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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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17.04.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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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야기]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

체스, 바둑, 투자, 퀴즈풀이, 의료진단. 이들의 공통점은 컴퓨터가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분야들이다. 인간은 명석한 두뇌덕분에 먹이사슬의 정상을 차지했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를 일거에 무력화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믿어왔던 원시신앙, 미신을 버리고 불교, 기독교, 힌두교 등 좀 더 체계화된 종교를 신봉하였고,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이성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이제 500년 이성의 시대를 마감하고 감성의 시대로 이행해야 할 문턱에 서있다.

▲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인간은 논리를 관장하는 좌뇌와 창의성, 감성의 우뇌의 조화 속에 생존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 논리, 수치, 분석, 순서 등 좌뇌 중심의 교육, 직업, 사회체제를 공고히 해왔고, 리듬, 상상, 색상, 입체 등 우뇌는 배척당한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좌뇌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감성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우뇌가 담당하는 공간, 디자인, 색채, 추상, 상상, 창조, 감정 등을 낭비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감성인식개발자

LP레코드로 음악을 들으면서 디지털 음원도 추출할 수 있는 턴테이블,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30~40대가 어릴 적 갖고 놀던 게임기의 리메이크 버전, 종이에 글을 쓰면 컴퓨터 파일로 저장되는 만년필 세트. 이들의 공통점은 첨단 IT기술이 아날로그의 감성과 융합한 최신 제품이다.

기술, 기능, 가격 등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법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감성을 자극하려는 기업과 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아날로그적 감성을 첨단 ICT 제품에 접목하여 사용자의 편의성 및 감성만족을 극대화하는 인간공학적 기술을 감성인식 기술이라고 한다.

감성인식개발자는 감성 ICT를 개발하고 실제 제품에 응용하는 일을 담당한다. 감성인식개발자는 인간의 복잡한 감성을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도록 유무선 센서기술을 개발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리 능력을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HCI) 시스템은 사용자의 얼굴 표정, 눈동자의 방향, 몸짓, 음성 등을 종합하여 컴퓨터가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 판단하고 그에 적합한 대응을 실행함으로써 사용자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감성인식개발자가 되려면 대학 혹은 대학원 수준의 학력이 요구된다.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인지과학, 심리학, 기계공학 등의 전공이 유리하며,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 감성인식기술은 컴퓨터 공학지식뿐만 아니라 컴퓨터 이용자인 인간도 함께 이해해야하기 때문에 융합형 인재가 유리하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타인과의 교감, 소통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ICT 기술, 제품을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분석가

개와 고양이,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일은 인간에게는 쉽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정해진 규칙이 없어서 알고리즘적으로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스에서는 일찍이 컴퓨터가 인간을 압도했지만, 바둑에서는 어려웠던 이유도 실은 알고리즘적으로 접근한 탓이 크다. 알고리즘으로 막혔던 난제들을 푼 열쇠는 바로 빅데이터이다. SNS 등에 올라온 무수히 많은 고양이와 개, 남자와 여자 사진 데이터를 입력하고 패턴을 찾도록 했더니 의외로 손쉽게 해결되었다.

빅데이터전문가는 빅데이터의 추출, 활용을 기획하고, 빅데이터를 확보하여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분석하여 시각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실제 빅데이터분석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빅데이터 추출 및 활용을 위한 기술개발 역시 이들의 중요한 업무분야이다.

오늘날 인간의 행위, 문화, 사물은 사진, 동영상,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의 형태로 디지털화되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은 학습하여 패턴을 찾고 인간을 능가하게 된다. 체스, 바둑, 금융, 의료, 통역, 번역 등 인공지능이 급속히 발전하는 분야는 모두 빅데이터가 축적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마트카 역시 무인주행 마일리지를 얼마나 축적하였는가, 즉 빅데이터가 기술적 완결성을 높이는 전제조건이다. 산업화시대의 핵심자원이 원유였다면, 미래에는 빅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리라 보는 이유다.

인간의 감성이나 창의성 역시 관련된 빅데이터의 축적이 이루어진다면 인공지능으로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 감성, 창의성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인공지능이 패턴을 인식하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전문가가 되려면 통계학에 대한 지식, 데이터 분석을 위한 설계기법, 비즈니스 컨설팅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분석은 데이터베이스나 알고리즘, 기계학습이나 수치해석 등의 지식을 필요로 하며 대학에서 수학이나 통계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빅데이터의 추출과 분석을 통한 활용은 미래의 핵심자원이라 불릴만큼 이용할 수 있는 범주가 무궁무진하다. 민간기업은 물론, 국가에서도 주도적 육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