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과 하도급, 종류도 다양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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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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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의 실태와 유형

법적 구분·개념 명확하지만, 생산현장에서는 “헷갈려”


불법파견의 유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외형상 도급계약 또는 업무위탁계약의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근로자 파견인 경우다. 위장도급 또는 무허가 파견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불법파견은 자동차, 철강, 화학섬유 등 사내하청 비중이 높은 제조업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최근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 자동차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서 2002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2001년 (주)캐리어가 모두 이런 유형에 속한다.


두 번째 유형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근로자파견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근로자파견법이 규정하고 있는 허용대상업무, 파견기간, 기타 사용금지 규정 등을 위반해 불법파견이 되는 경우다. 최근의 사례로는 민주노총과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가 노동부에 진정한 타워크레인 용역업체가 대표적이다. 타워크레인 업무는 근로자 파견법에 따라 파견근로가 금지돼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유형은 개념상으로는 명확히 구별되지만 현실에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사내하청업체의 경영이나 노무관리에 원청업체가 사실상 개입해 형식적으로만 도급방식을 취하고 있는 ‘위장도급’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파견법상 파견금지 업무인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 외에도 최근에는 근로자파견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원청업체가 관리자를 파견업체로 옮겨서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거나 아예 원청업체가 관리자를 용역업체의 용역소장으로 ‘자리바꿈’시키는 것이다.

파견노동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영구적으로 파견 노동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2년마다 파견노동자 교체를 요구해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기간의 제한을 회피하는 방식도 생겨났다.

 

▲ 유형 1. 위장 도급
하이닉스반도체의 사내하청업체인 현대휴먼플러스는 104명의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현행 파견법상 원청업체는 도급계약을 맺고 파견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업무 및 작업지시를 내릴 수 없지만 하이닉스반도체는 자사 소속 직원들과 똑같은 업무지시를 내려 왔다. 또 현대휴먼플러스 노동자들은 자재와 비품 등을 하이닉스에서 빌려 사용하고 하이닉스 직원들과 같은 공정에서 근무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휴먼플러스 근로자들이 하이닉스 직원들로부터 작업지시를 받는 등 완전한 수익성 도급을 실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 두업체의 도급계약 관계는 형식상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는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형식상 도급계약이 체결됐지만 실제는 현대휴먼플러스 근로자들이 하이닉스측의 지휘 감독을 받는 근무형태를 띄고 있어 도급 계약 당사자인 하이닉스와 현대휴먼플러스 모두 현행 파견법을 위반한 것이 됐다.

 

▲ 유형 2. 파견근로법 위반과 위장도급의 혼재
대경특수강은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 2001년 12월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이 판정으로 회사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회사는 기존에 1개였던 사내하청 업체를 3개로 분리해 각 업체별로 공정별 하도급을 실시했고,  과거 인당 인건비로 계산하였던 단가 기준을 물량기준으로 전환했다.

 

형식적으로 노무관리 및 경영의 독립성을 지닌 외양을 갖춰 법적으로는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회사 노동조합은 이를 실질적인 파견이라고 주장하고 파견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03년 1월까지 18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화 됐고 나머지는 아직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불법파견 판정 이후 공정을 완전히 분리해 도급으로 가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적인 결함은 없는 경우다.

 

▲ 유형 3. 사용업체 관리직이 파견업체로 자리를 바꾸는 경우
대한항공은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면서 그룹의 계열사인 한진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해 한진관광으로부터 판매 인력을 공급받았다. 한진관광 노동조합은 “대한항공 부장인 면세점장이 한진관광 소속 직원들에 대해 직접 업무지휘를 해 왔다는 점에서 도급이 아니라 실질적 파견”이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청에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관해 서울지방노동청은 2000년 1월 대한항공이 면세점장들을 한진관광으로 전출시켰으므로 2000년 1월 이전까지는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2000년 1월 이후로는 적법한 도급이라고 보아야 한다면서 2000년 1월 이전의 불법파견 부분만 형사고발했다.

 

▲ 유형 4. 파견노동자의 주기적 교체를 통한 영구적 파견 사용
KBS, MBC 등 방송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방송사는 취재차량 운전기사를 파견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운영한다. 그러나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파견법 6조 3항(직접고용 간주 조항)이 문제가 됐다.

 

회사는 2년이 되기 전에 파견노동자를 해고하고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기적으로 파견노동자를 교체했다. 파견업체는 이 조항을 회피하면서도 자신의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KBS의 파견노동자를 SBS에 보내고 SBS의 파견노동자를 MBC에 보내는 등 편법을 써 왔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동일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파견노동자를 교체하는 경우에는 파견법 6조 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