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의 도 넘은 노동조합 탄압
SK플래닛의 도 넘은 노동조합 탄압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5.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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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거부자들이 받은 교육의 정체는?
[리포트] SK플래닛노동조합 탄압

“‘희망퇴직’이라길래 우리가 퇴직을 희망하는 건 줄 알았다. 우리가 희망하지 않으면 아닌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우리의 퇴직을 회사가 희망해서 ‘희망퇴직’인 거더라.”

모든 것은 2014년 3월 SK플래닛이 인력 감축의 일환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SK플래닛은 고연차 직원 177명을 특별희망퇴직 명단에 올렸고 이에 157명이 퇴직했다. 이후 SK플래닛은 퇴직을 거부한 20명을 역량향상프로그램(PIP)에 배치했고 이 중 14명은 교육을 통해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그리고 현업에서 제외된 6명에 대한 SK플래닛의 집요한 퇴직 압박이 시작됐다.  

퇴직 압박에 결국 노조 설립까지

최종적으로 현업에 복귀할 수 없게 된 6명은 역량향상프로그램(PIP)이라는 배에 올라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퇴직 면담 시에는 1년 정도 받을 거라고 했던 교육이 3년 가까이 이어졌다. 교육을 수료하면 현업에 복귀시켜주겠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버텼지만 지난해 7월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면 재택 대기발령을 내리고 올해 말에 해고하겠다”라며 퇴직 거부자들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퇴직을 끝까지 거부하자 같은 해 8월 1일에 예고한대로 재택 대기발령을 내렸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결국 일주일 뒤인 8월 8일에 노조를 만드는 지경까지 이른다.

노조는 연맹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노조 결성으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9일 SK플래닛 판교 본사 앞에서 노조 홍보 활동을 시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노조 활동을 하자 그날 오후에 바로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전환배치를 위한 직무역량 강화 교육이 시행될 것이라는 문자가 왔다고 한다.

“8월 1일 재택 대기발령을 내리면서 ‘더 이상의 교육은 없고 올해 말에 해고할 예정이다’라고 했는데 노조 홍보 활동을 하자마자 연락이 온 것이다. 노조 탄압의 시작이었다.”

저성과자 만들어서 부당 해고

회사는 노조 홍보활동 이후 노조 간부 6명을 ‘교육발령’과 ‘대기발령’ 둘로 분리시켰다. 주성환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 3명은 교육발령을 내리고 나머지 간부 3명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시켰다. 주 위원장은 “노조 와해를 위해 한쪽은 교육으로 묶어두고 한쪽은 대기발령을 내려 퇴사를 압박했다”라고 말했다.

대기발령을 받은 노조 간부들에게 회사는 또다시 퇴사 압박을 강행했다. 회사의 계속되는 퇴사 압박을 버티지 못한 부위원장 김 씨는 지난해 11월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또 다른 대기발령자인 부위원장 조 씨에게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해고 절차가 들어갈 것이다”라며 퇴사를 종용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퇴사 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지난 12월 15일 조 씨의 직권면직 해고를 결정했다. 나머지 한 명인 회계감사 윤 씨는 대기발령에서 교육발령을 통보받았다. 회사는 조 씨의 해고 사유를 3년(2014~2016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저성과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조 씨를 저성과자로 만들어서 해고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회사는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저성과자를 업무능력 향상 교육 기회 제공 및 적합한 업무로의 배치전환을 한 뒤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통상 해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조 씨의 경우 희망퇴직을 시행한 2014년 기준 3년간(2011~2013년) 한 번도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노조는 저성과자가 아닌 희망퇴직 거부자인 조 씨를 역량향상프로그램(PIP)에 입소시켜 일방적으로 3년간(2014~2016년) 최하위 평가를 매겨 저성과자로 만들고 해고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회사는 조씨의 PIP교육 3년 동안 매긴 최하위평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는 공정성, 객관성, 합리성이 담보된 인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3월 1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조 씨의 손을 들어주며 부당해고임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지침과 조 씨의 사례 비교

고용노동부 지침
3년 최하위 평가를 받은 저성과자 ▶ 업무능력 향상 교육 기회 제공 및 적합한 업무로의 배치전환 ▶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통상 해고

SK플래닛 조 씨의 사례
저성과자가 아닌 희망퇴직 거부자 ▶ 역량향상프로그램 (PIP) 입소 및 일방적 3개년 최하위 평가 부여로 저성과자 ▶ 통상 해고

 

지나친 교육 압박에 몸까지 망가져

교육발령자에게도 탄압과 압박은 똑같이 이어졌다. 이들은 “처음부터 순수한 역량 향상 목적의 교육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주면서 떨어져 나가게 만들려는 교육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발령자 교육은 주로 온라인 교육 위주로 진행됐다. 재무관리, 영업관리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뒤 시험을 치르고 70점 이하를 받으면 어김없이 경고장이 날라왔다. 주위원장은 “좁은 방 한 칸에 관리자의 감시를 받으며 도저히 시험 점수 70점 이상이 불가능한 과도한 학습량을 견뎌야 했다. 원래는 80점 이상이었는데 너무 심하다고 항의하니 70점 이상으로 내렸는데 시험을 더 악독하게 냈다”라고 말했다.

교육발령자 중 교육 수료 기준을 통과한 부위원장 심 씨를 제외하고 회사는 나머지 미수료자들에게 2개월 추가 교육을 통보했다. 심 씨는 지난 3월 13일 교육 수료 후 사실상 노조 활동이 제한된 구매팀으로 발령됐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4월 7일 사무국장 정 씨가 교육을 받던 중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의 오랜 퇴사 압박으로 우울증 증세가 있었어요. 그 와중에 1차 교육에서 떨어진 거죠. 그 친구가 경영학과 출신인데 자꾸 시험에서 떨어지니까 약이 올라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그랬어요. 경영지도사인 나도 떨어지는 시험인데 오죽했겠어요.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치통이 왔다고 해요. 이빨이 빠질 정도로. 그다음에는 손이 막 붓더니 물집이 생기고. 그다음에는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계속 몸이 나빠졌어요. 응급실에 실려간 날도 오전까지는 잘 버티고 있었는데 오후 교육 때 도저히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조퇴하라고 했는데 걷지도 못하겠다고 해서 119 불렀죠. 진단받아보니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방광염에 전립선암까지 의심된다고. 엄청 심각하죠. 곧바로 4월 말에 수술 날짜 잡고 병가 냈어요.”

이어서 회계감사 윤 씨는 “그렇게 구급차에 실려가는데 같이 따라가지도 못했다. 응급대원이 보호자 같이 가실 분 계시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했다. 여기서 교육 빠지면 회사에서 경고장 날라오니까”라고 그날을 떠올렸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14일 오후부터 교육이 중단됐다. 고용노동부와 성남시가 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하면서 노조 간부들은 교육 중지와 동시에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즉각 현업 배치 요구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노조의 “교육 중단으로 끝내지 말고 즉각적인 현업 배치를 시행하라”라는 요구에 사측은 “현업 배치 주선을 해주겠다. 하지만 현업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면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회사가 현업 배치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관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를 교육으로 내몬 것은 회사이지 현업 근로자들이 아니다”라며 “배치될 부서의 담당 임원들이 우리의 현업 배치를 거부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큰 틀에서 세 가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 전원(통상해고 1명 포함) 현업 배치 인사 발령 결과가 확인되어야 한다며 배치 노력은 또 다른 괴롭힘임을 강조했다. 둘째, 노조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우선 합의사항(근로면제 시간, 사무실 등) 체결이 필요하고 이후 기간 내 단체협약 체결 약속 및 대표이사가 단체협약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을 문서로 약속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를 주도한 담당자 처벌 요구와 이 모든 것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장실에서 한국노총 문현군 단장과 노조, 회사 대표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문현군 단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SK플래닛노조는 박근혜 정권에서 만든 저성과자 퇴출제의 최대 희생자”라며 “SK플래닛은 그동안의 인권유린에 대한 보상은 물론 노조 말살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부노동청 성남지청은 4월 13일 노조가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SK플래닛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돌입했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진정사건이 접수됐으니 가급적 빠른 시한 내에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