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학교에서 일터로
발달장애인, 학교에서 일터로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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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설은 혐오시설? 지속적 설득 필요
[인터뷰]이효성 서울발달장애인센터 센터장

장장 1년 6개월이 걸렸다. 6번의 공식 주민설명회와 면담 그리고 끝장토론 끝에 작년 12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에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문을 열었다. 설립을 위해 앞장서서 주민들과 대화했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눈물을 보이며 주민들에게 감사의 큰절을 했다.

완강히 반대했던 주민들도 ‘발달장애인과의 화합’을 언급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 사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이효성 서울센터장이다.

이 센터장은 1993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입사해 장애인 채용업무와 직업영역개발확대 사업을 각각 10년 씩 맡았던 현장전문가이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그는 발달장애인이 ‘학교에서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직업 훈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1명의 첫 신입생을 받은 이후 32명으로 그 수가 늘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서울센터장을 지난 4월 6일 만났다.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설립 취지와 역할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발달장애인 직업훈련기관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함께 운영한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전환기에 있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까지를 학교에서 일터로 전환하는 시기로 보고 ‘전환기’라고 말한다.

고용노동부의 직업서비스,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교육훈련기관 등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기관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관들은 모든 유형의 장애를 다뤄 발달장애인은 알아듣지 못한 채 교육을 받아야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언어의 제약성 ▲짧은 집중시간 ▲일반화 난점 등의 특성이 있다. 텍스트와 강의로 진행되는 기존의 교실형 직업프로그램으로는 교육화가가 부족하다.

반면 서울센터는 발달장애인 전용 기관으로 직업체험관을 설치하고,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공간부터 커리큘럼까지 발달 장애 특성을 고려해 맞춤으로 구성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직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2011년도부터 서울시교육청과 발달장애가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을 학교 내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학령기와 관련된 ‘커리어점프 희망 일자리’ 사업을 했다. 그 이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성인기 장애 관련된 사업만 했다. 서울시 교육청과 교류하면서 협업해 ‘워크 투게더 사업’등으로 발전시키면서,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의 학교 내 일자리가 생겼다.

그 기조에는 2010년도에 관련법이 개정돼, 국가가 고용을 하는데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영역에 장애인고용 의무 부담금이 생긴 것이 있다. 당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36억, 다른 교육청의 경우도 20억 원 가까이 되는 부담금을 부과 받았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교육청이 장애인고용을 안 해서 모범적이지 못할뿐더러, 국가에 벌금을 내야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법에 정한 의무고용을 지키려고 보니, 교사직 공무원이 아닌 행정 보조와 같은 쉬운 일이 많았다. 그 자리에 발달장애인들이 전환되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고3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이 같은 교류를 5년 동안 이어오면서,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조금 더 일찍 직업 교육을 받으면 일터로 옮겨갈 친구들이 많겠다는 것을 양 기관이 함께 느껴왔다. 법과는 상관없이 협업해 고등학교 학생들의 직업훈련을 강화해야한다고 인식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의 정규 교육과정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이 무료교육의 끝 지점이다. 졸업 후 1~2년 동안 ‘전공과’라는 과정을 운영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낸 대부분은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일반 사회로 나간다. 이 때 직업교육이 안 돼 있으면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대다수이다. 전환기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앞선 직업 교육이 중요하다. 이시기에 집중적으로 직업교육을 해서 한 명이라도 더 취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한다는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의견을 모아 센터를 설립했다.

고등학교 재학생 1~2학년을 위한 과정은 프로그램 개념이다. 반면 마지막 전환기로 구분되는 3학년은 정규교육 과정으로 본다. 난이도를 3단계(기본-심화-전문/직업훈련)로 구분해 학년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학교 소속은 아니지만 ‘입학생’으로 등록받아 직업으로 가기 위한 6개월간의 맹훈련을 실시하고, 취업 연계를 한다.

입학은 전환기 직업훈련에 해당한다. 효성ITX의 경우 6월 1일자로 6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중간에 취업해 나가는 학생들이 생기면 수시로 추가 입학생을 받는다. 지난 3월에 입학생 21명을 받았는데, 지금은 32명으로 늘었다. 한 번에 최대 40명이 교육 받을 수 있고 한 학기가 두 번 반복되니 받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80명이다. 학기 중에도 일터로 빠져 나가는 입학 학생 수가 많으면 총인원은 플러스알파가 된다.

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연간 몇 명 정도인가.

1학년 1,000명, 2학년 240명, 3학년 80명이다. 서울시 발달장애 학생이 연간 1,000명 정도로 본다. 1학년은 모든 학생 센터 직업 훈련을 받는다. 2학년은 교육청이 추천한 240명이 1인당 한 학기에 14번 센터를 방문해 직업체험관을 도는 직업심화교육을 받는다. 장애가 경한 경우 대학으로 진학하고, 취업이 아닌 복지관 등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있다. 심화교육일수록 교육 가능한 인원이 적다. 1,000명 당 80명이 아니라 앞으로 점차 더 늘려가야 할 부분이다. 1~2학년의 경우, 전 학생들에게 직업 정보를 맞춤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직업 훈련 인프라보다 강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아주 좋아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커피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한 뒤, 진짜 커피를 보여주면 커피인 줄 모른다. 추론적 사고 부분이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서울센터에서는 실제로 커피 원두를 만지고, 향을 맡아 보게 한다. 직접 체험을 통해 경험치를 높여 주는 것이다. 이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취업 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때 판단 기준이 되는 것으로 중요하다. 직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치를 제공하는 것이 센터의 직업체험관의 목적이다.

고용 전산망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장애인들이 고용된 업종을 분석해 11개의 직무를 정했다. ‘쉬운 책 번역’이나 ‘문화 예술’ 관련된 항목은 미래에 예상되는 직업이다. 미래직무 분야에서 학생들은 PD와 앵커 체험도 한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화면 해설 방송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수화 방송을 해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방송이 필요하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TV를 많이 보지만 방송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에는 이들을 위한 맞춤 방송이 없다. 집중해서 알고자 하는데도 알 수 없다면 이것은 차별이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쉽게 풀어주는 채널이 앞으로 생겨야하고, 채널이 생긴다면 그 방송은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출연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센터장 이전에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1993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입사한 24년차 직원이다. 초기 10년은 일산에서 장애인 채용을 돕는 일을 했다. 당시에는 장애인들이 갈만한 곳은 양말 공장밖에 없었다. 관리하는 공단 직원이 간식을 사들고 한 번씩 찾아가 일을 해주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안 짤렸다. 그런데1999년 IMF가 끝날 무렵 이런 제조 공장마저도 다 중국으로 나갔다.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직이라든지, 직종 다각화 업무를 했다.

2005년부터 10년 정도는 고용개발원에서 직업영역개발 확대 사업을 했다. 그때 현재 서울센터에 들어온 업체들과 인연을 맺었던 것이 센터를 설립할 때 도움이 됐다. 연구실에서 연구한 내용은 아무리 유익해도 책자에 담겨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렵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지금의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구상하게 됐다. 여기에 미래 전망 직업 등이 추가돼 현재 센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센터 위치는 어떤 조건을 고려해 결정했나?

서울시 교육청에 제출한 센터 사업안에 시교육청의 유휴 공간, 즉 폐교가 된 공간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도심지인 성일중학교와 고광초 등 몇 군데가 물망에 올랐다. 센터를 찾는 발달장애인들의 교통 접근 용이성을 고려해 성일중학교 내 현 부지를 택했다. 성일중학교 건물이 74년도 지어졌다. 학교가 생길 당시에는 1,500명의 학생이 다녔는데, 제안서를 낸 당시 500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300명만 남았다. 이곳은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주거지가 계속 뒤로 밀려나면서 접근권이 좋아졌다.

빈 공간에 들어오는 데도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가 1년 동안 이어졌다. 님비 현상이다. 장애인 시설이 혐오시설이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었다.

주민들이 1,500만원을 모아 변호사를 고용했다. ‘센터 설립 무효’, ‘공사 중지권’ 등의 소송을 걸었다. 그 결과가 작년 7월 마무리됐는데 모두 설립해도 된다는 쪽이었다. ‘주민들은 학교에 대한 당사자가 아니다’며 당사자성 각하 등의 판결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차별 등을 지적하는 부분도 컸다.

법적인 다툼과 별개로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의 지속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의견을 들었다. 설립반대를 외치는 주민들과 싸움은 치열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주민들의 반대가 많이 잦아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지역에는 특수학교 하나도 생기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힘들게 물꼬를 텄다. 고용부와 연계돼 파워도 있었고, 앞으로 사회에서 일을 할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곳이니 주민들은 경증일 것이라고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법을 통해 발달장애센터 설립을 막으려 해도 계속 주민들이 원하는 판결이 나지 않자,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는 이길 수 없음을 주민들 스스로 학습하기도 했다.

서울센터에서 하는 학부모 교육, 교사 교육이 눈에 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20년을 교육시켜도 비장애인처럼 살 수 없다. 장애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두 가지로 나뉜다. 한국의 전체 장애인 중 90%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들은 비장애인으로 산 경험이 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은 태생적으로 장애가 있었다. ‘재활’이라는 개념은 다시 정상화로 돌아감을 뜻하는데, 돌아갈 지점이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재활교육을 해도 안 된다. 발달장애인들의 강점을 발견해 주는 것이 답이다. 역으로 부모와 교사, 기업주들이 먼저 이해하고 발달장애인들에게 적응해야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 교육이 중요하다.

고용을 하는 기업도 발달장애인들에게 맞게 직무도 자르고, 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곁에 조력자를 붙여줘야 더 많은 아이들이 일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의 교육을 올해 하겠다는 것이다.

그 지점을 좀 더 만들어줌과 동시에 이들이 자신의 고유성과 특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영업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