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 고심 끝 ‘매각중단’ 요구
금호타이어 노조, 고심 끝 ‘매각중단’ 요구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4.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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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담보 안 되면 총파업 불사”
‘제2쌍용차’ 우려에 정치권 관심 증폭
▲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매각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중국계 기업 더블스타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냐. 갈림길에 선 금호타이어 노조가 결국 ‘매각중단’을 채권단에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지회(대표지회장 허용대)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직원의 고용보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즉각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더블스타와 박삼구 회장 중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누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든 부실화로 인한 고용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에 대해 “자본력, 기술력, 경영능력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더블스타는 매각대금 9,550억 원 중 80% 가량을 중국 금융권 대출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빚이 금호타이어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삼구 회장의 경우 과거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5,000억 원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점도 지목된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더라도 부실로 인한 고용불안이 야기될 거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결국 매각중단을 요구하는 길을 택했다. ‘더블스타, 박삼구 회장 모두 믿을 수 없으니 시간을 더 갖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 금호타이어지회 간부들이 11일 기자회견 직후 삭발식을 진행하는 모습.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아울러 노조는 만약 매각이 계속 진행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용대 대표지회장은 “산업은행이 (노조의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매각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생산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는 ‘제2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며 노조 힘 싣기에 나서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이대로 가면 대규모 해고 사태는 물론 광주전남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향후 광주에서 연 100만 대 자동차 생산이 이루어지면 타이어공장의 생산 역시 축소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대선 이후 산업은행, 노조와 협의하여 고용보장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선대위 국민소통본부장은 “매각으로 인해 금호타이어가 가진 방위산업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셈법이 나날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노조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