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권의 생각과 현장의 실태는 다르다
[현장에서] 정치권의 생각과 현장의 실태는 다르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4.21 02:5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 모른 채 정책 수립 땐 국민의 삶 피폐해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규제가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부산에서 전국 순회 대장정 나흘째 일정을 진행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날 대장정에서 부산항운노조부터 부산지하철노조까지 부산의 노동조합들을 방문했다.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부산항운노조 김상식 위원장은 “잠시 후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완성을 위한 부산항 경쟁력 강화 정책협약 체결식을 앞두고 있다”며 “부산항운노조는 그동안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항운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협약은 부산항운노조, 항만물류협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3자가 체결한 것으로, 사회연대노동포럼의 방문 직후 체결식이 진행됐다. 정책협약에는 고부가가치 항만산업 유치, 항만의 공공성 확대, 북항 운영사 통합, 하역요율 정상화 등 8대 정책과제를 3자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 당사자들은 이를 통해 문 후보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실현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어 부산관광공사노조를 방문해, 한국노총 공공연맹 소속 노동조합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지역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과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봉투가 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노동을 모르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면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윤해모 공동운영위원장은 “현대자동차에서는 신규채용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들이 고령화돼 10년 후면 대부분 퇴직하고 고용형태가 물갈이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공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러한 의견들이 대선 공약에 반영되고 실제로 실천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며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세 번째 방문지는 조광페인트노조였다. 조광페인트노조 집행부와 대의원 등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성욱 위원장은 “화학업종 같은 경우에는 도시에 공장을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외곽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통한 규제가 심하다”는 점을 언급한 뒤, “정치권에서 법을 만들 때 생각하는 것과 현장의 실태는 전혀 다르다”면서 “정책담당자들이 현장의 모습을 모른 채 제재를 가하면 중소기업은 운영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규제를 할 때 그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있는 것이며, 정권을 견제하고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다음 방문지는 사무금융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기장지회로 동부산농협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이었다. 신영학 기장지회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선택하는 데 있어서 지역색이 점차 없어지는 것 같다”면서 “산별노조의 목적 중 중요한 것은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임을 강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그동안 노동계 출신 인사들의 정당진출이 많았지만 대부분 선거가 끝나면 조직이 해산돼 선거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면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선거조직이 아니므로 선거가 끝나도 남아서 산업정책을 비롯한 노동정책, 협동조합정책 등을 감시하고 세력을 형성해 우리 의견이 관철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이날의 마지막 방문지는 부산지하철노조였다. 부산교통공사(지하철)는 이날 다대포 노선 6개 역을 추가로 개통했다.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은 “신규노선을 개통하면서 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이를 바꾸기 위해 파업을 단행했지만, 사측은 파업을 빌미로 나를 해고해 현재 해고 효력을 다투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선거운동을 해도 되고 다른 곳은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되는 등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며 “선거법 개정을 통이 이런 현상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의용 위원장의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면서 힘들게 해고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을 격려하고 이날의 노동조합 방문을 마무리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전국 순회 대장정 닷새째인 21일에는 울산으로 이동해 현대자동차 등 사업장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