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자본시장 발 못 들이게 해 달라
기업사냥꾼 자본시장 발 못 들이게 해 달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6.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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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최규선 경영권 박탈해야
[미니인터뷰] 김주훈 썬코어노동조합 위원장

기업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고 재산을 불리는 사람들, 이들을 흔히 기업사냥꾼이라고 부른다. 기업사냥꾼들은 주식시장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기업을 하나씩 먹어치운다. 회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으려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상장기업은 그 나름대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곳들이다. 즉 알맹이를 갖춘 기업들이다. 기업사냥꾼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침투해 알맹이를 빼먹고 쏙 빠져나간다. 껍데기만 남은 기업은 더 이상의 존속 가치를 잃게 된다. 그래서 기업사냥꾼을 ‘시장교란자’, ‘약탈자’라고 부른다. 건실하던 기업이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공장 가동 중단과 관련해 노동조합에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최규선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자금이 없어서 소재를 구입할 수 없다 보니 공장이 서 있고, 거래처도 다른 곳으로 다 빠져나갔다. 회사가 살 수 있는 길은 기업회생 밖에 없다고 본다. 최규선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세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자기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주들이 총회를 열어 최규선을 해임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채권단을 통해 경영권을 박탈하는 방법이다. 앞의 두 가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규선이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고, 2만 3천 명의 주주들에게 일일이 위임장을 받을 수도 없다.

결국 채권단 밖에 없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회사에 대한 모든 권한이 채권단으로 넘어간다. 최규선으로부터 경영권을 박탈하고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화성지점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산업은행이 채권단이 될 거다. 화성지점에서 본점으로 서류가 넘어갈 예정이고, 기간이 2주 정도 걸릴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산업은행 본점에다 최규선에 대한 조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딱 하나의 방법이다.

최규선 씨가 루보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가 신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노동조합에서는 전혀 의심을 안 했었나?

최규선은 김대중 정권 때부터 이력이 화려한 사람이다. 노동조합에서도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앞으로 이 사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 이상으로 달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최규선이 처음부터 대표이사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뒤에 최규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서 신사업 프로젝트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왔다.

최규선은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사안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유엔 기후협약, 온실가스, 탄소배출권 얘기가 나오고 대체에너지가 부각됐다. 그러면서 최규선이 전기차 사업을 언급했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의 테러가 문제시되면서 무인경비 사업도 말이 나왔다. 사우디 왕족 중에 알 왈리드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킹덤그룹은 시티은행 실질적인 최대주주이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기업이다. 최규선이 알 왈리드와 20년 정도 친분이 있어서 킹덤그룹과 신사업을 계속 엮었다. 실제 이 사람이 방한도 했다. 의심은 했지만 기다려 보라고만 해서 1년 이상 믿고 왔다. 알고 보니 뜬구름만 잡는 얘기였다. 작년 말부터 일감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생산을 재개하는 게 우선 필요할 텐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야 하나?

지금처럼 물대도 못 주고 있어서 생산이 중단된 상황을 해결하려면 결국 긴급 자금이 들어와 줘야 한다. 재료비와 운영비가 확보되면 우리가 생산할 수 있으니 거래처를 찾아다니면서 물량을 달라고 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단순히 기업에 돈을 빌려줄 뿐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도 진행하지 않나. 우리는 산업은행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당장 20억 정도만 투자가 된다면 공장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이 방면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업사냥꾼들로부터 어떻게 기업을 보호할 수 있을까?

사리사욕을 채우기보다는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경영자로 와야 한다. 흔히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주식을 가진 사람이 회사의 주인이다. 현실은 말이 좋아 주주이지 투자자들은 시세차익만 보고 가려고 한다. 금융감독원 같은 데서 기업사냥꾼을 1차적으로 걸러줘야 한다. 그리고 기업 경영에 직원들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 특정인 때문에 다수가 손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기업사냥꾼들을 엄벌해야 한다. 일만 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생겼는데 구제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피해를 입은 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