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열매도 함께 나누는 토지공사
생산성 향상 열매도 함께 나누는 토지공사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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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겪으며 서로의 버팀목이 된 노사
경영정보 공유로 불신 사전에 차단

한국토지공사가 2006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월 20일 노동부가 ‘2006년도 노사문화 우수기업’을 발표했을 당시 선정된 기업들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반면 한국토지공사는 별다른 홍보 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유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 “IMF시기 구조조정이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노사가 그제야 서로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고 위기 이후 노사문화를 잘 꾸려왔던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게 노사의 공통된 목소리다.

단지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음을 ‘떠벌리기’보다 기업다운 기업이 되기 위한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노조, “회사가 튼튼해야 조합원이 튼튼하다”
IMF로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바람은 공기업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전직원의 27%, 670명을 감축해야 할 위기가 닥친 것. 노동조합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지만 연간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음해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등 공사 자체의 활로가 막힐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많은 고민 끝에 구조조정을 수용했다. 대신 희망퇴직자를 위해 남은 직원이 1인당 100만 원씩을 갹출해서 24개월 정도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전달했다. 토지공사노동조합 박광식 위원장은 “IMF를 겪은 후 임금이나 복지보다 고용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실해 졌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활동도 튼튼한 경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토지공사 노사는 노사협의회는 물론 상시적으로 사업이나 경영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회사가 튼튼해야 구성원이 튼튼하다’는 인식을 노사가 같이 한데서 비롯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2004년 6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 특별협약서’를 체결하기에 이른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노사갈등의 요인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토지공사노동조합은 공사, 정부와 적극적 협의를 이어간 끝에 지난해 12월 공기업 중 제일 먼저 지방이전 입지선정을 완료했다.

“혁신도시 사업 자체가 공사의 일감을 늘려 고용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어 무조건적 반대는 피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이전 문제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공사, “직원 모두와 비전 토론하자”
사기업에 비해 상하 위계질서가 뚜렷한 공공부문 사업장의 문화는 때로 소통의 어려움과 ‘칸막이 문화’로 대표되는 경직성을 낳기도 한다.
토지공사는 이런 문화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열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전 직원 토론회를 개최했다. 2004년 ‘경영혁신 임직원 대토론회’를 거쳐 2005년에는 ‘혁신토공 열린 대토론회’로 이어졌다.

2004년 개최된 대토론회에서는 직급, 연령별 자유토론을 통해 의견수렴을 한 이후, 직급혼합 토론회를 통해 그 내용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마지막으로 전직원이 모여 종합토론회를 거치면서 공유하는 장을 만들었다. 사업장이 전국으로 분산돼 있는 관계로 이날 토론회에는 본사 전 직원과 지사에서 올라온 일부 직원이 참석했다. 직접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위해서 인터넷방송도 송출했다. 이날 196건의 혁신과제를 발굴하고, 혁신기획팀이 구성되기에 이른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과제를 발굴하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토지공사의 업무특성상 주요 사업지구 내 보상민원이 많은데다 대부분이 민원인의 생계문제와 연결돼있어 장기간에 걸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토지공사는 공사만의 고유한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다. 사업구역 내 주민과 환경단체 5명과 공사 측 5명이 갈등관리위원회를 구성, 운영해서 사전 환경성 검토에서부터 공동모니터링 등 사업 전 과정에 주민과 환경단체가 참여하게 했다. 또 환경갈등관리매뉴얼을 발간해 직원들이 더 효율적으로 갈등해결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왔다.

효과는 만족 할만 했다. 지난 2004년 청주 산남3지구 내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 두꺼비서식지인 ‘원흥이방죽’이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난항을 겪었지만 갈등관리시스템을 통해 환경시민단체와 논의과정을 거쳐 합의서를 체결했다. ‘원흥이방죽’ 일원 보존, 두꺼비 대체산란지 조성, 생태공원 확대, 두꺼비 자연배수로형 이동통로를 설치하는 등의 생태계획을 수립,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정부정책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등 성과를 거둔 셈이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성과 외에도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5점 만점에 4.1점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공기업 노사문화 선도할 것”
노조위원장과 CEO간 인트라넷 핫라인을 비롯, 다양한 노사 의사소통 채널을 통해 상시적인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는 토지공사에 여러 가지 열매를 가져다줬다.
지난 2005년 정부경영평가에서 14개 평가기관 중 최고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으며 한국경영지식학회에서 한국전력 등 자산규모 10조 이상 기업의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토지공사가 생산성 부문에서 공기업 중 1위, 사기업을 포함해서는 2위로 나타났다.

또 공기업 가운데 노조창립 이래 18년 무분규 사업장인 한국토지공사 노사는 1인당 매출액이 20억원 수준으로 공기업 1위다. 토공 노사는 대규모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직원 연봉제 도입에 합의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개성공단 건설 등을 노사협의회와 노사간담회를 통해 공개 처리하는 상호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토지공사 김재현 사장은 “노동조합을 경영파트너로 인정하고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대화하면서 서로가 만족하는 답을 찾고자 노력한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라며 “공기업 노사문화를 선도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 특별협약서
1. 윤리경영의 조기 정착추진
윤리경영실천 프로그램 개발, 경영성과 평가반영 등 생산성 향상 위해 노사가 적극 노력

2. 팀조직 확대 및 권한의 하부이양 강화
능률적인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팀 조직 확대운영, 현장사업소 중심 업무조직으로 전환

3. 업무절차 간소화 추진
보고문서 간소화, 계획적 회의운영

4. 건설사업관리시스템 구축
원가절감, 효율적 인력운영 위해 건설사업관리시스템 조기정착 노력

5. 자기개발 지원확대
e-learning 시스템 등 직원 업무능력 향상 위한 사이버 직무교육 확대 강화

 

▲ 한국토지공사
김재현 사장
“노동조합 도움 없다면 공사 발전 힘들어”
한국토지공사 김재현 사장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요인은?
경영정보를 노조와 공유하는 등 노조의 경영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조 또한 공사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썼다.
거기에 더해 노사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온누리봉사단을 꾸려 적극적으로 활동한 점 등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경우 예산 문제 등 정부로부터 완전히 자율적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해 왔나?
공기업의 CEO는 항시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정부와 국민, 노동조합 그리고 NGO 등 사회단체 등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고 지속적인 업무량 확보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 경영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경영정보를 노조와 함께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간혹 잘못된 정보나 정보 차단으로 노사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 남은 과제는?
토지공사를 영속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행복중심복합도시 건설, 혁신도시 건설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토지공사의 발전은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협조 없이는 모든 사업이 불가능하다. 노사가 서로 협조해서 공사의 일거리를 확보하고 정체성을 확보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
박광식 위원장
“민영화·해외매각 문제 노사가 함께 대비해야”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 박광식 위원장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요인은?
참여정부 들어서 공기업의 지방이전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노사갈등 요인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공사, 정부와 논의하면서 원만하게 지방이전을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또 하나는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한 데 있는 것 같다. 공사 측과 함께 장기플랜으로 사회공헌기금을 400억원 조성하고, 끝전모으기, 사회공헌펀드를 전 직원이 가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영평가에서 1위 기업이라는 점도 큰 기여를 했다. 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해 왔는데?
경영평가제도 내의 문제는 있지만 경영평가 1위를 받은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각각 특성이 전혀 다른 공기업의 사업을 단순 비교하고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은 분명 기업의 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평가는 지나치게 효율성, 수익성만 강조한다. 애초 공기업을 설립한 의의를 살리지 못한다. 그런 부분의 문제제기는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공기업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은?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노정간의 갈등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자율경영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통제를 강화한다. 예산편성지침, 공기업 지배구조개편 등 걸려있는 문제가 많다. 지배구조개편의 경우는 공기업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도 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은 끊임없이 영양가 있는 공기업을 눈독 들일 것이다. 결국 공기업 민영화나 해외매각의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