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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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17.05.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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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야기]음식 콘텐츠

식도락은 영어로 ‘epicurism’인데, 본래 이 단어는 에피쿠로스 학파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그는 “인생 최고의 것은 도덕이나 절제 등으로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이며,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쾌락이다”라고 하여 쾌락을 감각적 향락과는 구분하였다. 후대에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가 감각적 향락주의로 혼동되면서 식도락(食道樂)이란 의미를 갖게 되었으니, 에피쿠로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분개할 일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을 탐닉하면서 먹는 음식은 인간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여행을 떠날 때 맨 먼저 하는 것이 맛 집 검색이고, 맛 집을 탐방하는 여행만큼 누구에게나 만족을 주는 것도 드물다. 음식은 그 지역의 식생, 기후, 사람들의 기질과 성향, 문화와 역사가 종합적으로 버무려진 결정체이다. 드라마, 가요, 영화에서 시작된 한류가 2000년대 들어 김치, 고추장, 라면 등 한식으로 확대되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음식은 미각, 후각, 시각 등 오감을 자극하고 인간의 두뇌에 강한 각인효과를 갖는다. 한식에 담긴 역사, 문화, 이야기와 더불어 건강, 웰빙과 같은 기능성을 강조한다면 한류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김치소믈리에

미국의 건강잡지 <HEALTH>는 랜틸콩, 올리브유, 요거트, 낫또와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았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발효식품으로 유산균, 아미노산,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면역력을 키워주고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다. 이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매운 맛을 줄이면 외국인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치는 한식의 기본찬으로 김치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지만,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요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

김치소믈리에는 우리나라 김치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영향학적으로 김치의 성분 및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료선별 및 평가, 추천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치가 가져야할 영양학적, 시각적, 미각적 특성을 평가하고 객관적 기준을 정립하여 다양한 지역별, 계절별 김치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김치 담그는 법, 보관법, 숙성기간, 김치와 어울리는 요리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전체 상차림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김치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우리의 고유한 김치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김치에 대한 표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김치의 질관리를 과학화, 체계화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김치는 지역별, 계절별, 재료별, 숙성기간별로 다양하며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다. 김치의 종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로서 배추, 무, 오이 등 사용되는 주재료, 고춧가루 사용량, 사용하는 젓갈의 종류 등이다. 김치의 종류에 따른 보관방법, 최적발효기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이론공부로는 부족하며 상당기간의 실무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영양학과, 조리학과 등에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사설교육기관의 김치소믈리에 교육과정에 참여하여 관련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밥소믈리에

쌀은 한국인의 주식으로 세계 총생산량의 약 92%는 아시아에서 생산되며, 또 그 대부분을 아시아 사람들이 먹고 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은 크게 일본형과 인도형으로 나눈다. 인도형은 일본형에 비하여 쌀알이 길고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없어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5천년 역사에서 우리 민족에게 쌀밥은 로망 그 자체였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2007년 76.9Kg에서 2016년에는 61.9Kg으로 무려 15Kg이나 감소하여 그 인기가 전과 같지 않지만, 북한은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국가적 목표다.

그동안 주식인 ‘밥’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기준 없이 국과 반찬에 가려져 음식으로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였다. 잡곡밥, 영양밥, 초밥, 볶음밥 등 밥이 그 자체로서 요리라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전문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요리로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밥소믈리에는 쌀의 품종, 산지를 식별하고 쌀, 밥에 대한 영양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밥의 용도에 적합한 최적의 밥짓기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쌀의 품종, 상태 파악, 밥의 용도에 따른 적절한 물의 양, 조리시간, 조리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밥맛을 평가하고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쌀이나 밥에 대한 평가, 추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밥의 성분 및 특성, 밥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 쌀의 품종, 산지, 잡곡 등에 대한 이해와 선별, 관능평가, 밥짓기와 성분변화, 밥 종류와 맛의 변화, 밥과 어울리는 음식 등 밥소믈리에의 업무영역은 광범위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밥소믈리에가 직업인으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체계적으로 밥소믈리에를 양성하고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밥이 상품화되고, 각종 김밥종류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상황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도 밥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품질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밥소믈리에의 역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