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도 첫날처럼” 초심 잃지 않겠다
“마지막 날도 첫날처럼” 초심 잃지 않겠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4.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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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무효-재당선의 길
[인터뷰]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3월 1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제5대 위원장으로 박홍배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13일 당선 취소 확정 이후 약 3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예선투표와 결선투표 모두 1위로 승리한 박 후보는 다음 달 12월 13일 지부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당선무효 판정을 받았다. 결선투표에서 박 후보에게 패한 윤종한 후보가 박 후보가 선거규정을 14건 어겼다며 이의를 제기 한 것.

박 후보는 곧바로 당선무효 취소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은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부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을 취소한 데 이어 재선거 후보 자격도 박탈했다. 박 후보는 선관위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다시 한 번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3월 10일 진행된 재선거 예선 투표에서 박 후보는 57%(7,113명)의 지지를 받아 결선투표 없이 차기 위원장으로 결정됐다. 박 후보 외에도 4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압도적인 표 차이였다. 이제 당당하게 위원장의 이름을 달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5대 집행부를 이끌어갈 박홍배 위원장을 만났다.

▲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처음부터 끝까지 조합원들은 위원장을 선택했다.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최근에 와서 노동조합 내 조직력이 약화되어 왔다. 작년 금융노조 총파업 참여인원이 전체 조합원 수 만 오천여 명 중 오백여 명 밖에 되지 않았다. 사측과 어느 정도 협조 자세를 취하는 노동조합의 모습을 보고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에 회의를 느낀 게 아닐까 싶다.

그러던 중 이번 선거에서 조합원들이 사측이 투표에 개입하는 걸 직접 목격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던 것 같다. 과거 선거에서도 사측의 영향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번처럼 대놓고 선거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지점 간부가 조합원과 1대 1로 면담을 하면서 특정 후보가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위에서 찍으라고 하니 찍어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런 부당한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전할 수 없다고 거부한 몇몇 지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런 얘기를 한 차례 들은 것이다. 일부는 윗사람이 지켜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는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사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나를 선택해주었다. 회사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집단인 것은 맞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는데 선거에 사측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당선 무효 결정이 났을 때도 이 결과를 뒤집은 것도 사측이겠구나 하는 잔상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번 위원장 당선은 부당한 압박에 맞서 싸워주는 위원장과 집행부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조합원들의 뜻을 받아들여 ‘새로운 노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논의 중에 있다.

주요 공약은?

성과연봉제를 단칼에 자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임단협 합의안은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투표로 결정하고 그 외 주요 노사합의 사안도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 ▲임직원 추천 사외이사 주주 제안 정례화, 낙하산 방지와 임원 평가 강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전면 철폐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임금피크제도 개선 및 정년 62세로 연장 ▲임금피크 진입 선택권 부여 ▲승진 및 부점장 보임 시 연령 제한 폐지 및 부점장 이상 승진 시 여성할당제 실시 ▲노조 기득권 철폐(인사 개입 관행 철폐) ▲LO 전환 전 사무직원 근무경력 회복을 통한 임금 인상(L1 전환/승격 직원 포함) ▲노동조합 선거,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업무 위탁, 선거규칙 개정으로 공정성 강화 등이 있다.

당선 무효 이후 다시 위원장이 될 때까지 3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3개월 동안 현업에 복귀해서 지점에서 근무를 했다. 근무가 끝난 저녁과 주말에 소송에만 대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당선 무효에 대한 취소 가처분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계속 싸웠다. 당선 취소가 확정된 후 주말마다 집회를 열었다. 작년 12월 17일부터 시작한 집회는 총 6주 동안 계속됐다. 첫 주에 50명, 둘째 주에 30명 이랬던 집회가 나중에는 인원들이 많아졌고 200명이 넘게 참석해주셨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싸움에도 ‘안 되나 보다. 소송에서 질 것 같으니까, 당선 무효 됐으니까 지점에서 열심히 일이나 해야겠다’하고 포기할 수 없었다. 부당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출마한 자리였고 또 그렇게 하라고 표를 행사한 조합원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 집행부를 이끌어갈 류제강 수석부위원장, 김현숙‧현해룡이석호백소윤 부위원장이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많은 일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함께 싸워주었다. 재선거 진행과정 중 또 당선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때 전임 위원장님들이 뜻을 합쳐 더 이상의 파행이 없도록 도와주셨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었다. 많은 분들이 지지대가 되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취임 전부터 사측과의 대립구도가 생겼는데 신경 쓰이지는 않는가?

부담은 되지만 그건 사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합원들이 재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줄 만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위원장과 집행부이기 때문에 사측에서도 부담감을 안고 교섭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노조와 교섭에 힘을 빼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빨리 깨달으실 거라 믿는다. 늘 투쟁하는 노조라고 해서 잘하는 노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부분을 전달을 하면서 좋은 노사관계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안 되면 조합원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앞장설 수밖에 없다.

어떤 위원장이 되고 싶은가?

지지를 얻어서 당선이 된 이후에 떠날 때 박수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전임하신 분들을 보면 잘 한 것들도 많지만 초심을 잃는 모습도 때로는 나타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초심 그대로 가서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다.노동조합 활동도 우리 조합원들의 임금이나 복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경쟁의 논리와 수익의 논리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