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나에게 알려준 즐거움
인터뷰가 나에게 알려준 즐거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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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이동희의 집게손가락

어딘가를 가르킬 때 우리는 집게손가락을 사용한다. 집게손가락이 향하는 곳엔 길이 있고 그 끝엔 답이 있다.

내 발끝만 보게 되던 취업 준비생 시절, 밤이 늦도록 꺼질 줄 모르던 건물의 불빛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많고 많은 건물 가운데 왜 내 책상 하나 놓을 곳이 없을까.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건가.

그것도 어느새 작년의 일. 지금은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건물 안, 내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참여와혁신>에 들어 온 지도 어느덧 3개월, 스리슬쩍 일은 할 만하냐고 묻는 선배들에게 이 글이 좋은 대답이 됐으면 한다.

나에게 인터뷰는 힘들지만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다. 1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위해 그 배가 넘는 시간을 들여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품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몇 번의 인터뷰 경험을 통해 인터뷰가 가진 즐거움을 찾아냈다.

<참여와혁신> 4월호에 실린 국회 무기계약직 노동조합 이성욱 지부장, 김혜경 부지부장, 김보연 부지부장과의 인터뷰가 그랬다.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감동받는 순간은, 내가 그러했듯이 상대도 인터뷰 준비를 열심히 해주었을 때이다.

인터뷰를 준비할 때 무엇을 어떻게 질문할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서로 자연스레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거창한 질문이 아닐지라도 성심성의껏 진지하게 임하는 눈빛,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모습에서 ‘아 이 사람은 나와 똑같이 무엇을 어떻게 답할지를 고민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 인터뷰를 했을 때의 일이다. 늘 그렇듯이 인사 후 명함을 주고받고 인터뷰를 진행하려는데 어색함이 느껴졌다. 위원장 스스로도 자신을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밝혔다. 내 긴장이 위원장에게 옮겨간 것이었을까.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얼굴 근육이 풀리지 않아 어색하게 웃는 그를 보니 내가 먼저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때부터 인터뷰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한 리액션과 이야기를 감심해서 경청하는 것뿐이었다.

손에서 잠시 노트와 펜을 내려놓고 위원장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다. 미세하지만 목소리가 커지고 목소리에 웃음기도 실렸다. 얼굴 근육이 펴지고 점차 편안한 얼굴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미소를 보이는 그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이 글을 통해 그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과 취재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런 것들에 즐거움을 느낀다니 아직 초짜 딱지를 못 벗어난 티가 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런 일들에 즐거움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기자도 꽤 괜찮은 기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