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아닌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
임금인상 아닌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3.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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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업무지원직, 10년 일해도 신입보다 낮은 연봉
[인터뷰] 윤정욱 마사회업무지원직노조 위원장

한국마사회의 업무지원직노동조합 (이하 업무지원직 노조)이 임금 체불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의 기저에는 무기계약직이라는 변형적인 고용형태가 자리하고 있다. 계약직이었던 마사회 업무지원직은 2007년을 기점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세간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무기계약직은 한시적 고용에 따른 불안만 해소했을 뿐, 임금과 노동조건을 정규직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장기적으로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뇌관으로 작용된다. 더욱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의 업무 동일성이 높을수록 갈등의 요인은 커진다. 업무지원직과 정규직 업무의 유사성은 사용자인 한국마사회도 인정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회사는 문제 해결은커녕 지난 10년 동안 방관자를 자처했다. 2011년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업무지원직 노조가 결성되면서 없던 성과급, 복지 포인트 등의 차별대우가 부분적으로 개선됐지만, 해당 직군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은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업무지원직노조 윤정욱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사측은 해당직군의 자연 퇴사를 기다리며 부족한 인력을 외주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무지원직군은 어떤 일을 하는가?

한국마사회 업무지원직은 총 185명이다. 이들은 일반정규직(이하 일반직)들이 하는 업무를 전부 다 하고 있다. 크게 ▲현장지원 ▲기술지원 ▲사무지원 업무로 구분된다. 출발보조, 말관리, 경주로 관리 등 현장직군이 50%를 넘고, 응급구조, 방송 카메라 등 기술직이 50여 명, 사무직이 30여 명이다.

현재 조합원 현황은?

2017년 1월 기준 167명이다. 조합원 수는 오픈숍이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한다. 조합원이 아닌 분들이 제법 있었는데, 회사에 대한 임금체불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던 작년 10월의 경우 8명이 가입하기도 했다.

전 직군의 90%가 조합원이면 조직율이 좋은 편이다.

부산, 제주 등 지역의 경우 전원이 다 가입돼 있다. 그런데 서울에 열 몇 명이 가입을 못하고 있다. 지방사업장은 정규직과 업무지원직의 비율이 6 : 4 정도는 된다. 반면 서울은 10 : 1 이다. 서울경마장의 경우 현장부서를 제외하면 각 부서에 한 명씩 떨어져 있는 셈이다. (관람대 경우 16개 부서로 나뉘는데 9명 정도의 업무지원직이 있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조합원이 아니어도 고충이 있으면 찾아와 이야기하라고 해도 오지 못한다. 근무평가 S나 A를 받던 분들은 평가가 나빠지면 조합을 나간다. 팀장의 평가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본부 내 전보가 워낙 자유롭다. 인사이동이 본부장 권한이다 보니 팀장이 마음먹고 팀 직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고 하면 바로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다.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 조합원 모두 이 점을 무서워한다.

작년 3월 업무지원직 조합원 전체 투표를 통해 유니온숍로 바꾸려고 시도한 이유다. 당시 투표는 92%가 참여했고, 88%가 찬성했다. 이후 특별 단협에서 사측에 투표결과를 보내고 유니온숍 전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가 계속 거부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끌어 모으는 것은 가능한데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 인원이 일정 수에서 늘지 않는다.

앞서 준비했다는 체불임금 소송은 어떤 내용인가?

임금체계를 일반직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다. 체불임금 소송의 핵심 내용은 ▲시간외근무수당 ▲정근수당 ▲장기근속수당 ▲가족수당 등 4가지다. 이는 2007년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2011년 노조 결성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부분이다. 일반직과 업무지원직이 동일한 업무를 해도 첫 급여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채용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인정한다고 해도, 급여를 계산하는 방식 즉, 체계는 동일하게 정비해 줘야하는 것 아닌가.

현재 업무지원직의 임금체계에 대해 설명 해 달라.

체계가 없다. 10년이 넘는 동안 회사는 업무지원직을 방치하고 있다. 지방사업장마다 업무지원직의 입사연봉이 다르다. 지역의 시장 상황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이다. 임금체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서울에서 월 250만 원을 받고 하는 일을 지역에서는 200만 원도 못 받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10년이 지나도 갓 들어온 신입이 돈을 더 많이 받아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금 체계에서는 처음에 200만 원을 못 받던 사람은 10년이 돼도 25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

일반직의 임금체계와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직은 28시간 시간외수당을 받는다. 경마수당을 시간외수당으로 변경해 업무가 발생하지 않아도 급여 안에 포함돼 통상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업무지원직은 시간외수당 자체가 없다. 또 일반직은 호봉제다. 무기계약직인 업무지원직은 연봉제이기 때문에 처음 들어올 때 받은 연봉이 그대로 유지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일반직의 평균 연봉은 9,000만 원이 넘는다. 업무지원직의 경우 3,900만 원 정도다. 그 전에는 3,700만 원대였는데, 2016년 마사회가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수치가 좀 나아진 것이다.

일반직 전체 평균 근속기간은 16년으로 본다. 업무지원직도 평균 근속연수가 11년 정도 된다. 적어도 회사에서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일을 하면, 사정이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업무지원직에 대한 승급도 2013년에 딱 한차례 있었다. 당시 7명이 일반직으로 전환됐는데 그 이후 전무하다. 근속연수에 따른 보상도 있어야 하고, 규정상 승급이 가능한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퇴직을 하겠지만 이후 들어오는 후배들을 위해 적어도 임금체계라도 제대로 잡아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소송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기획재정부는 2011년부터 2014년 전까지 무기계약직(업무지원직)을 ‘임금총액제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업무지원직의 임금부분은 사업비 예산 항목이었다. 사측에게 임금 인상이나, 시간외수당 지급에 대한 운용의 여지가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는 말이다. 임금체계의 문제점 등을 꾸준히 제기하며 사측과 논의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더라. 2015, 2016년의 경우 기재부가 관리하는 임금인상률에는 포함됐지만, 경영평가 항목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애초에는 경영평가 대상이었는데, 이에 반대하는 공기업들의 연대로 2년을 유예시킨 것이다.

올해는 무기계약직(업무지원직)에 대한 임금인상률도 경영평가 요소에 넣겠다고 한 상황이다. 즉, 앞으로 임금의 단 1%도 조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작년 연말까지 소송을 넣지 않고 최소한 회사와 합의를 보겠다고 한 이유는 또 있다. 지금 현재 고용노동부에 부당한 임금체계에 대한 진정이 들어가 있다. 작년 4월, 기관으로부터 시간외수당 같은 경우는 근기법 56조 위반이므로 지급돼야 한다는 질의 회신을 받았다. 내용을 확인한 8월 이 부분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정식으로 진정을 넣었다.

작년 12월에 임단협이 완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당시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고 한번 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시간외수당 문제 정도는 해결하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에 관련 사안의 진정이 걸려있기도 했다. 사측은 고용노동부의 진정 답변이 나오고 사안의 처리하는 과정에서 업무지원직과 사측 인원을 각각 두 명씩 포함시켜 TF팀을 만들고, 업무지원직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업무지원직의 노동 실태, 인원 배분 등에 대한 전체 사업장의 전수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 TF은 조직돼지 않았다. 사측은 고용노동부가 지급하라고 한 금액을 줄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현 회장은 작년 말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임기를 끝냈다.

이후 사측은 ‘인사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업무지원직 관리 방안을 새로 만들고, 정원 등의 부분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와 대화를 나눴는데 여전히 업무지원직 노조에게는 불리한 내용이 많았다.

노조에서 조합원에게 체불된 것으로 파악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

아직 체불된 임금의 정확한 액수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낸 진정에 대한 마지막 변론자료를 2월 3일에 넣었다. 당시 167명이 받아야할 시간외 수당으로 추산한 금액은 25억 9천만 원이다. 정근수당, 장기근속수당, 가족수당 등을 포괄할 체불임금 소송은 6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본다.

소송 준비는 끝났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도 추가 자료를 계속 만들고 있다. 시간외수당의 경우 근무시간에 관한 자료만 준비하면 된지만, 지금 소송에는 차별시정에 대한 법률인 근기법 6조 위반에 대한 부분까지 다룬다. 일반직과 어떤 식으로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챙겨야 한다.

근거 자료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업무지원직군들은 거의 대부분 일반직들이 하는 업무를 대신 받아서 한다. 일반직은 전보가 잦고 업무지원직의 경우 한 지역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7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정해진 업무만 줬지만,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직 3~4명이 하던 일을 업무지원직 혼자서 하는 경우, 업무지원직이 4~5가지 업무를 하다가 일반직이 오면 하던 업무를 넘겨주는 경우 등이다.

지금은 일반직으로 다 통합이 됐지만, 전임직이라는 일반직 중 현장직이 있었다. 89년도 경마장이 뚝섬에서 과천으로 이전하고, 개인 마주제로 전환하면서 대부분의 현장직들이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이 같은 전환은 94년 이후 없었다. 현재 남아 있는 이들 200여 명 대부분이 고령이다. 퇴직 후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 업무지원직 노동조합이 생긴 이래 작년까지 그 중 50명 정도가 퇴직했다. 그러나 해당 업무에 인력이 충원은 8명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42명의 일손이 부족한 것이다. 그 업무는 고스란히 업무지원직군에게 전가된다.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한 업무를 옛 직군으로 뽑는 대신 외주로 돌리려고 한다. 문제는 업무지원직들의 나이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송은 전망은?

사측은 체불된 임금을 절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무지원직군 노동자들이 자의로 시간외근무를 했다는 주장을 편다. 시간외근무수당의 경우 여지없는 근기법 56조의 위반이다. 그 증거도 명백하다. 퇴근 기록은 없지만, 출근시간이 기록된 근무 편성표가 있다. 새벽 5시에 출근한 사람이 법이 정한 근로시간대로 2시에 퇴근하면 이후 경마는 중단된다. 업무지원직군의 시간외근무는 이렇게 상시적으로 발생했다. 평소 경마에 9시에 출근해도 6시에 퇴근하지 못한다. 경마가 끝난 후 1시간 정도는 처리해야할 잔업이 있기 때문이다. 80%까지 긍정적인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일부 승소를 예상한다.

장기근속수당, 정근수당 등의 경우 현재 일반직 단체협상안이나 임금규정안에 통상임금으로 포함되는 근거가 될 부분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일반직도 작년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고, 올해 임금구조개편 등을 하면서 해당 수당 등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소를 제기해 인정될 여지는 적다고 판단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시도하는 것이다.

<용어정리>

시간외근무수당
시간외근무수당 또는 초과근무수당이라고도 한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무에 대하여 사용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근수당
공무원에게 업무수행의 노고에 대한 보상과 권장을 위한 취지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예산의 범위 안에서 근무연수에 따라 매년 1월과 7월의 보수 지급일에 지급하는 수당. 보수월액 산정에 포함되는 수당.

장기근속수당
근속기간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근속수당은 은혜적 금품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임금의 성격을 갖으며, 행정해석도 ‘연·월차 개념의 근속수당’을 근속연수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며 평균임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근속기간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근속수당은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근속수당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다면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족수당
가족수당은 노동의 질(質)이나 양(量)과는 무관한 것으로 임금의 본질적인 면에서 비판을 받아, 오늘날에는 본봉에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도 실질임금이 낮아, 가족 수가 많은 노동자의 생활보조의 한 수단으로 이를 지급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