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공연예술인노동조합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준석 선장의 안내방송 내용이었다. 그리고 안내방송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수많은 승객들은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가만히 있으라” 이 말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슴에 깊게 박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공연예술인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보고 관행이란 이름 아래 정말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첫 발걸음이었다.
사회 연대로부터 시작한 노조 출범
공연예술인노조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참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라는 연극인들의 사회적 연대가 중심이 되어 탄생했다. 참사 이후 ‘연극미래행동 네트워크’ 모임이 만들어졌고 500명이 넘는 연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연예술인노조 초대위원장인 이종승 위원장은 “예술인들은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연극미래행동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사회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소리를 스스로 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조의 필요성을 고민한 끝에 준비 위원회를 거쳐 2017년 3월 27일 공연예술인노조가 출범했다.
공연예술인노조는 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 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창립식을 진행했다. 창립식에서는 3대 권리 운동을 주장하며 ▲예술인 최저임금제도 실시 운동 ▲기본소득법 실시 운동 ▲기초 공연 예술 진흥법 입법 운동을 선언했다. 조합원은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배우, 제작자, 연출, 작가들로 이루어졌으며 출범과 함께 85명의 조합원이 함께했다.
조합원의 80% 이상이 연극인들이지만 ‘연극인노조’가 아닌 ‘공연예술인노조’인 이유는 비슷한 처우에 있는 공연예술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포함시키기 위한 노조의 노력과 고민이 들어있다. 이 위원장은 “공연예술 안에서도 소수이거나 정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는 분들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분과를 시키더라도 지금은 함께 묶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라고 밝혔다.
시급한 임금 문제, 61.3% 월 50만 원 미만 받는다
공연예술인노조는 노조 창립에 앞서 SNS를 통해 ‘2017년 공연예술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공연예술인 164명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 평균 공연 수입을 묻는 질문에 ‘50만 원 미만’ 응답자가 6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50 이상 100만 원 미만’은 23.1%, ‘100 이상 150만 원 미만’은 10.6%를 차지했다.
이어서 현재 공연예술 활동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9.4%가 ‘낮은 임금’을 꼽았다. 영세한 극단의 경우 제작비의 반 이상이 극장 대관료로 나가게 된다. 그 다음에 세트, 무대, 조명 등의 비용이 계산되기 때문에 배우와 스태프의 임금은 제일 마지막에 계산된다. 또한 공연을 위한 연습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도 저임금의 원인이다.
저임금을 당연히 여기는 관행도 문제이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와 ‘공연하는 걸 감사히 생각해’ 식의 으름장에 공연예술인들이 저임금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예술 활동 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냐’는 물음에 80.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기초 생활도 누리기 힘든 심각한 저임금 문제에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언젠가부터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이 위원장은 “노조에서 공연예술인 기초 생활 보장을 외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공연예술인들이 최저시급도 안되는 임금을 받으며 이 일을 한다. 많은 공연예술인들이 이를 직업으로 여기고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초 생활 보장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실태조사에서도 공연예술인 노동조합에서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예술인 최저임금 제도 실시’가 6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지원 제도 개선 ▲기본 소득법 실시 ▲예술인 공공임대주택 확대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 ▲표준 계약서 도입 등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초예술이 인정받고 예술을 하는 사람도 똑같이 보편적 복지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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