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구경북도 정권교체 열망 크다
[현장에서] 대구경북도 정권교체 열망 크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4.2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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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보수적이지만 조금씩 바뀌는 바닥 정서
▲ 현대제철 포항지회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전국 순회 대장정 두 번째 주 일정을 포항에서 시작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적 특색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장에서는 사회연대노동포럼의 이야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기간제 2년 제한이 당사자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금속노조 현대제철 포항지회에서는 진보정당 후보 두 명을 지지한다고 결정한 민주노총의 대선방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지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노동정책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현대제철 포항지회 이동기 수석부지회장은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을 옥죄는 악법은 타임오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여성 계약직 문제”라며 “이전에는 파견 2년과 계약직 2년을 합해 4년간 일했지만 지금은 파견 2년 동안만 일할 수 있는데,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2년은 최소한의 고용도 보장되지 않는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고착화를 우려해 기간제 고용기간 2년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돌려가며 고용형태가 바뀌더라도 고용기간이 긴 것을 선호하는 비정규직 당사자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사회연대노동포럼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노정간, 노사정간 합의를 통해 정리할 문제”라면서 “현장의 고민은 이해하겠지만 정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고려할 요소가 무척 많다”고 답변했다. 또 노사정위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노동자에게 우호적이고 공정하면 그 때 참여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김광식 더문캠 노동선대위 상임부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노동 문제를 제대로 안고 가지 못했다”면서 “당선 가능성이 있고 노동자의 삶을 잘 아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소한의 공정한 출발선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릴 경우 중소기업이 어려워지거나 경비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 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예를 들어 300인 이상 사업장과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나눠 300인 이상 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스스로 부담하게 하고,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집권 2년차 이후에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첫 해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아파트 경비직 등 경비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는 해당 아파트 주민회를 설득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에이케이켐텍노조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노동계, 기득권 내려놓고 협력할 땐 협력해야

이날 두 번째로 방문한 에이케이켐텍노조에서는 인근 한국노총 사업장의 대표자들이 함께 모여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에이케이켐텍노조 황의석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해고의 자유를 인정하는 등 노동자를 무시한 데 있다”며 “노동 문제도 어렵지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법대로만 하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아제강노조 이종욱 위원장도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당선될 대통령은 법을 어기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원칙대로 노동행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포항지역지부 사무처장을 겸임하고 있는 세아특수강노조 박순덕 위원장은 “지금 한국노총 사업장들은 대선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은 기존의 보수세력이 아닌 진보적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덕 위원장은 이어 “노동계가 기존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책에 협조할 때 당선되는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해결할 동력이 생길 것”이라며 “산별노조가 정착돼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윤해모 공동운영위원장은 “다시 보수정권이 집권하면 영세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영세사업장에서도 자유롭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고 이야기한 노동정책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의석 위원장은 또 “고용보험 기금은 노사가 납부하는데, 기금을 조성한 노사의 뜻과는 상관없이 고용노동부가 마음대로 사용한다”면서 “간판은 고용‘노동’부인데 노조 탄압에 앞장서니 오히려 ‘사용’부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그동안 고용보험 기금의 운용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고용보험 기금이 고용노동부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 포항지역 전직 노조 위원장 '노우회'와의 간담회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실질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유권자 많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포항지역 전직 노조 위원장들로 구성된 노우회와의 간담회였다. 비록 노우회 멤버들의 입장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아 일부만 참석했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전직 노조 위원장들은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노동선대위 신엄현 위원장은 “포항이 보수적인 지역이어서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노조 위원장을 했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박사모 핵심 멤버였던 작은애가 이번엔 아버지를 따르겠다고 할 만큼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균 노우회장도 “실질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며 “조금 더 노력하면 경북에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문 후보는 노조 조직률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노조에 가입하라고 이야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노동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드는 데 지역에서도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포항 일정을 마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다음 날인 25일에는 대구지역 노동조합들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