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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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5.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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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성상영의 촌철살인미수

한 마디 말로 큰 위력을 발휘할 때를 ‘촌철살인’이라고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기자가 사는 동네 마트에서는 포인트카드를 발급받은 회원들에게 할인품목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물론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는 비루한 자취생에게 그다지 쓸모가 있던 적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간식류나 주류가 할인품목에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매번 확인하게 된다.

할인 판매는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나, 파는 사람에게나 대체로 이득을 가져다준다. 경제학에서는 크게 ‘가격탄력성’ 개념과 ‘미끼상품’ 두 가지로 이를 설명한다. 미끼상품은 말 그대로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는 낚싯밥 같은 것이다. 소비자가 관심 가질 만한 물건 값을 아주 많이 깎아서 광고하고서 다른 상품까지도 사게 만든다. 이때 판매자의 목적은 미끼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많은 소비자를 낚아 올리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가격탄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제학 속 시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수요자와 무수히 많은 공급자가 균형가격, 균형수량에서 만난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자는 물건을 더 적게 사려 할 것이고, 공급자는 더 많이 팔려고 할 것이다. 수요 또는 공급의 탄력성은 가격 변화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의 반응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 준다. 탄력성이 클수록 두 경제주체는 가격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각각 수요·공급량을 늘리거나 줄인다.

시장에서는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가격 변화에 민감한 수요자는 가격이 약간만 올라도 금방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격탄력성이 큰 소비자를 상대하는 판매자는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다. 반대로 가격탄력성이 작은 소비자를 상대하는 판매자는 가격을 적당히 올리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초 담뱃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담배 판매량이 여전한 것은 흡연자들의 담배 수요가 상당히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수요자와 공급자가 무수히 많은 시장’에 대한 가정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오래토록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세상 사람들이 생활에서 접하는 판매자들은 대다수 독과점 기업이라는 것이다. 독과점 기업은 가격을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 권한은 막강한 위력을 가진다.

그런데 독과점은 꼭 판매자들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독과점 기업에 물건을 팔아서 먹고 사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있다. 이들 중소기업과 독과점 대기업의 거래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은 후자가 갖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는 그래서 발생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고상한 수식으로 표현하지만, 현실은 매우 거칠다. 심지어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품질관리’를 빌미로 납품 중소기업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장의 규칙이 실종됐다.

시장의 규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부의 개입을 통해 시장을 정상화 할 수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때때로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