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4.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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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와 공공성 강화… 공공부문 대개혁 방안 발표
[리포트]공공부문 개혁 요구안 발표

지난 3월 14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이 주최한 ‘좋은 일자리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부문 대개혁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현재 한국 사회의 공공부문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노동 개악을 선도하는 자리에 서 있다”라며 공공부문 정책이 근본적으로 개혁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공공부문 대개혁의 핵심 과제로는 ▲국민 참여와 민주주의 ▲공공서비스 증진 ▲좋은 일자리 확대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개혁과제를 실현하는데 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 날 토론회는 대선 후보(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 캠프 정책책임자들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이 함께 했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공공대개혁 제안에 대한 야3당 유력 대선 후보들의 적극적인 검토와 함께 공약 반영, 당선 시 국정 과제 반영을 요구했다.

국민 참여와 민주주의

이 날 토론회에 앞서 공공운수노조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전국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효율성 저하나 부실 운영의 원인에 대한 의견 중 가장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권력·관료의 전횡(관피아·낙하산 등 권력의 부당 개입 38.3%, 정부 관료의 독선·전횡 28.6%)’이라는 응답이 6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공익보다는 “돈벌이” 성과주의 추구’ 응답이 14.5%, ‘근로자의 근무태만 및 낮은 업무성과’ 응답이 14.3%로 나타났다.

이어서 차기 정부가 공공기관의 개혁을 위해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관피아·낙하산 근절 및 국정 농단 부역자 청산’이라는 응답이 38.5%로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 ‘근로자·시민의 운영 참여와 감시’가 14.1%, ‘법·제도 개정 통한 관료 전횡 차단’이 13.3%, ‘관료 권력 분권화 및 정부 조직 개편’이 12.2%, ‘성과연봉제 및 퇴출제 도입’이 10.6%,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5.7% 순으로 조사됐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이 국가 권력의 사익 추구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부적절한 권력형 낙하산 척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시민의 적극적임 참여와 감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을 통해 공공기관을 돈벌이로 내모는 적폐를 청산하고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적 운영은 노동자와 시민의 감시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개별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시민사회의 공공기관 운영 참여 촉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노조 대표와 시민사회 참가를 제도화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에 동의하며 추가 의견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갈 수 있는 공공부문의 인프라”라고 주장하며 이용자, 노동자, 정부가 참여하는 ‘공공부문 대개혁 국민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공공부문 대개혁 국민위원회’는 공공부문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결정된 내용을 함께 실천하는 사회적 실행기구로, 공공부문 대개혁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를 들춰내고 혁신하는 일이기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서비스 증진

지난 2014년 2월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4월에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 명이 사망하고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 업체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생명·안전 보장을 위한 국정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공공의료·건강보험 강화 ▲국민연금 소득 보장 강화 및 연기금 운영 개혁 ▲보육·간병·노인요양·장애인 등 공공 돌봄 서비스 확대를 토대로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경제체제 도입’, ‘기능조정’, ‘시장 개방’, ‘민자사업’ 등으로 명칭을 바꿔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다”라고 주장하며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폐기도 언급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철도, 에너지, 의료 등 국민 전체의 삶과 공익에 직결된 공공기능을 경쟁 논리와 이윤 추구라는 목적으로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 정책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로 공감하는지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매우 공감 41.5%, 대체로 공감 29.6%)이 71.1%로, ‘공감하지 않는다’(전혀 공감하지 않음 11.7%, 거의 공감하지 않음 15.9%)는 응답(27.6%)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공공부문에 일자리 확대와 공공서비스 강화를 함께 추진해야한다”라고 전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규모와 방법 예시

출처 : 공공부문 대개혁 방안 토론집

장시간 노동 철폐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수를 조사한 결과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2.54시간으로 조사(2011년)
•각종 시간 외 근무를 폐지하고 주 40시간(연간 1800시간 목표)으로 단축할 경우, 공공기관 임직원 약 29만 명(2016년 기준)에서 약 1만 8천 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음
※ 공공부문부터 연간 실노동시간 1,800시간 이하를 달성한다는 목표 수립하고, 각 공공기관별 실행계획 수립하게 하여 실행 관리

교대제 개편
•교대제 근로자의 주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2.50시간
•주된 교대제 형태는 격일제 2교대(33.3%)와 4조 3교대(33.3%) 형태(2011년)
•교대제 근무자 규모는 전체 공공기관 노동자의 10~15%로 추산
•5조 3교대 등 교대제를 개편하여 1개 교대 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확대 가능, 약 7~8천 명의 신규채용 가능

경영평가 성과급 전환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지급 예상되는 경영 평가 성과급 5천 4백억 원을 모두 모을 경우 약 1만 7천 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할 수 있음
•경영 평가가 국민을 위해 공공기관을 제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라기보다는 공공성을 침해하고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제도 폐지와 함께 경영 평가 성과급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 있음(경영 평가 발표에 대한 2016년 공공운수노조 정책대안 제시)

안전인력 충원
•철도·지하철 등에서는 위험한 1인 승무를 2인 승무로 전환하고 차량·스크린도어 정비 등 안전인력을 충원할 경우 약 1만여 명의 신규채용 혹은 외주용역의 직접 고용 전환이 필요함
•서울시의 경우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2인 승무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 1천여 명 채용 추진을 노조와 합의

사회서비스는 국가 책임으로
•사회서비스 부문의 경우 공적인 통제 강화를 통해 일자리의 질 재고
•보육, 간병, 노인 요양, 장애인 보조 등 사회서비스 부문은 기존에 민간에서 공급되던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전환하여 일자리의 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필요(약 90만 명)
•그 절대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에서 인력을 추가 확대하는 것이 필요


※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일자리 창출 정책대안[2008] 중 약 60만 명 추계

 

좋은 일자리 확대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대개혁 세 가지 핵심과제 중 ‘좋은 일자리 확대’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이 ‘좋은 일자리’를 선도해야 한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로 공감하는지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매우 공감 51.9%, 대체로 공감 32.4%)이 84.3%로, ‘공감하지 않는다’(전혀 공감하지 않음 3.9%, 거의 공감하지 않음 11.3%)는 응답(15.2%)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에 비공감하는 응답자 162명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 선도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공공부문 운영 개혁의 우선성’이라는 응답이 29.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의 우선성’이라는 응답이 25.2%로 오차 범위 내에서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국민 세금 부담 증가’ 응답이 19.0%, ‘ 충분한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라는 응답이 10.2%, ‘기타’ 응답이 15.7%, ‘잘 모름’ 응답이 0.4%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자 845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가 어느 과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공공서비스 확대 및 사회서비스 공공화(공공서비스·일자리 동시 확대 32.9%, 사회서비스의 공공화 16.1%)’ 응답이 49.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처우개선(32.6%)’,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15.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눈앞에 닥친 고용위기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좋은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일자리란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일자리라는 것을 강조하며 노동조합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한 주요 정책 과제로는 ▲공공부문 ‘좋은(청년) 일자리’ 확대 선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 철폐 ▲공공부문 노동시간 단축 및 장시간 노동의 근절 선도 ▲공공부문부터 ‘노조 할 권리’ 보장(노정교섭, 원청 교섭, 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 개혁, 해고자 복직, 노조 조직률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야3당 5개 대선후보 캠프 정책책임자들은 공공운수노조가 주장하는 정책 요구안에 지지를 표했다. 이어서 정책책임자들은 각 캠프에서 가지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의견을 보탰다.

정책책임자들 세 가지 과제에 “동의”

표대중 안희정 후보 정책자문위원은 공공부문 대개혁 세 가지 과제에 공감을 표하며 “공공부문에서의 외주화 비정규직화 문제는 공공부분에 대한 공적 가치 중심의 경영 정치가 아닌 경영효율화 및 예산절감의 입장에서 경영가치를 평가하는 데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먼저 경영 평가 기준 및 방식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주 이재명 후보 정책총괄은 “공공부문 대개혁은 모든 사회개혁의 최우선 순위라는 기본 관점과 공공부문 대개혁 세 가지 과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개혁 추진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라며 같은 목표를 갖고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철수 후보 측 곽태원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안철수 의원의 양극화에 대한 기본 인식은 소득격차의 문제에 있다”라며 “비정상적인 일자리 구조의 정상화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으며,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근본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 부족 문제 해소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소득격차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후보 측 윤재설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주요 공공기관을 제시하며 “공공기관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지배 구조와 감시역량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위해 공공기관 운영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각 공공기관의 이사회 구성 및 감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종학 문재인 후보 정책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가 문재인 후보를 위해 마련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공공운수노조의 공공부문 대개혁 방안이 문재인 후보의 공약집과 유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공약을 1번으로 생각하는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음을 강조했다.

토론이 끝난 후 조상수 위원장은 “여기 오신 정책책임자 분들이 우리의 요구안과 대선 공약이 같다고 하시지만 공약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 조합원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방법과 행동을 강조했다.

공공부문 개혁은 노동, 금융, 교육부문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4대 개혁 중 한 분야였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공공부문 개혁은 그동안 노동계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공공성을 확대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지키는 역할이 아닌,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억누르는 데 활용됐다는 비판이다.

토론의 사회자를 맡은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여기 오신 분들은 구체적인 담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방향은 똑같다”라며 “공공운수노조는 차기 정부가 이런 내용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이 국가 공공성에 좀 더 참여하고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라며 이날 토론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