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한 짧은 고찰
노동에 대한 짧은 고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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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이동희의 집게손가락

어딘가를 가르킬 때 우리는 집게손가락을 사용한다. 집게손가락이 향하는 곳엔 길이 있고 그 끝엔 답이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지문인식’입니다. 휴대전화 뒷면에 ‘한입 베어 문 사과’가 새겨져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요. 고막이 얼얼할 정도로 크게 울리면서 아침잠을 깨우는 휴대전화 알람을 끄기 위해서는 지문인식을 거쳐야 합니다. 이번 칼럼을 쓰기 앞서 내가 살아가면서 하는 인식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니 휴대전화 지문인식이 떠올랐습니다.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번 <참여와혁신> 155호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인식’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취재원들이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마음 아파했습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이가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정식적인 노동으로 보지 않아 아르바이트노동자들의 권리가 쉽게 침해당하는 것을 속상해했고,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과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이종승 위원장은 영화와 공연예술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견뎌라’ 식의 잘못된 관행에 맞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같은 노동임에도 이주노동자가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차별 받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저 또한 이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행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노동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노동에 대한 인식을 고민하고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때 인식이라고는 휴대전화 지문인식 밖에 몰랐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노동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조합 역시 많은 이들에게 낯선 존재이며 불편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제연합의 전문기구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노동3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라는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을 하며 보냅니다. 이 중 만족스러운 근로조건을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노동에 대한 인식, 여기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