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공사 넘어 통합노조, 지하철 산별노조로
통합공사 넘어 통합노조, 지하철 산별노조로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3.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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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의 선택은 ‘결자해지’
[인터뷰]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정초부터 노동조합의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조합원 수 6,300여 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지하철 노조인 서울지하철노동조합에서도 최근 선거가 치러졌다. 1기 지하철(1~4호선)과 2기 지하철(5~8호선) 통합공사 출범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후속 작업을 누가 맡게 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결과는 7개월여의 보궐임기를 마치고 ‘결자해지’를 내걸었던 최병윤 위원장의 재선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최병윤-박덕남 후보조는 52%의 표를 얻었다. 최병윤 위원장은 20대 집행부 임기 시작에 앞서 지난해 지하철 사업장을 달궜던 성과연봉제 저지와 공사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결과는 19-2기 보궐임기에 대한 평가와 직결될 것 같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해석한다면?

아무래도 선거 때 쟁점은 양 공사 통합 마무리였다. 공사 통합에 합의했던 당사자가 후속 논의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라는 게 조합원들의 표심이었을 거라 본다. 7개월 동안 짧게 일했지만, 구의역 사고 수습부터 시작해서 성과연봉제 파업까지 사건들이 많았다.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무리 없이 임기를 수행한 결과가 이번 선거로 나타난 것 아닐까.

올해 성과연봉제 파업을 통해서 그나마 서울시 산하기관 공동교섭을 통해서 합의를 했지만 여전히 페널티 문제가 남아 있다. 법원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인센티브 회수와 임금동결 페널티 적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업장도 행정자치부에서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이것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마음인 것 같다.

보궐임기 시작과 동시에 구의역 사고가 발생했고, 공사 통합이나 성과연봉제 파업 같은 굵직한 사안이 연속됐다. 아쉬운 점과 성과를 꼽으면?

개인적으로는 지난 보궐임기 중 제일 아쉬운 점은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에 노동조합의 분명한 입장과 요구를 가지고 과감한 투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집행부 인선도 안 된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사실상 빠져 있다 보니까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책상머리 대책이 많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안전업무직이 아니라 온전한 정규직을 요구한다든지 적정 인력을 확보하는 투쟁을 과감하게 하지 못했다. 나름의 성과로 보는 것은 지난해 9월 말 파업 당시 복수노조 상황에서도 큰 혼란이 없이 파업을 잘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전국 최초로 노·사·정 집단교섭도 이뤄냈다.

또 한 가지 성과는 공사 통합 성사다. 상반기 한 차례 부결로 조직 간의 입장차가 분명히 드러났고, 하반기에 공사 통합을 재추진하면서 지부장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합의안을 수정했다. 그럼으로써 통합 성사와 함께 조직 안정화도 가능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노조가 당면한 현안들은 올해에도 주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20대 집행부 활동의 밑그림은 무엇인가?

첫 번째 과제는 양 공사 통합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난 구의역 사고 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공공성, 안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보완해야 한다. 작업자들의 안전이 확보돼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궤도사업장 노동자들의 조직 발전 전망이다. 전국 지하철 단일노조를 포함해 조직 변화를 꾀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통합공사 출범에 맞춰 노조 통합까지 준비하고 있고, 선거 때에도 연내 양 공사 노조 통합을 공약했다. 가능하면 서울도시철도노조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7월 말 8월 초에는 양 노조를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서울지하철노조 창립 3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요컨대 올해 양 노조 통합과 아울러 2000년 이후 입사한 청년 조합원들에 대한 재조직화, 학습과 교육을 핵심 사업으로 고민하고 있다.

공사 통합의 난점 중 하나로 2·30대 조합원들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공사 통합 추진 과정에서 청년세대 중심의 제3노조가 생기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서울메트로정의노동조합’이라고 해서 300여 명 규모의 3노조가 출범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 다만 양 공사 통합 찬반투표 가결 이후 휴면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어쨌든 양 공사 통합은 세대 문제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통합됐을 때 승진이 적체될 수 있다는 것이 후배들의 주된 우려다. 후배들이 노동조합 내에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한다면 그들의 우려를 노동조합이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거다.

이것은 우리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올해는 노동조합 중앙의 인선부터 젊은 후배들이 전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와 이해가 집행부 내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고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퇴직하는 선배들 조직도 하고 있지만, 청년부 사업을 통해서 그들이 노동조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속에서 제3노조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을 거라 본다.

각 조직 간 이해관계 측면에서 공사 통합과 노조 통합은 맞물려 있을 것 같다. 노조 통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통합노조 출범을 공약하면서 임기 2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서울도시철도노조 집행부 임기가 7월 중순에 끝나니 그 즈음에 노조 통합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이어서 하반기에는 통합노조가 통합공사를 상대로 임단협을 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통합공사) 출범 후에도 3개 노조가 각각 유지되면 그 어느 곳도 과반이 안 된다. 그러면 각각 개별교섭을 하거나 연합교섭을 해야 하는데, 개별교섭을 했을 때에는 자기중심적 관계나 요구가 만들어질 것이다.

개별교섭을 하는 순간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가 생길 것이고, 궤도부문 산별노조 건설도 요원해진다. 통합된 노조가 기준과 원칙을 정해서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야 한다.

현재는 작년 성과연봉제 저지 공동투쟁을 계기로 개별 사업장을 넘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양 공사 통합과 더불어 양 노조 통합을 계기로 삼아보자는 데까지 논의가 이루어졌다. 보다 심층적인 토론은 3월 10일부터 1박 2일 동안 열리는 전국 궤도사업장 대표자 수련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장 조합원들도 노조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서울메트로노조(2노조)와 갈등의 폭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