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위원장을 약속한다
소통하는 위원장을 약속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3.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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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중심에서 위원장 자리까지
[인터뷰] 송병준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

“기본에 충실한 단결된 노동조합을 재건하겠다” 지난 1월 25일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13대 위원장 취임식에서 송병준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은행이 최소한 지녀야 할 공공성이 외면당하고 돈벌이로만 여겨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노동조합의 기본은 단결과 투쟁”임을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에서 올해는 많은 기삿거리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 모습에서 위원장이라는 이름 아래 그가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어떤 노동조합인가?

과거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금융권 내에서도 굉장히 위상이 높은 조직이었다. 2004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합병에 반대하여 17박 18일 은행권 최장기 총파업의 역사가 있음은 물론, 사무직군 최초의 태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도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노동의식이나 역량도 높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더 자랑하자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대기발령제가 없는 은행, 퇴직금누진제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기도 하다. 이것은 과거 역대 선배들이 많은 피와 땀을 흘려 쟁취한 산물이기 때문에 끝까지 사수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이고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는 것이 이번 임기 동안 달성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13대 집행부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기쁜 마음은 순간이었고 사실은 굉장히 마음이 무거웠다. 일반적인 시중 은행의 노동조합 같은 경우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업무만 주어지는데 우리 조직은 외국계 은행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 은행 노동조합에서는 다루지 않는 업무를 다뤄야 한다. 쉽게 말해 업무량이 많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경영자들과의 마찰도 존재한다. 외국인 경영진이 한국 실정이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아서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국씨티은행에서 시행하는 계좌유지수수료 도입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3월 8일부터 신규 수시 입출금식 계좌 고객에게 계좌 당 매월 5,000원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외국의 금융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은행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씨티은행이 더 나은 조직이 되려면 글로벌은행으로서의 장점은 살리고 한국적 정서와 한국 소비자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위원장은 선택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역사의 한가운데서 조합원들과 함께였다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 8대, 9대 집행부에서는 정책국장을 맡았다. 그때 18일간의 최장기 총파업을 주도했었고 사무직 최초의 태업 전술을 만들어 내고 실질적으로 태업 투쟁을 성공 한 경험은 아직도 조합원 모두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과거 노동조합 활동을 함께한 추억 그리고 그로 인한 검증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또 선거운동 중 많은 조합원들이 의사소통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 측의 일방통행과는 반대되는 의사소통의 방법 역시 이번 임기에서 보여줘야 할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 119운영도 이번 세부 추진계획 중 하나이다. 앞으로도 모든 의사결정은 조합원들과 함께할 것이다.

‘허브앤스포크’에 대해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방배동에 사는 소비자는 방배동 지점 은행에서 모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의 허브(핵심) 점포까지 가야 한다. 거기다가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객들만 거래가 유지되는 차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과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스포크(주변부)영업지점들은 폐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고용안정 비전을 앗아간다.

지난 2014년에도 은행이 점포 58개를 일방적으로 폐점했다. 외국인 경영자들에 의해 한국의 특수성과 한국 소비자들의 이해 없이 진행된 일이다. 당시 내부와의 협의 없이 외부 컨설팅 업체를 들여와 오직 숫자로 보이는 데이터만 보고 폐점을 강행했다. 당장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었던 신설 점포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졌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려고 한다. 은행의 디지털화로 인한 결정이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허브앤스포크를 통해서 점포 수를 추가적으로 줄이려는 꼼수가 아닌가. 어떻게 보면 비용 절감을 위한 몸집 줄이기인데 그 중심에는 자본의 논리만 있다.

만약 사측에서 이에 대한 협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이다. 협의 자리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지 않도록 은행이 계획하려는 것이 은행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경영진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위원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노동문제는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더 열악해졌다고 생각한다. 상층부의 그런 인식이 사회 전반의 관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노동조합은 국민의 집단인데 노동조합을 탄압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노동조합은 조직 내에서 경영진에게 직원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이다.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들이 그것을 좀 더 인식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하고 건강한 노동조합을 만들어가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전달해서 ‘같이’가는 노동조합이 됐으면 좋겠다.

송병준 위원장

덕수상고 졸
성균관대 법학과 졸
2001.11~2005.01 8대 노동조합 정책부장
2005.01~2008.03 9대 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2008.04~2011.01 10대 노동조합 정책부위원장
2017.01~ 現 13대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