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우산 될 것
한국노총,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우산 될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4.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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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하는 미조직비정규사업단
[인터뷰] 문현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새 집행부가 들어선 한국노총은 내부 정비를 끝내고 급변하는 현실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무총국 내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조직화 사업에 틀어간다는 점이다.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의 단장은 문현군 비정규담당 상임부위원장이 맡게 된다.

▲ 문현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노총 중앙에서 활동하게 됐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냥 평상시대로 하면 된다. 기존에 활동하던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가 전국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바운더리가 좁았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말이다.

한국노총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활동가를 상임부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처음이다.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장이 전국에 너무 많은 데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산별 위주로 활동해 왔고, 새 집행부가 들어서며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을 실현한 것이다.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거는 조합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노총 중앙 사무총국에 부탁을 하기도 했다.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 것에 이질감은 없을 것이다. 내셔널센터나 산별이나, 지역본부, 지역지부 활동가들이 전부 결합해서 같이 뛰어야 한다. 앞으로도 활동해 나가는 데 있어서 이런 내용을 김준영 부단장과 공유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사실 활동가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는 거는 안 좋아한다. 물론 행정적, 정책적 업무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필드에 나가서 뛰어야 한다. 비단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노동계 조직이 많이 보수화 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에는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토대로 실행에 옮기는 역할이 주가 되었다면, 앞으로는 미비단에서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일도 겸해야 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미비단으로 상담소 인력이 배치됐다는 점이다. 전에는 그냥 상담 업무 중심으로 활용이 되었다. 그런데 지역에서 조금만 사정을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지만, 그 상담이 곧 조직화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노동자가 자본과 붙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노동조합 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상담만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개별적인, 혹은 일시적 혜택을 본다 뿐이지, 장기적인 대책은 노동조합이다. 노총 새 집행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상담과 함께 조직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다.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의 앞으로 사업은 어떤 점을 중시하게 되나?

사업의 흐름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전에는 노총 중앙에서도 조직화 사업을 기업별 노조 설립을 중심으로 지도했던 부분이 있다. 그런데 사실 현장의 상황을 보자면, 300인 이하 사업장은 기업별 노조보다는, 일반노조나 지역노조의 형태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지 뭔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유지하는 힘이 생기는 거 같다.

지금까지 활동해 왔던 것을 보아도, 또 민주노총의 희망연대노조와 같은 사례를 보아도 이런 형태가 현실에 맞다고 본다. 버스나 택시, 혹은 은행처럼 동종의 노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산별노조의 형태가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은 애매한 경우도 많으니까.

우선 미비단 차원에서는 노총 산하 산별 회원조합들과 공유해서, 우선 정규직 노조가 설립돼 있는 사업장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조직화를 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다소의 마찰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50억 원의 기금 편성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는데, 한국노총도 이와 같은 부분을 감안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순수하게 미조직, 비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들, 어려운 노동자들 조직화하는 데 금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잘 나갈 때 설립하는 게 원칙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주로 회사가 부도나거나 해고에 임박해서 도움을 요청하러 온다. 돕고 싶어도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거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노동조합 조직 간 경쟁이라든지, 타 조직을 뺏어 오는 형태의 조직화는 반대다. 특히 하청노동자나 용역노동자들이 이원화되는 것은 반대다. 나뿐만 아니라 어떤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조직화도 중요하지만 노동자를 이원화시키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화 사업 자체에만 혈안이 되어서 노동자들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을 못하는 거다.

이미 기존에 노조가 조직돼 있는 곳에서, 현재 집행부가 맘에 안 들어서 탈퇴하고 새 조직을 설립한다?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저는 뭐라고 한다. 탈퇴하지 말아라. 조직 안에 남아 있으면서 잘못했으면 집행부를 바꿔라. 왜 주권을 포기하나? 권리를 포기하나? 기존 노조가 있는 데는 하나로 뭉쳐주는 게 활동가들의 역할이고, 신규 조직을 해야 한다는 게 목표다.

그동안 조직화 사업에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는 39개 조직이 있다. 거기뿐만 아니라 조직화에 관여했던 노조가 몇 개인지 세 보지는 않았다. 23살이 되던 해 11월부터 노조를 했다. 25년 동안 산별에도 있었고, 단위노조에도 있었다. 그때부터 조직화 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고, 성남지부에 여기에 온지 16년이 됐다.

노조 설립에 도움을 줬던 조직은 참 많다. 세어 보지 않았을 정도로. 그런데 조직하면 살아남는 곳이 20%도 안 된다. 사측의 회유로 넘어가든지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역노조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전에는 거의 기업별 노조를 설립했었다.

우리 중공산노 조직도 거꾸러진 데가 많다. 전국의 자동차 정비부문을 조직하려고, 지역에서 세 군데 사업장을 먼저 조직했다. 거기도 다 회유로 넘어갔다. 한 업체 사장은 내게 와서 울기까지 했다. 왜 이런 영세사업장에 와서 노조를 설립하냐고. 노조는 사장님 망가뜨리려고 있는 게 아니다,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 정당한 노동을 제공해서 임금을 받고. 사장님은 또 투명 경영을 하시고. 그러고자 노조 설립을 한 거니 너무 부정적으로, 무서워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활동가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조합원들이 똘똘 단결하는 모습을 볼 때이다.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이를테면 투쟁 사업장에서, 생전 처음 투쟁이란 것을 접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파업 가결을 98%, 99%로 지지해 주는 순간은 참 벅차다.

미조직 노동자라고 하면 현실이 다 열악한데, 그중에 꼭 집으라 하면 용역노동자들의 상황이 제일 열악하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데는 현실이 나은 거다. 노조 없는 데는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받는 거다. 용역회사도 뭔 죄가 있겠나? 원청에서 돈을 쥐꼬리만큼 주니까 거기에 맞게 주는 거다. 어떻게든 남겨 먹어야 하니까 피복비 같은 데서 떼어 먹고 그런 현실이다. 하루 아침에 이런 현실이 바뀔 순 없겠지만, 한국노총이 나서서 미조직 용역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