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하청노조에 가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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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4.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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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한계 넘은 지역 연대가 ‘고용보호막’
[인터뷰] 김동성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춘삼월의 날씨도 조선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남 거제의 텅 빈 거리에서는 계절과 맞지 않은 냉기가 느껴졌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가 밀집한 이곳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여 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인접한 통영·고성지역의 중소형 조선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세 지역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지난 2월 만들어졌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 김동성)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고용보호막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 김동성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울산, 목포에 이어 세 번째 조선소 하청노동조합이 설립된 셈이다. 기존의 기업별 하청노조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령 울산의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개별 기업단위이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거제·통영·고성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지역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세 지역을 합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총 인원은 대략 6만 명에서 7만 명 정도 된다. 만약 노동조합이 기업 내부에만 있다면 조합원이 그 회사를 떠나면 조합원 자격을 잃게 되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조합원이 세 지역 내에 있는 한은 자격이 유지되는 거다.

그런 형태를 갖게 된 이유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이직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하청노동자들이 고용형태가 다 똑같은 게 아니라 1차 하청업체 소속의 본공이라고 하는 노동자가 있고, 일당으로 계약한 노동자가 있다. 흔히 ‘물량팀’의 형태로 들어온 하청노동자도 있고. 비율로 따지면 본공이 50%이고, 나머지 50%는 일당제와 물량팀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 점점 더 물량팀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업장은 각각 흩어져 있고 이직률은 높으니까 기업별로 조직화 해 나가면 탄압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조합 활동이 한계에 부딪힌다.

지회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건 아무래도 고용일 것 같다. 거제·통영·고성지역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작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서 1만여 명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에는 이게 본격화될 전망이다. 작년에는 그나마 대우조선해양에서 빠져나간 인원들이 일시적으로 삼성중공업으로 흡수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가 다 끝나서 인도시점에 다다른 해양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빠져나간 인원들이 일시적으로 삼성중공업 일감이 늘어나면서 들어간 거다. 그런데 올해에는 삼성중공업에서도 발주처에 인도해야 하는 해양프로젝트가 많이 있어서 더 이상 인력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5월부터는 대우조선해양이든 삼성중공업이든 대량 감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다. 올 한 해 동안 최대 2만 명까지 잘려나갈 수 있을 거라 본다.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서 일차적으로는 대책을 세워 달라거나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해고 이전에 반드시 임금삭감이 진행된다. 대략 10%에서 많은 경우 20% 정도까지 임금이 삭감된다. 일반적으로 본공 노동자들한테는 연간 550%의 상여금이 있는데, 작년에 대부분의 회사에서 450% 정도로 줄였다. 올해 들어서는 그마저도 300% 정도를 기본급에 전환시키고 있다. 한 달에 320시간 정도 일을 했을 때만 고스란히 전환되고 그보다 적게 일하면 그만큼 상여금이 삭감된다. 지금은 예전처럼 매일 잔업하기도 힘들고 특근도 줄이는 상황인데 300시간을 하기가 힘들다. 회사 입장에서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시키면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기본급을 안 올려줘도 된다. 후에 그 효과가 소진되면 300%는 고스란히 없어지는 셈이다. 하청업체들에서는 해고뿐만 아니라 임금삭감, 임금체불 문제가 늘 같이 있다는 게 공통적이다.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잘려나간 후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진 내용이 있나?

작년부터 쭉 확인을 해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른 조선소의 물량팀 형태로 남아있다. 그렇게 해서 그나마 1년, 2년, 3년씩 일해 왔다면 지금은 아예 초단기계약을 해서 일감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들어간다. 또 하나는 아예 조선업종을 떠나서 전국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있다. 충청도나 경기도의 산업단지에 들어가서 일하기도 한다. 한 자료를 보면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용접공들이 갑자기 늘어나 급여가 많이 낮아지는 현상이 생겼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용접공들이 유입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으로든 흡수가 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어떻게 될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는 십 수 년 전부터 해왔다. 그런데 누군가가 노조를 만들거나 단체에 가입하면 원청과 하청업체에서 즉각적으로 탄압을 한다.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가 폐업한다는 식으로 교육을 해서 하청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없게 한다.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할 생각은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벽이 있는 거다. 그래도 계속 홍보를 하러 다니면서 유인물을 나눠주니까 긍정적인 반응은 있다. 특히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조금 더 많은 노동자들이 호응한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조합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청노조가 생겼으니 부담 갖지 말고 우리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자고 홍보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홍보를 해나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하청노조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조가 함께하는 원·하청 연대가 절실하다. 그리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정당, 법률단체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점들을 각 단체에게 간곡히 요청 드리고 싶다. 지금까지의 준비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지속적으로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