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 百家爭鳴
백가쟁명 百家爭鳴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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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논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란 성어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나라의 힘이 약해지면서 서로가 천하를 손에 쥐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던 변혁기였습니다.

무수한 인물들이 자신의 야망을 펼치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민초들의 삶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지요. 말 그대로 ‘시체가 산을 쌓고, 피가 강을 이루는’ 현세의 지옥을 바꿔보고자 지식인들은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물들은 인류 문명사의 보물로 남았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역시 부국강병을 통한 헤게모니 쟁탈의 도구였을지라도 말입니다.

중국처럼 동아시아의 이웃나라인 일본의 역사를 봐도, 무로마치 막부 말 이른바 전국시대라고 불리는 백여 년의 혼란기가 존재했습니다. 영주-무사-농민 같은 일본 중세사회의 틀이 자리잡힌 시기이지요.

한반도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가 경쟁하던 삼국시대나 고려 건국 전 후삼국시대를 비슷한 시기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후세에 이른바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들의 활약(?)과 무관하게, 민초들이 끔찍한 삶을 견뎌야 했던 시기라고 봤을 때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을 누리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가장 비참한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움이 하나 없는 삶이 과연 어디 있겠냐만, 희망을 품고 다시 힘을 내는 게 참 어려운 시대라면 말입니다.

바야흐로 ‘장미대선’의 시기, 백가쟁명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관심사, 이해관계, 해묵은 과제들이 대통령 선거가 마련해 준 공간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훗날 어느 때인가 봄날에 다시 찾은 그 공간이, 을씨년스런 빈 방으로 방치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