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농협 개혁이 차기 정부 리트머스 시험지
[현장에서] 농협 개혁이 차기 정부 리트머스 시험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5.04 16:0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회로 권한 집중된 농협 구조 바꿔야

사회연대노동포럼은 2일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과 강원도 지역 순회 방문을 마지막으로 전국 순회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 투표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투표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비정규직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투표권 보장에서부터 시작한다”며 “노동자 투표 참여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서 사회연대노동포럼 임성규 공동대표는 “우리나라가 문화선진국이고 국민의식이 높지만 정치는 수준 이하”라며 “소수의 손에 정치권력이 집중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봤다”고 말했대. 임 공동대표는 이어 “이제 기층 민중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설 때”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이영신 운영위원은 “지금까지 방문한 사업장 중에서 대전 을지대병원지부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단협에는 참정권이 보장돼 있지만 병원 측이 정상출근 방침을 밝혀 노조에서는 참정권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한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 노동자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퍼포먼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휴일이 많아 근무일수가 적다는 이유로 대다수 사업장들이 투표일에 근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과 격차 없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하며, 노동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업주들을 적발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또 “5월 1일 낮 12시부터 5월 9일 밤 8시까지 노동자의 투표참여와 투표권 보장을 위한 200시간 비상행동에 돌입했다”며 “전국 30여 지역, 업종 노동포럼과 전국 1,00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투표참여를 진행함과 동시에 각 현장에서 투표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감시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사회연대노동포럼은 강원도 지역 현장 순회에 나섰다. 근무일이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끼어 있어서 현장 방문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강원도 지역 순회는 지역 농협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 원주농협 양곡유통센터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먼저 방문한 원주농협 양곡유통센터에서는 지역 단위농협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전국농협노조 결성과 활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정년퇴직한 정면시 씨는 “농협중앙회의 주주는 단위농협인데 권력은 농협중앙회에 집중돼 있다”면서 “단위농협은 쌀 수매에서부터 영농자재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수익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단위농협의 현실을 설명했다.

정 씨는 “단위농협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중앙회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농업차관이 들어오면 중앙회가 받아서 단위농협에 펀딩해 주면서 금리 차액을 챙긴다”면서 “이러다 보니 농협중앙회로 권한이 집중되고 거기에서 비리가 생겨난다”고 이야기했다.

정 씨는 또 “농협의 비리를 막는 길은 농협중앙회가 직접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역대 정권은 농협을 개혁한다면서 당사자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지역의 단위농협을 부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모든 권한이 집중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농협중앙회 때문에 지역 단위농협 직원들은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농민들 피 빨아먹는 농협이라는 욕을 듣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최재호 공동대표는 “농협 개혁을 어떻게 하는지가 차기 정부의 개혁을 시험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 같다”며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이러한 농협 개혁에 지역 단위농협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 둔내농협 문화지소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어 원주생명농업 물류센터를 방문해 영업팀장으로부터 생활협동조합의 운영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둔내농협 문화지소를 방문했다.

둔내농협에서 임성규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진보정당 운동을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는 시원하게 할 말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정권교체를 통해 노동자가 차기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회연대노동포럼을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원도 지역 사업장 방문을 끝으로 지난 4월 16일 목포에서 출발한 사회연대노동포럼의 전국 순회 대장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오는 9일 대선까지는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대선 이후에도 노동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시행될 수 있게 감시와 압박을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