체 나선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간단히 평가한다면?

단독선거로 진행됐던 과거 네 번의 선거 때보다 찬성률이 높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찬성률이 굉장히 높았는데, 노동조합이 투쟁을 해야 할 시기이거나 기타 중요한 시기에는 찬성률이 더 높고 지금처럼 투쟁 직후에는 찬성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74일 동안 파업을 하고, 조합원들이 열심히 투쟁했고 나름의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결론을 못 맺고 파업을 끝마친 데 대한 실망감도 있었던 것 같다.

선거기간 중에 현장을 다닐 때에는 조합원들에게서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당장의 임금문제, 성과연봉제에 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아쉬움 같이 74일간 파업의 후유증이 있지 않겠나. 반면에 그 동안 철도노조가 싸워오면서 얻었던 파업에 대한 사회적인 정당성을 인정받은 점을 통해 다가오는 대선과 단체협상에서 성과를 거둬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있다. 조합원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거 구호 “젊은 그대 노조하라”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후보들이 젊다는 건 아니다. (웃음) 철도노조가 민주노조로 된 지 15년 정도 됐다. 지금까지도 주력 간부들은 민주노조를 건설할 당시에 활동을 했던 분들이다. 후배들이 많이 참가하지 못했는데,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신규채용이 잘 안 됐다. 노동조합이 앞으로 성장하고 또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젊은 조합원, 새로 들어온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사하게 된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얘기했듯, ‘대한민국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노동조합 활동을 하십시오’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령으로 가르기는 쉽지는 않지만, 40대 정도가 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새로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여기에 좀 더 젊은 20대, 30대가 같이 활동을 해야 하고. 그렇지만 철도노조 활동가들의 세대가 나이대로 정확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초 민주노조 건설 시기에 활동했던 선배들의 나이가 당시에 20대에서 30대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젊었다. 민주노조 건설 이후에 새롭게 철도공사에 입사한 사람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자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른바 2030세대 조합원들을 조직화 하겠다는 목표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지?

사실은 되게 어려운 문제다. 이전 집행부에서 청년사업을 진행하고자 했고, 현장체험이나 해외연수 등을 통해 함께 젊은 조합원들과 여행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다만 일회적이다 보니 성과로 쌓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일상적으로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SNS를 활용해서 전체 조합원들은 물론 젊은 조합원들과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필요하다.

실제로 현장에서 간부들이 양성되는 과정을 보면 일상적 사업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 조직이 된다. 지금까지 철도노조가 여러 번 파업을 했지만, 결과를 못 가져온 때가 많았다. 표면적으로는 싸움의 대상이 철도공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와 싸우다보니 결론을 못 낼 때가 많다. 정부의 정책을 저지하는 정도의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결실을 맺는 시기이다.

껍데기만 남은 철도공사, 대륙철도 대비해야

철도노조는 오랫동안 정부의 철도민영화에 대해 반대해 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재통합(상하통합)과 더불어 SR과의 통합(수평통합)을 공약했는데?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를 시작으로 해서 철도 발전방안과 관련된 고민이 있다. 민영화는 안 된다고 하니까 정부나 철도공사가 계속 외주화를 하면서 민영화는 아니니까 괜찮다고 하는데 철도는 규모의 산업이다. 남한 내 철도구간이 짧기 때문에 다 합쳐서 운영해도 산업이 성장하거나 적자를 피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걸 쪼개놓는다고 해서 경쟁이 되는 구조도 아닐 뿐더러 다 잘라내고 나면 껍데기만 남을 거다.

대한민국 철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도 더 돼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대륙철도, 유라시아철도를 통해 한반도를 물류허브로 하겠다고 했다. 충분히 가능하고, 철도가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토부와 철도공사의 발전계획은 경부·호남선 여객열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떼서 팔겠다는 거다. 경부선과 호남선만 다니는 철도회사가 러시아나, 유럽의 철도회사와 경쟁이 되겠나.

한국 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되더라도 지금처럼 두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거다. 그러지 않으려면 시설과 운영을 재통합해야 하고, 외주화 했던 작업을 되가져와야 한다. 일단 올해는 SR과의 통합을 시작하려고 한다. 대선 시기에 맞춰 철도의 발전방향, 상하통합과 수평통합을 가지고 노동조합 내부에서 토론하고 이것을 국민들에게 선전해 내는 작업을 진행할 거다. 아울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질의를 하고, 정책협약을 실현해 내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외국의 철도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만, 현 상황을 보면 시설 유지보수나 물류업무가 외주화 되고 있다. 앞으로 노사관계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철도공사가 노동조합의 선거 시기를 틈타서 외주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각 분야별로 교섭이 진행될 거다. 홍순만 사장이 본인 스스로 임기 말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걸로 안다.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도 임기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거다. 지금 시민들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보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철도공사 사장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철도를 망가뜨려놓고 떠나는 건 중지돼야 한다.

철도공사에서는 안산선 시설 외주화, 오봉역 입환 외주화 외에도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KTX 제동장치 및 주행장치 정비인력 140명을 외주화 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안전과 핵심적으로 관련 있는 업무들을 외주화 하겠다는 얘기다. 돈 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건 사회적 아젠다가 됐다. 외주화를 막기 위해 교섭과 투쟁을 함께하면서 사회적 힘을 모아서 해결하겠다.

잇따른 법원 판결, 노사관계는 빨간불

지난 2월 3일 대법원이 2013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지도부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게 좋아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당연한 판결 아닌가. 노동조합의 파업에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업무를 못 하게 하는 게 노동자들의 파업이다. 이걸 가지고 형사 처분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번 판결은 말도 안 되는 걸 원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고, 그 동안 철도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 자체를 돈으로 휘감아서 못 하게 만드는 현실에 일정 정도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본다. 다만 상세한 내용을 보면, 한편으로 철도민영화 저지 파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법이라고 대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에 반쪽짜리 판결이라 생각한다.

공공부문에서 정부 정책 아닌 사안은 단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임금교섭도 정부가 가이드라인 정해놓으면 거기에 따라가는 거다.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하지 않는 게 뭐가 있으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임금, 고용 등과 연관되지 않은 게 뭐가 있나. 그런 의미에서 이전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판결이지만, 파업 자체의 불법성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보다 앞선 1월 31일에는 대전지방법원이 철도노조를 비롯한 5개 노조의 개정 보수규정(성과연봉제 도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초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본안소송은 어떻게 될 거라 보나?

사실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측면이 있다. 이번 가처분 인용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회사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데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가 74일간 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간부들을 대량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정신 차려야 한다. 본안소송은 일단 2월 13일에 1차 심리가 있고 우리끼리는 본안소송에서 이길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다가, 아무리 대한민국 법원이 보수적이더라도 스스로 이미 판결한 바가 있는 사항을 되돌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에 대해서는 아주 낙관하고 있다. 다만 지난 번 진주의료원 판결처럼 ‘원고의 주장은 맞지만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식으로 판결이 내려질 지도 모르는 사업장이 있어서 정책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폐기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법률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74일간 파업의 후유증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이번 집행부의 역할이 클 것 같은데?

현장을 돌면서 참 어려운 시기에 선거 나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열심히 싸워온 만큼 올해는 그 결실을 맺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규약과 형식적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좀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별한 의제가 없더라도 조합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최근 4~5년 동안은 철도 노사관계가 유독 안 좋은 때였던 것 같다. 앞으로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철도공사가 사실상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다. 낙하산으로 떨어져서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장은 와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철 지난 민영화, 외주화, 경영평가라는 잣대만을 들고 나오면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되기 어렵다.

철도의 발전 전망, 그리고 공공성을 기본 바탕으로 정부와 철도공사 경영진이 나온다면 노동조합과도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노사관계 정상화의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해고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KTX 승무원 문제나 안전업무 외주화 문제도 있다. 최근에는 KTX의 흑자를 SR이 다 가져가게 하면서 비수익 공익서비스 비용(PSO) 보상도 650억 원 가량 줄였다. 그런 와중에 74일 간 파업으로 2월 9일부터 철도노조 간부 254명에 대한 징계도 시작됐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만들어지기 어려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