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직된 평가기준, 사회적기업 위축된다
[현장에서] 경직된 평가기준, 사회적기업 위축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4.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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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질 높이려면 일자리 수로만 접근하지 말라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전국 순회 대장정 첫날, 광주와 여수의 각 사업장과 사회단체를 돌며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노동이 기반 되는 복지국가’의 비전을 나누고, 각 사업장과 단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방문단을 두 팀으로 나눠 임성규 공동대표와 이기곤 운영위원 등은 광주에서 KT 전남지방본부, 광주지하철 등 사업장을 방문했다.

▲ 여수사회복지사협회 간담회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인식 전환 시급

최재호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다른 팀은 여수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여수 팀은 여수사회복지사협회 간담회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여수시민사회복지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각 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복지사들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른다”면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중요한데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동일하지만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급여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공공복지를 확대하려면 공공복지기금을 확대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부는 일자리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휴먼서비스인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예를 들어 다문화센터 같은 경우에는 서너 명이 24시간 근무를 하지만 호봉제도 적용되지 않고, 근로시간 규정도 지켜지지 않아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월 1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보육교사들에게 희생하고 감내하라고만 이야기하면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은 절대로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LG화학노동조합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누가 당선되든 안심하고 노동할 수 있어야

여수 팀은 이어 LG화학노조에 방문한 후 남동발전노조 여수화력발전소지부를 방문했다. 여수화력발전소지부에서는 발전회사들의 IPO(기업공개)와 전력 생산 및 소비의 재벌 특혜 문제가 주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여수 팀은 농협노조 여천농협분회와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선대본 발대식에 방문한 후, 여수이주민센터로 이동했다.

여수이주민센터에서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거론됐다. 김상만 부장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이주한 노동자들은 고용허가기간인 4년 10개월을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면 고용허가가 갱신돼 별도로 한국어시험 등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지만, 처음부터 이런 내용을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해 고용허가기간 동안 이직을 하면서 고용허가기간이 만료되면 귀국했다가 다시 한국어시험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만 부장은 또 “이뿐만 아니라 이직 시 변경신고기간을 넘겨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면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이주노동자들이 기댈 유일한 공간인 쉼터는 관련법에 따라 숙식을 제공할 수 없게 되어 이주노동자들이 자칫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상만 부장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이주노동자들이 안심하고 노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팀은 이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소속된 조리사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비정규직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들었다.

▲ 남동발전노조 여수화력발전소지부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누군가의 희생 아닌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광주 팀과 여수 팀이 합류한 후, 이날의 마지막 일정인 여수사회적기업협의회와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여수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회적기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부와 대기업이 못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라는 점만 강조되고 일자리 수로만 접근하더라”며 “사회적기업이 무조건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서비스, 정부와 대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처음에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운영자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사회적 약자도 일할 수 있는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가치만으로 언제까지 운영자가 희생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대표들은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문제만 하더라도 학교 청소를 하는데 용역비로 받는 돈은 130만 원뿐”이라면서 “그 돈으로 최저시급도 맞춰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하고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는데, 부가가치세 내는 만큼이 고스란히 적자”라고 호소했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기업이라고 하지만 업종마다 필요 인력이 다를 텐데 5명을 고용하지 못했다고 경고를 받았다”면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할 사회적기업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사회적 합의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면서 “노동이 기반 되는 복지국가라는 포럼의 핵심 지향과 상통하는 만큼 사회적기업의 고민이 해결될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날 일정을 마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18일에는 구례지역 노동조합들과 단체들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