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공무원 원직복직이 그 시작
해직 공무원 원직복직이 그 시작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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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보다, 국민에 봉사하기 위해
[리포트] 해직공무원을 만나다

법은 늦다. 사회적 필요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 제도적 검토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할 권리에 대한 법이 대표적이다. 2004년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 만들어졌다. 이전까지 공무원들의 노동자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2002년 공무원 노동조합을 만들어 합법화를 요구하던 공무원 3,000여 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해직된 136명은 10년 넘게 복직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해직자복직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원직복직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이하 회복투) 해직 공무원들을 만났다.

다시 노숙농성 나선 136명 해직자

회복투 해직 공무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번에는 여의도 국회 근처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입구 옆 인도 한 편에 텐트를 설치했다. 회복투 소속 110명의 해직공무원들이 11개 조로 나뉘어 3박 4일씩 돌아가며 지난 4월 4일부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2010년과 2011년, 2016년에도 여의도와 서울정부청사 일대에서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중앙행정기관과 법원에 소속돼 있다가 해고된 분들도 있지만 다수는 기초자치단체에 있다가 해고된 사람들이다.” 회복투에는 해고된 136명의 공무원이 있다. 이들은 직능별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법원공무원으로 나뉘지만, 회복투 안에서는 지역에 따른 9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보이지 않는 심적 고통 현재진행형

“학교에서 아빠 직업을 써 내라고 할 때마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공무원인데 공무원이라고 써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고를 당할 당시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엔 너무 어렸다.” 김정수 서울 회복투 위원장은 서울 송파구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4년 해고를 당했다. 애써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그동안 그가 아버지로서 겪었을 심리적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자녀들은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됐다. 그가 느끼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만 간다. 그는 “사돈을 만나 인사를 건넬 때, 내 처지를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다”며 “잘못된 해고를 바로 잡아 명예를 회복하고 자식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고광식 중앙 회복투 위원장은 자신의 동료들이 과거보다 높은 직급에 오른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면 씁쓸하다고도 했다. “공무원은 계급사회이다. 연차가 쌓이면, 호봉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급도 높아진다. 공무원 일을 시작했던 부평구청에 가면 함께 일했던 동기가 어느 직위까지 올랐는지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136명 대부분은 연금수령 기준 20년 근무를 채우지 못하고 바로 코 앞 에서 해직을 당해 연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해고당하지 않았으면 진급해 월급뿐만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연금도 많았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이 같은 금전적인 손해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해고 이유, 근무지이탈과 집단행동금지

해직 공무원들 징계 사유는 여러 가지다. 2002년 3월 23일 법외 노조로 공무원 노조를 결성하고, 2004년까지 공무원 노조 합법화를 요구한 활동이 빌미가 됐다. 현장 공무원들이 ‘공무원도 노동자다, 기본권인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무렵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무원들의 노동조합은 공무원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2004년 총파업으로 많은 공무원이 해직됐다”며 “3,000여 명이 징계를 받았고, 이 중 456명은 해임이나 파면과 같은 배제징계 처분을 당했다”고 말했다. 해고의 주된 사유는 실정법 위반이었다. ‘근무지 이탈’과 공무원법에 따른 ‘집단행동금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4시간 자리를 비웠는데 해고를 당한 사례도 나왔다. 이후 340여 명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직으로 징계가 낮춰져 일터로 복귀했다. 나머지 136명은 대법원 마지막 판결까지 패해 파면, 해임자로 남았다.

“정부, 국민의 공무원 태동 두려웠던 것”

“표면적으로는 실정법 위반으로 해직됐지만, 진짜 문제가 된 것은 ‘정권의 공무원이냐, 국민의 공무원이냐’였다.” 고광식 중앙 회복투 위원장의 말이다. 이어 “공무원은 뇌물 수수 외에 해고되는 일이 없다. 하루 이틀 총파업, 결근했다고 자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고, 견책을 받거나 감봉, 정직 등이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징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을 위해 활동하는 공무원 노조의 태동 세력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과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과거 공무원은 정권을 위한 공무원이었다. 투표를 하면 집권 여당을 찍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죄 짓는 분위기가 공무원 사회에 있었다. 정권을 이어가는 최후의 보루가 공무원들이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공공의 이익, 국민을 위한 행정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 권력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 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직사회 내에서 권력자들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필요성이 커졌는데 공무원 노조가 바로 그 틀”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관료”라며 “이들은 노조 안에서 비로소 참 행정을 위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해직된 공무원들의 복직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사무처장으로, 2002년 공무원 노조 출범을 총괄했다. 그 과정에서 두 번 구속되고 형사 처벌까지 받았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를 결성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당해고 원상회복시킬 특별법 제정해야

현행법 상 해직된 공무원들을 해고될 당시의 자리로 그대로 돌려놓기는 어렵다. 신규채용을 하거나 특별채용을 통해 계약직으로 복직시키는 정도만 가능하다. 해직된 공무원들이 해직자원직복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잘못된 징계이기 때문에 해고자체가 무효이다. 부당한 해고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나서서 보상해야한다.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동안 해직공무원들의 임금손실과 경력단절, 연금 손실 등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정당한 활동을 하다가 해고됐기 때문에 단순히 직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국가가 해직공무원들의 원상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4년 공무원 노조법이 만들어졌다. 법적으로 공무원을 노동자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현장 공무원들의 투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요구하며 맞서다 해고당한 이들을 복귀시켜야 한다. 2004년 법으로 노동자로서 공무원의 권리를 인정받았음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회복투 공무원들은 10년 넘게 정부를 향해 지난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정년나이 돼 복직 불가능해진 12명

복직을 요구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특별법 제정과 상관없이 복직이 영영 불가능한 이들도 생겼다. 공무원 정년인 만 60세를 넘긴 경우이다. 1955년생 5명과, 1956년생 6명은 재작년과 작년 각각 60세를 넘겼다. 복직이 안 된 채 정년을 맞은 해직공무원은 벌써 12명이다. 올해 60세가 되는 이들은 1957년생으로 회복투 안에 4명이 있다.

공무원노조는 60세 이상이 되면 규약에 따라 더 이상 조합원으로서 활동할 수 없다. 공무원노조가 지난 대선기간 유력 야권 후보들을 만나 해직공무원 원직복직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한 이유다. 공무원노조의 회복투도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들을 위한 내용을 특별법에 담을 순 없을까. 하지만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회복투가 주장하는 특별법에 정년이 된 해직자들에게 보상하는 내용을 한꺼번에 담기는 어렵다”며 “특별법과 분리하고 정부와 별도의 교섭 등을 통해 그분들을 위한 보상을 추가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도 2020년이면 만 60세이다. 그에게도 불과 3년 남짓의 기간만 남은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 바로 복직이 결정돼도, 절차와 과정이 있어 즉각적으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복직이 되도 1년 정도밖에 일하지 못한다”면서도 “하루밖에 일하지 못한다고 해도, 당당하게 현장으로 복귀해서 정년퇴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원직복직의 해 될까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때”인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될 때.”

농성장에서 만난 해직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고 위원장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대도 해결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로부터 회복투 요구안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그것이 실현되려면 강제하고 견제하는 우리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숱한 정치인들이 선거기간 했던 말과 이후 당선된 이후 모습이 달랐다며, 대선 이후에도 해직자원직복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 법안

-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2017.01.24.)

가. 이 법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활동과 관련 하여 해직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복직 및 명예회복을 위한 관련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공직사회의 개혁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해직공무원 및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복직과 명예회복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해직공무원등 복직 및 명예 회복 심의위원회를 둠(안 제3조).

다. 해직공무원등으로 판정을 받으려는 사람은 이 법 시행일부터 3개월 이내에 서면으로 위원회 에 신청하도록 함(안 제5조).

라. 임용권자는 해직공무원등을 특별채용하거나 징계처분 등의 취소와 기록말소를 하도록 함(안 제11조).

한편 지난 1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복투의 요구안이 반영된 해직공무원 복직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앞선 18, 19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특별법 마련됐지만, 모두 회기 마감으로 자동폐기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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