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정규직화 돼야”
“제대로 된 정규직화 돼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5.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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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다” 지난 10년 동안 인천공항공사의 기본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공사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지난 5월 12일이 기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세계 1등 공항이란 평가 이면에는 인천 공사 공무원의 85.6%가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원 1만여 명이 전부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천공항 내 하청업체별 노조 모여 결성

2008년 11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인천공항지부)가 출범했다. 하청업체별로 조직돼 있던 조합원들이 업체를 상대로 한 교섭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바꿀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인천공항을 상대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이들이 모여 인천공항지역지부를 조직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지부 안에는 14개의 지회 26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있다. 공항 업무는 공항운영, 보안방재, 시설물유지관리, 환경미화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이 중 업무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14개 지회로 세분화됐다. 구체적으로 환경지회, 보안검색지회, 셔틀트레인지회, 탑승교지회, 탑승교설비지회 등이 있다. 1개의 지회 안에는 1개의 용역업체만 있는 곳도 있고, 2~3개의 용역업체가 묶인 곳도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를 예로 들자면, 여객터미널을 담당하는 ‘협성개발’과 교통센터를 담당하는 ‘참좋은환경’ 두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지회조합원이다.

국회·언론 통한 지지여론형성 활동 중심

한재영 인천공항지부 부대변인은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입장은 마땅하고 환영하지만, 한편으론 당황스러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지부가 10년 넘게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규직을 요구했지만, 공사는 어떤 변화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항 내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 파업 등을 할 때 공항공사 직원들은 항상 체증을 하고 업무방해로 고소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공항에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함에도 공사가 그동안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문제에 책임없다며 무시로 일관하던 공항공사는 노조를 대화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노조가 국회와 언론을 상대로 인천공항의 간접고용문제와 부당한 노동현실을 알리는 활동에 초점을 맞춰온 이유다.
인천공항은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한 부대변인은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간접고용 한 노동자는 7,000명을 넘었다. 최근 제2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향후 그 수는 1만 명으로 많아질 것”이라며 “한국항공공사의 간접고용 인력이 3,4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공항공사가 좁은 사업장 안에서 굉장히 많은 간접 고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한국의 공항들은 한국항공공사 산하에 있다.

고용안정 보다 안전한 공항 만들 것

새롭게 정권을 잡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상황은 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목표를 위한 첫 번째 업무 명령이 떨어진 곳이 바로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지부는 자신들의 정규직화 사례가 “전국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간 성공의 척도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인 측면이 있어, 이해당사자인 노사정 모두와 신중하게 접근하고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항 내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로 공사의 재정문제가 불거져 국민들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여론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부정적 여론에 대한 공사의 입장변화가 눈길을 끈다. 공사는 기존에 해오던 말과 달리 노조의 주장을 주요 대응논리로 밝힌다. ‘직접고용으로 공항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면 숙련도가 높아지고 자부심이 생겨서 공항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위한 대책회의기구 조직 

인천공항지부는 지난 5월 20일경 정규직전환과 관련한 대책회의기구를 꾸렸다. 공사의 전향적인 문제해결 의지 표명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이후 진정한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화 후속조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노조 내에서 공감을 얻었다. 현재 15명의 대표자(지부장과 14개 지회장)와 상급단체 공공운수노조 간부 5명 정도가 모였다. 여기에 도움을 줄 노동정책과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도 꾸렸다. 한 부대변인은 “대책회의 구성을 하는 중”이라며 “노조 자체적으로 정책 등의 부분을 논의할 연구진도 고민하고 있어 그 규모는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인천공항이 국가의 경계를 맡고 있고, 안전과 직결된 공공기관”이라며 “공항 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동시에 공항이 어떻게 더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가를 주요 기준으로 두고 정규직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사에서 1만 명을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그 대상을 밝힌 적이 없다. 현장 노동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향후 공사와 정규직화 논의를 할 때 3가지 원칙을 가지고 임할 계획이다. 이어 “첫째 ‘당사자 참여’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비정규직들의 목소리가 담기는 논의가 중요하다. 둘째 ‘고용안정’-‘안전한 공항’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셋째 공항 내 비정규직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최대한 정규직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공항지부는 인천공항공사와 이날 오후 4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한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공사 경영진과 노조의 만남은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이다. 

                                                           

명칭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

박대성

창립일

200811

조합원 수

2,600여 명

상급단체

민주노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