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사랑 실은 자전거가 달려가요!
따르릉~ 사랑 실은 자전거가 달려가요!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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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5형제

중소기업 고충을 온 몸으로 함께
국토대장정 나선 중소기업청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몇 번씩 넘어지고 다쳐 몸에 얼마나 많은 훈장(?)들을 남겼는지 모른다. 몇 미터 가지도 못하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균형을 잡지 못해서 이리저리 갈지자로 비틀거리던 모습들. 혼자서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그 기쁨. 계속 달리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진리까지. 자전거를 배우며 그렇게 우리는 홀로서기 하는 법을 몸에 익혔다.

 그런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대장정을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최병남 사무관을 비롯한 중소기업청 ‘독수리 5형제’, 아니 ‘자전거 5형제’가 그들이다. 그들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자전거로 못 가는 곳이 어딨니? 국토대장정 “도전!”

지난 5월 29일, 중소기업청(청장 이현재)은 도전정신 함양에 의한 업무역량을 높이고 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마련된 이색 프로그램인 ‘나의 혁신도전기’ 발대식을 가졌다. 총 24개팀이 참가했는데, 최병남 사무관을 비롯한 5인으로 구성된 ‘자전거 혁신도전팀’도 그 중 하나다.
 
“이런 거 해보면 어때요?”란 한 직원의 제안으로 자전거를 좋아하는 5명의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이들은 부서도 다르고, 취미활동도 달랐다. 어떤 이는 전직 야구 선수 출신이고, 또 다른 이는 인라인스케이트동호회 회장, 팀리더인 최병남 사무관은 8년 동안 산악회 총무를 맡아왔다. 중소기업청에 근무한다는 점 외에 아무런 인연도 없던 그들은 단지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팀이 됐다.

이들은 도전과제로 ‘국토종단’을 선택했다.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며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종단기간 동안 ‘중소기업 사랑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더불어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종합정보시스템’과 ‘중소기업도우미 전화 SPi 1357’ 홍보도 진행했다.

“자전거 타고 못 가는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는 자연과 더불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환경오염도 없고, 어느 길이든지 자신이 노력한 만큼 갈 수 있기에 그들은 자전거를 선택했다.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다워
“주말에 달리고 나면 오히려 상쾌하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어요.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잠만 자면 그 다음주가 더 피곤하더라고요.”

의미 있는 도전이기에 생색내며 휴가를 내고 도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별도의 휴가를 내지 않고 평소에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를 진행한 후, 남들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첫째 주는 서울에서부터 대전까지, 둘째 주엔 대전에서 대구까지, 셋째 주엔 대구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대장정이 이뤄졌다. 중소기업청 본사는 대전에 있지만 출발은 서울에서부터였다.

“경부고속도로가 가장 먼저 생겼잖습니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도로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부산 바닷가에 도착해 자전거를 바닷물에 담그면 목표달성입니다.”

 이들의 도전에 중소기업청 청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안전상의 문제를 걱정했다. 장장 600km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전거 초보자까지 있으니 걱정할 만도 했다. 하루에 100km를 달려도 몸에 무리가 없기 위해선 단계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4개월에 걸쳐 주행거리를 늘려가며 대청댐 판암 코스를 달리고 속리산을 왕복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 빗속에서 70km를 달리는 훈련도 했다. 훈련과정에서 여직원이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그만 두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자신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리가 아프고 힘들어도 뒤따르는 지원차량에 자전거를 싣지 않았다. 힘들수록 더 힘껏 패달을 밟았다. 도전자들은 이렇게 패달을 밟고 난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맛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뿌리
중소기업청 자전거 혁신도전팀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면서 1번 국도 주변에 위치한 산업단지나 노공단지 등을 방문해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어떤 제도들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홍보했다. 중소기업종합정보시스템(www.spi.go.kr)과 중소기업도우미 ‘SPi 1357’ 이용방법이 수록된 팜플렛을 제작해 나눠주기도 하고, 시청과 군청을 들러 관계자들과 중소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에요. 고용된 인원도 엄청 많죠. 국가경제의 초석이 되는게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대기업도 같이 공생할 수 있는 거지 대기업이 독자적으로 갈 수는 없어요.”

이들이 중소기업청에서 근무하면서 본 중소기업의 현실은 자금난과 인력난, 마케팅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기술개발을 하고서도 제품화가 되지 못해 사장된 기술들, 제품화는 됐지만 마케팅이 안 돼 팔리지 못해 사라진 제품들 등 중소기업은 여러 부분에서 취약했다.

이런 중소기업들을 도우려면 먼저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자전거 혁신도전팀은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고통을 느껴보고 이해하고자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많은 고개를 넘을 때의 온 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에서 산 넘어 산을 넘는 중소기업들의 고통을 조금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자전거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만나게 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빠른 시간 내에 국토를 종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가까이 현장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전거를 탔을 뿐이다.

“함께라서 행복해요!”
도전자 5명 중 2명은 여성이다. 그 중 한 명은 이번에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우게 된 사람. 둘다 운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체력은 다년간 운동해 온 남자 직원들에 비해 떨어졌다. 기록내기가 아니었기에 남자직원들은 여자직원들의 스피드에 보조를 맞췄다. 약자를 선두에 앞세우고 뒤에서 밀어주는 배려를 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그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보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의 자전거5형제가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함께 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5명이 함께 했기에 4개월의 훈련도 즐거웠고, 600km란 거리를 달리는 동안 외롭지 않았다. 곳곳에서 건네는 따뜻한 격려와 배려에 힘든 것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중소기업들이 웃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도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토대장정을 끝내고 자전거 혁신도전팀은 동호회를 발족할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또 중국 청도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듣고 봉사도 하고 싶다고 한다.
중소기업 사랑을 담고 달리는 희망의 자전거,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지금 그 자전거가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자전거 5형제’ 한마디

나는 이래서 자전거 국토대장정에 참여한다!

최병남

- 이번 국토종단을 시작으로 우리 강산의 숨어있는 매력을 찾고 싶어서죠. 이번을 시작으로 정신적·육체적 자신감을 키워 ‘자전거 세계일주’에 도전하고 싶고요.


서호경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국토종단을 통해서 제 자신을 조금이나마 알고 싶었고 제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박선국

-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자동차로도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니 체력적인 부담감, 시간적인 여유, 국도 이용에 따른 위험성 등이 있어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죠. 국토종단이란 개인적인 성취감도 있지만 팀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다는 것은 한 번 도전해 볼 만한 것이라 생각했죠.
쪾이기화 - 하나를 얻게 되면 또 다른 하나를 얻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봅니다. 개인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과 중소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번 국토종단에 참여하게 됐어요.


전영선

-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과제보다 뭔가 특별하고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개인의 도전이 업무와 연관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힘을 북돋아주고, 우리 청의 혁신브랜드인 정책홍보시스템을 알릴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했죠.


나는 소망한다!


최병남

- 가장의 건강은 가정행복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특히 공무원들은 ‘직장의 일과 가족에 봉사’라는 틀에 박혀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자전거 타기에 직장 동료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네요.


서호경

- 절대 포기를 모르는 사람, 무엇이든 계획과 목표가 있는 사람, 그런 멋진 중소기업청 직원이 되었으면 해요. 이번 계기로 내가 먼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새로운 시도에 가치를 두는 것만이 전체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내가 먼저’바꾸는 노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될 거에요.

박선국

- 국토종단이라는 것이 일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것 아니겠어요. 여기서 머물지 않고 계속 달릴 거에요. 중소기업과 함께. 이번 종단을 계기로 개인적인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고도 싶고요.

이기화

- 자신이 원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이번 국토종단을 하면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 때 기쁨과 보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완주때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요.

전영선

- 이번 도전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청의 지원정책이 잘 전달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꾸준하고 규칙적인 라이딩으로 평소의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나빠졌던 건강이 회복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