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개발은 희망만들기입니다!!”
“인적자원개발은 희망만들기입니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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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원덕 원장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가 이기는 방법 찾을 때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사람이 희망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개원 9주년을 맞아 ‘선포’한 이 슬로건은 인적자원개발이라는 대명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게 한다. 이 슬로건은 두 차례에 걸쳐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내고 ‘사람입국’이라는 참여정부 정책방향을 제시해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한 이원덕(55) 원장의 작품이다.

이원덕 원장은 지난 9월 직능원의 책임자를 맡은 이후 줄곧 국가 차원의 인적자원개발 정책의 방향을 만드는데 매달려 있다. 국가와 지역, 업종, 기업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사회학습망’을 구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는 믿음이다.

이 원장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비정규직 문제도 결국 교육훈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능력개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원 기념식 다음날 이원덕 원장을 만나 ‘학습하는 사회’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노동연구원이나 노동교육원쪽에서 일전에 고용정보원 권재철 원장 임명 당시 ‘큰일 났다. 강력한 원장이 와서 우리가 밀리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었는데, 이제 이원덕 원장의 직능원까지 가세해 ‘더 큰 일’이라고 하더군요.

(웃음)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어느 기관이나 강한 경쟁자가 있으면 자기도 강해지는 겁니다. 지금 노동연구원이나 고용정보원이나 직능원이 모두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가나 기업이 부강해지고 그러면서 다시 사람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정책’의 연구입니다.

그런데 개발연대에는 이런 정책의 영향력도 적었고, 예산배정도 적었고, 인력투입도 적었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이 분야가 국가발전 전략차원에서 훨씬 더 중요해지고 우리 국민들의 요구도 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를 훨씬 더 해야 합니다. 제가 직능원에 오면서 강한 경쟁자가 생겼다라고 위기의식을 가지면 그것이 자극이 되고, 발전의 동력이 되리라고 봐요.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어제 개원기념식에서 ‘사람이 희망’이라고 선포를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우선은 사람자체가 소중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데 중요한 것은 결국은 직업 아니겠습니까? 평생직업, 직업의 안정성, 보다 나은 직업 이런 의미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개원기념식에서 ‘사람이 희망’이라고 선포를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우선은 사람자체가 소중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데 중요한 것은 결국은 직업 아니겠습니까? 평생직업, 직업의 안정성, 보다 나은 직업 이런 의미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지금과 같은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경쟁력이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람에 투자를 하고 사람의 능력을 개발해서 부강한 국가, 부강한 지역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고, 개인적인 면에서 본다면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면 보다 안정된 직업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희망인 거죠.

직능원에서 인적자원개발을 강조해서 연구한다 할지라도 정작 그 결과들을 정부 부처에서 실제로 집행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중시해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고, 노동부도 고용노동부로 간다고 하지만 정책 실행의 의지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외부의 시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직능원이 지난 9년간 천 건이 넘는 연구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한 발 앞서서 선제적으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결 역할이 조금 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책의 방향이 정해진 다음에 그 정책을 추진하는 실무적인 연구가 많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능하면 정책을 따라가는 연구가 아니라 정책에 한발 앞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그래서 정책의 기조와 흐름을 만들어가는 연구를 하고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려고 합니다.

현재 인적자원개발과 연관되어 있는 기관이라면 직능원을 포함해서 노동연구원, 고용정보원, 노동교육원 등이 있습니다. 분야에 차이가 조금씩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기관들 사이에서 업무의 중첩이 나타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잉투자나 중복투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는 과소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의 인력이나 예산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은 유사 기관에서 유사 업무를 해서 사회적 검증을 받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각 기관마다 인적 구성이나 그 기관의 정체성에 따라 조금씩 분석이나 시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시각에서 고민하는 것들이 종합돼서 국가차원의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정말로 다양한 측면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연구원, 직능원, 고용정보원 등 다소 중복된다고 하더라도 각 기관의 연구 결과가 정부차원에서 조율되고, 그래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봐서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미국의 예를 들더라도 유사한 연구를 하는 수많은 기관들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씽크탱크들의 의견들 가운데서 조율되고 조합되고 가장 훌륭한 정책들이 집행되는 겁니다. A라는 기관의 의견이 정책될 수도 있고, B라는 기관의 의견이 정책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미국정책의 건강성이나 합리성이 담보되어 왔다는 평가를 하죠. 그래서 우리도 어느 한 기관에 독점시키는 것 보다 분점시키고 협업시키고 또 때로는 경쟁시키는 것이 우리 정책의 건강성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학습복지가 노동복지와 결합돼야
분배에 관심을 가지던 현장에서 이제는 고용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계에서는 투쟁을 통한 고용보장, 기업은 인력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의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적 아젠다 설정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 직능원에 있고, 정부에도 있다고 봅니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당연히 단기적으로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투쟁을 통해서 하려고 하겠죠.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상충하고 있는데, 우리가 조금 넓게 본다면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서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많은 경험과 사례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 자르는 것을 능사로 아는 기업이 세계 일류가 된 예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노사가 한 발 물러나서 어떻게 하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노동자의 고용도 안정되게 할 것이냐, 거기에 맞는 정책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이 인적자원개발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복지의 개념 변화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전통적 복지의 개념은 정부가 세금을 거둬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시혜적 개념의 복지, 즉 웰페어(Welfare)였습니다. 하지만 평생복지가 가능하려면 일하는 복지, 노동을 통한 복지여야 한다는 워크페어(Work-fare)의 개념으로 옮겨 갔습니다.

전통적 복지는 줄이고 일을 해라,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봉급을 주겠다, 그것으로 먹고 살아라 이런 거지요. 그런데 무리하게 사람에게 일을 주려고 하면서 사람과 일 사이에 ‘미스매치’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의 공공근로가 대표적이죠. 그래서 90년대에 나온 것이 런페어(Learn-fare), 즉 학습복지입니다.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능력개발을 시키고, 그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주면 일자리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개인으로 봐서는 그 능력에 맞는 일을 하니까, 일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앞으로는 능력에 맞는 학습복지가 선행되고, 학습복지가 노동복지와 결합되는 것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개인은 고용이 보다 안정되니까 그 방향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내는 것을 아젠다로 삼아야 합니다.이런 문제들 같은 경우에는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만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업종차원에서 작업이 필요한데, 여전히 이런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이 지역리더십의 역할입니다. 아직은 지역단체장들의 지역인적자원개발에 관한 마인드가 부족해요. 당장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입지 전략에서 시장과 수요도 봐야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입지 조건은 그 지역의 인적자원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장, 지역의 노사 등 지역의 리더들이 아직은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직능원에서 인재개발 지도자 과정 같은 걸 만들어서 전략과 노하우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사회학습망을 구축하자
국가적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결국 인적자원개발에 달려 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우리는 인적자원개발 측면에서 본다면 학교교육은 과잉, 평생교육은 과소한 나라입니다. 지금 기술변화가 굉장히 빨리 이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직업생명이 길어지는데 학교 교육 이후에 인적자원개발투자를 안 합니다. 당연히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개인의 직업이 불안해지고, 기업과 지역과 국가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학교교육 이후에 어떤 사람도 학습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평생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사회학습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학습망이 잘되면 생산적 사회안전망이 되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투자가 적게 드는 그런 안전망이죠.

비정규 근로자들은 정말로 우리 사회의 아픔입니다. 그러나 일시에 비정규 근로자를 다 정규직 하라면 기업으로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능력개발이라고 봅니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기업에서 인력투자를 안 하고, 개인도 시간이나 돈이 없어 교육을 받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되다보니까 개인의 고용은 계속적으로 불안해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교육훈련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학습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앙이 됩니다. 사람에게서 경쟁력이 나오는 시대에 사람에게 노동의 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없습니다. 이 분야는 국가, 기업, 우리 지역사회가 다같이 힘을 모아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