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센로지스틱스 노조탄압 행태 제동장치 없다?!
유센로지스틱스 노조탄압 행태 제동장치 없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6.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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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악화일로 파업 70일 넘어 장기화
[리포트] 유센지부 노사갈등

일본계 수출입주선업 물류기업인 유센로지스틱스코리아(이하 유센) 노사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 1월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이어, 4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도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고도 무시로 일관하는 유센의 행태에 노동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 파업에 돌입한 지도 어느덧 70일을 넘어섰다.

동시에 노동위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노사 간의 분쟁을 빠르고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숱하게 반복돼 왔다. 그렇다면 회사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기업에 비해 자본도 맞설 시간도 부족한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어딘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유센지부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바로 한국 노동정책의 후진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회사 설립 초기 관리자급 직원 중심 ‘유센지부’

2002년 11월 유센이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창립된 후, 이듬해 2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약 50여 명의 임직원과 20억 원의 일본 자금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약 180명의 임직원과 7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하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유센지부는 2014년 5월 출범했다. 부장과 센터장, 소장, 팀장 등 중간직급 직원이 7명이 중심이 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모두 회사가 만들어질 때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초창기 멤버들이다. 노조 없이도 10년 가까이 회사를 잘 다녔지만, 이들이 노조를 만든 건 ‘이대로 둬선 회사를 망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낙하산 인사와 1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 등 회사 내부에서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선호 유센지부 부지부장은 “2013년 4월 대한항공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회사 임원으로 오더니, 독선과 독단을 일삼았다. 직원들에게 무조건 복종하라는 식이었다”며 “그는 외부에서 지인을 데려다 회사의 핵심 요직에 앉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직원들이 문제 삼자, 회사는 직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다시 직원들이 목소리를 냈고, 회사의 압박은 더 심해졌다. 이 같은 갈등이 이어진 1년 동안 회사 내에서는 임원 불륜사건, 불법파견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사 대화 종착점 ‘중재위원회’

노사가 테이블에 앉아 교섭을 할 때마다 부딪쳤다. 통상 서로 신뢰를 가지고 열심히 하자는 정도의 기본 협약을 맺는 단계이지만, 1차 교섭부터 녹록치 않았다. 처음으로 노동위원회를 갔다. 부분 파업을 거친 끝에 2015년 1월 첫 단협을 체결했다.

이후 회사와 교섭의 끝은 항상 중재 기관이었다. 2016년 4월, 정기 인사를 통해 사측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하는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성혁기 유센지부 지부장은 “그동안 비밀리에 시행하였던 노조 탄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때”라고 설명한다. 노조가 이에 반발해 같은 해 7월 임금교섭 자리에서 불평등한 인사에 항의하며 파업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사측은 ‘인사의 불합리한 부분을 인정한다’는 식의 문구를 조정안에 넣음으로써 잘못을 인정하고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중노위, 유센 전보발령 부당노동행위 판정

회사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음은 이내 드러났다. 유센은 조정 합의를 통해 노조의 파업권을 무력화 시킨 지 2주 만에 노조 핵심 간부 7명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따지는 민사소송을 몰래 제기했다. 이와 함께 현직 부지부장과 사무장, 대의원, 전임 집행부 부지부장, 회계감사 5명을 비정규 인사발령을 통해 조합원들과의 교류를 할 수 없게 전환 배치했다. 팀을 신설해 전보조치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1명을 제외한 4명은 조합원이 없는 부서로 발령 낸 것이다.

유센지부 단협에 따르면 노조 간부급의 인사 발령은 사전에 노조와 합의해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성 지부장은 “사측은 노조와의 면담에서 3년 내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보전환 조치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이미 결정났으니 따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노조 간부를 겨냥한 인사조치에 반발해 최근 여의도동에 있던 회사가 상암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199일 동안 회사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노조는 5명에 대한 회사의 전보발령의 문제를 따지기 위해 지노위의 조정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민사소송으로 넘어가 장기화되는 노사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ㆍ사ㆍ공익 3자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이다. 지난 1월 지노위는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임을 인정한다’며 유센이 부당전보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했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항소했다. 이를 받아 두 달 동안 재심사를 한 중노위도 지난 4월 27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유센은 중노위의 판정 후 판결문이 작성돼 발송될 때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핑계 삼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센지부는 회사의 태도에 대해 “국가기관의 조정을 기만하고 대한민국 법을 악용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7일 인천공항에서의 현장 파업을 시작으로 회사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이며, 사측에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사과 시정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유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일 동안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지난 5월 19일 유센지부 조합원들이 회사 출입구 앞에서 출근농성을 하고 있다.

조합원 자격 문제 삼는 회사 ‘부당행위’

노사 관계의 또 하나의 걸림돌은 ‘조합원의 자격’을 둘러싼 공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측은 조합원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 작년 8월 ‘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 위원장은 “예정대로라면 해당 판결은 그해 11월 났어야 하지만, 정작 소를 제기한 회사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시간을 끌고 있다”며 “동시에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포함돼 있어 노조와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해태하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일방적으로 문제라고 주장하는 조합원의 자격이 회사가 노조와 교섭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직급이 높아 사용자성을 띠는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어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센지부가 회사와 맺었던 단협 제5조(조합원의 자격과 가입)에는 조합원의 가입 범위에 대해 ‘노동관련법’에 따른다고 명시해뒀다. 하지만 회사는 노사 대립이 첨예해진 지난 3월 일방적으로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성 지부장은 “2월 쟁의권을 얻어 조합원들의 투표도 끝냈지만, 회사와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회사가 일관되게 노조를 탄압하며 파업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유센지부는 단협해지 통보에 반발하며 같은 달 17일 현장파업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파업으로 인해 지체되는 수입 물류작업 공백을 하나로TNS에 사실상 하도급 형태로 일감을 넘겨줬다”며 “노조법의 대체근로 금지를 피하고자 교묘한 꾀를 낸 것이지만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위법 행위를 밝혀달라고 고소한 상황이다.

박용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자격은 그로 인해 자주성이 훼손됐는가 아닌가가 핵심”이라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용자성 조합원은 사용자와 부합해 회사의 논리대로 움직여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 조합원의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결정해야할 사안”이라며 “유센의 경우처럼 회사가 조합원의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개월만의 교섭서 노-사 평행선

파업 70일째 되던 지난 5월 18일 노사는 4개월 만에 교섭을 재개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사측에 몇 차례 면담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고, 노조와 대화할 것을 압박한 결과였다. 하지만 노사의 주장은 서로 평행선만 달렸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새로 맺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단협해지 철회 ▲부당노동행위 인정과 시정 ▲부당노동행위로 유센지부 조합원의 파업을 초래한 것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성 지부장은 “노동조합의 존폐와 관련되는 것을 중점으로 요구했다”며 “이 외에도 문제가 된 회사의 크고 작은 불법은 많았지만, 노조가 살아남아야 다른 문제들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여섯 가지를 수정할 것을 주장했다. 제4조(단체협약에서 정한 근로조건 저하 금지)에서 저하시켜선 안 되는 기준인 ‘단체협약 체결로 기존에 확보된 조합활동 권리와 기존 근로조건’에서 ‘조합활동 권리’를 뺐다. 조합원의 자격과 가입을 정한 제5조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조건을 달았다. ▲관리직에 해당하는 자 ▲인사, 노무, 비서 등 총무 업무 담당자 ▲전산업무 담당자 ▲경리업무 담당자로서 재무, 회계 담당자 등이다.

2015년 단체협약

제34조 (부당징계와 해고) 징계에 의한 해고 등 불이익을 당한 조합원이, 노동위원회,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부당해고 등의 확정판정을 받았을 때 회사는 다음의 조치를 취하여야한다.

① 부당징계의 판정서 또는 결정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징계를 무효 처분한다.

② 징계로 인해 출근하지 못한 기간의 임금에 대해서는 출근 시 당연히 받았을 임금은 물론 통상임금의 50%를 추가하여 가산 보상해야하며, 소송 등에 수반된 제 경비를 즉시 지급해야한다.

③ 회사가 해당 기관의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초심결정에 따라 7일 이내에 즉시 복직시켜야 하며, 1호, 2호의 사항을 시행하여야한다.

④ 관련 행위자는 확정 판정 후 15일 이내에 징계 위원회를 열어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해야한다.

제34조(부당징계와 해고)의 ‘②부당징계로 인해 출근하지 못한 기간의 임금에 대해 기본임금은 물론 통상임금의 50%를 추가해 가산 보상’ 항목에서 ‘통상임금의 50%를 추가해 가산 보상’항목을 뺐다. 또 노조가 회사의 부당징계와 해고를 견제하기 위해 포함시켜놨던 ‘③노동위원회,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 즉시 7일 이내 복직시킨다’와 ‘④부당징계와 해고 관련 행위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이상의 중징계를 해야한다’는 항목의 삭제를 요청했다.

유센지부는 “4년 만에 계장을 달고 월례회의에 참여하는 직원도 있다”며 “회사가 말하는 관리직 등 제한조건을 달면 노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어렵게 마주한 노사는 두 시간 어떤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다. 이날 회사는 중노위 판정문이 발송되는 시점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할 뜻도 있음을 밝혔다.

“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 유명무실”

유센지부는 부당한 노동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은 100건 중에 고작 5건밖에 안 된다”며 “국가 중재기관인 지노위, 중노위에서 그 어렵다는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지만 문제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국가 중재기관이라고 해도 문제를 바로 잡을 여지를 제공하거나 노동부와 연계된 강력한 근로감독 등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모든 지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 지부장은 최근 교섭에서 5명의 사측교섭대표 중 한 사람과 갑작스럽게 교체돼 들어온 신재리 한양노무법인 노무사의 이력을 보고 또 한 번 좌절했다. 신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서기관을 비롯해 서울고용노동청 근로감독과장, 중앙노동위원회 조사관 경력이 있다. 마침 노동부가 주선한 해당 교섭은 애초에 서울서부지청에서 근로감독관이 배석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교섭 하루 전날 장소사용이 어렵고 참관하려던 근로감독관 또한 일정이 꼬여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성 지부장은 “별개의 두 사실만 있을 뿐 연관성을 증명할 순 없지만, 전관예우와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강하게 한다”며 “국가 중재 기관의 판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돈으로 중무장한 기업은 노동자를 탄압하면서도 모든 길을 통해 제 살길을 찾고 있다. 노동자는 맞설 상대조차 못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16일 서울 상암동 유센로지스틱스 본사 앞에서 유센지부 조합원들이 회사의 노조탄압 행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막무가내형 사용자 제동장치 없다

“일단 중재기관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돼도 강제력은 없다. 판정이 떨어지면 판정문을 가지고 노동부에 사용자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용자가 이런 처벌을 받더라도 개의치 않는 범법자형 사용자이면 효력이 없다.”

유성규 노무사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중재기관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맹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민사소송 등을 통해 추가로 사용자를 압박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와 같은 처벌의 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돈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유 노무사는 일본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따른 처벌조항이 전혀 없지만,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된다는 점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가진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행정당국이나 시민단체들은 부도덕한 집단과 기업에 대해 용인하지 않고 관급 공사와 같은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등의 제한을 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회적인 견제시스템의 작동은 한국사회에서 전무한 실정이다. 그는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의 형태로 처벌을 강화해 교훈을 주는 판결을 내리는 시스템도 고민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유센지부 문제해결 위해 상급단체 나서

민주노총 공공항만운송본부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유센지부 조합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투쟁채권 발의를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 5월 16일 임시대의원대회와 전국확대간부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조합원 임금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생계비 지급 계획도 논의했다. 여기에 민주노총도 함께 나섰다. 이로써 민주노총 각 단위 조직에서는 회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 유센지부에 투쟁 기금을 지원하게 된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유센지부 투쟁에 대해 “민주노총 차원으로 전선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노동자들이 자본의 힘에 밀려 투쟁을 멈추면 저들은 숨쉴 수도 없는 직장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급단체의 지원을 약속 받은 유센지부는 목표투쟁기금이 예상대로 모아지면 이중 일부금액을 사용해 일본 본사로 원정 투쟁도 구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