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악화로 처우 개선은 요원
노사관계 악화로 처우 개선은 요원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4.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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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없애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 들어
[미니인터뷰]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

▲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

2013년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노사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안다.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해 판결을 내리면서 브링스코리아에서도 논란이 생겼다. 2014년 7월에 사측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시도했다. 임금 항목들 중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나누려고 했던 거다. 노조가 반발하니까 아예 노조를 없애버리자는 식으로 하면서 조합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노사관계가 안 좋아졌다. 노조는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중식보조비와 직근수당(직급별 근속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가 제외하려고 하면서 소송까지 들어가게 됐다.

작년 10월 미지급임금 청구소송 1심에서 노동조합이 일부 승소했다. 2014년 7월에 회사가 마음대로 바꾼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했고, 중식보조비와 직근수당, 운전위험수당이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했다. 전체 금액으로 계산하면 회사는 약 4억 정도를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은 1차 변론까지 끝난 상태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

회사가 노조를 없애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합원들이 받는 기본급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걸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서 개선해 보자고 했다. 작년 12월에 이 같은 내용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사측이 파기했다. 급작스럽게 노사협력팀이 없어지고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노동조합에서는 회사가 노사관계에 대한 정책이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 2월에는 회사 주도로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선출됐다. 회사는 근로자대표에게 각종 경비와 업무보조 인력을 유급으로 지원하고, 근로시간까지 면제해 줬다. 최근 4~5년 동안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금 와서 근로자대표 선출에 개입하고 노사협의회를 활성화 하겠다는 건 노동조합을 깨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노동조합에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사협의회를 진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법적 대응에 나서느냐고 비판할 수도 있지 않나?

노동조합에서도 법적 대응은 자제하려고 했다. 그런데 근로자대표를 이용해서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현장에 유포했다. 지금의 노사관계는 상급단체나 제3자가 중재에 나서지 않는 한, 당사가 간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회사는 합의를 깨고, 노사협력팀을 폐지하면서 대화 채널을 닫았다.

노무담당자가 6개월 하다 빠지고, 1년 하다 빠지니까 새로 담당자가 올 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계속 설명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대화가 될 리가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본다. 회사에서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2016년 임금 소급분에 대해 동결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노조가 먼저 컨설팅을 제안하기도 했다. 컨설팅 못하겠다면서 회사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때에도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서 직급별로 월 2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의 직근수당 인상안만이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회사는 내부 문제를 노동조합과 대화해서 풀고 싶은데 우리가 대화를 거부한다고 하겠지만, 노동조합에서 먼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지금처럼 신뢰가 완전히 바닥나 있는 상태에서는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갈등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경영상의 어려움을 노사가 대화로써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지금과 같이 노동조합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노사가 진솔한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요즘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업무스케줄로 차별하고 있다.

비조합원은 행선지들 사이의 거리를 짧게 편성하고, 조합원은 원거리 위주로 편성한다. 돌아야 할 장소의 수가 적더라도 거리가 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 힘들다. 모를 것 같아도 현장 조합원들은 차별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책임자가 물러나야 한다. 노사가 바닥 난 신뢰를 다시 쌓아가기 위해서는 중재자가 있어야 할 것이고, 노사 간 핫라인 구축이 필요하다.

현금수송원들이 스스로를 고급 택배기사라고 부르는 것에는 자조 섞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 업무 일상의 고단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주말에도 대형 교회의 헌금 수납 업무가 추가되어 주 6일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생하는 만큼 보상이 만족스럽다면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현금수송 업체는 한정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입찰에 매달리는 구조다. 결국 직원들의 노동조건은 계속 저하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