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바라보는 6인의 시선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6인의 시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4.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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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보다 대폭 인상에 동의
[커버스토리]대선주자 6인, 노동을 말하다 ②

 

한국 사회를 뒤덮은 ‘촛불’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두고 외면해 왔던 폐단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각계각층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엇에 힘들어하고 있나? 정치적 국면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때 이른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의 면면이 구석구석 회자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노동’이란 이슈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아 노동은 어떤 의미로 다뤄져야 할 것인가?

박근혜 정권 탄핵과 함께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는 대선 투쟁을 선포하며 최저임금 1만원 등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어 현실화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양대노총, 최저임금 1만 원 대선요구로

민주노총은 대선 시기에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등 10대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예비후보들에 정책질의와 간담회 등을 통해 노동 의제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달 25일과 다음 달 15일 주말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촛불집회에 맞춰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를 전면화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대선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가 지지할 후보가 누구인지 검증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즉각 실현 여부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후보들이 노동자·민중의 요구에 어떤 입장인지 답변서를 철저히 분석한 뒤 29일 결의대회 자리에서 후보들에게 민주노총의 요구를 밝힐 것”이라며 “노동자가 지지할 후보는 최저임금 1만 원을 즉시 실시할 의지를 가졌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이후인 6월 말과 7월 초에는 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이른바 ‘사회적 총파업’도 예고했다. 정치권이 대선 준비에 돌입하면서 양대노총의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의 뜻을 외면하지 말고 국회에 상정된 최저임금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를 바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양대노총은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도 정상적인 가계를 운영할 수 없으며 20대 대학생이 알바 2~3개를 뛰어도 등록금은커녕 생활비도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너무 낮아 도시 노동자 가구 2~3인의 생계비는 고사하고 단신노동자 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과 비교하면 30%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수준이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인상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는 불가능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양대노총은 “20대 국회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3개나 발의돼 있다”며 “그러나 국회는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상정된 23개 최저임금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 일정조차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작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전년(6,030원)보다 7.3% 올렸다. 내년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 위원 9명, 근로자 위원 9명, 공익 위원 9명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오는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를 무산시키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노동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2017년 최저임금이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자위원 전원이 사퇴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3% 오른 시급 6,470원(월 135만 원)이다. 한 끼 밥값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온다. 노동·시민단체가 최저임금 1만 원(월 209만 원)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대선주자들 “최저임금 1만 원” 한 목소리

대선주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재명 성남시장·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임금격차 해소는 각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정임금제,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 심상정 대표는 국민월급 300만 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직무급 임금이라 이름 붙인다.

문 전 대표는 공정임금제로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좋은 일자리 임금 수준도 제시했다. 이달 13일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진표 공동위원장은 “중위임금 120% 수준인 225만 원을 좋은 일자리로 분류하고, 임금 수준별로 일자리를 관리해 좋은 일자리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 지급의 공약을 내세웠다. 아동·청소년·청년·노인 등 생애주기별로 각 100만 원, 장애인·농어수산업 종사자 특수배당 각 100만 원, 토지배당(전 국민 대상) 30만 원이다.

심상정 대표는 2020년까지 국민월급 300만 원 시대를 선언했다. 3대 전략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최고임금제 도입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립을 약속했다.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은 CEO·고위직 보수를 공공부문은 최저임금의 10배, 민간기업은 30배가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80%까지 높인다.

유승민 의원은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는 2020년까지 3년간 영세업체 근로자의 4대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고, 최저임금 상승분을 하청단가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배상금을 물려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직무급 임금’을 약속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대졸자 간 초임 격차가 연간 1천500만 원에 이른다”며 “민간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직무에 근거한 공정한 보수체계가 자리 잡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노사와 전문가 협의를 거쳐 임금개혁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내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에 직무별로 표준화된 임금통계를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임금 노동자 다수가 저임금 노동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폭'은 사실상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과 진배 없다.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해 얼어붙은 경기를 풀어보겠다는 구상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