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거스르는 은행권, 충돌의 신호탄?
대세 거스르는 은행권, 충돌의 신호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06.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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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생산성에 고임금...성과연봉제 도입 효과 없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성과연봉제 도입 ‘종용’의 다음 타깃은 금융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주요 금융 사업장마다 제도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에 분주했던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영구 회장發 ‘말 폭탄’

새 정부 출범 이후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5월 29일 국민인수위원회에 제안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에서 “호봉제 폐지, 직무급제 도입, 성과연봉제 도입 등 3단계 방안을 통해 임금유연성으로 높여서 피라미드형 임금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직접적인 파트너 격인 금융노조는 이튿날 하 회장을 항의방문하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하영구 회장은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반복해 드러냈다. 다만, 이는 노사합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교섭 당사자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와해된 이후 아직까지 복원이 안 되고 있는데, 대화와 교섭을 위한 틀 자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정부와 언론에 개인의 소신에 불과한 내용을 어필하고 다니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굳이 하라 말라 강요하는 이유는?

사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사업장에 성과주의 문화나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비단 이번 성과연봉제 건만이 아니다. 금융노조는 산하 9개 은행 지부를 중심으로 TFT를 꾸리고 지난 5월 31일까지 ▲은행별 KPI 평가체계 ▲캠페인 및 프로모션 추진 실태 ▲노마진과 역마진 등 무수익 영업실태 ▲최근 3년간 경영목표 및 달성률 등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6월 26일부터 7월 14일까지 3주 동안 17개 은행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요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낮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다는 내용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본적인 전제에 동의하지만, 과연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권의 낮은 수익률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면, 순수한 민간은행이나 외국은행들은 이미 다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은행 간 경쟁이 아닌 담합 비슷한 상황이 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아무리 성과연봉제를 하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은행들이 제도 도입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니, 굳이 하라 말라 강요할 이유가 없단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이 일반적으로 임원급의 보수가 천문학적으로 높다”며 “성과연봉제와 같은 제도 도입은 예금주나 대출자에게 큰 부담을 끼치며 폭리를 취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률이 낮다고 보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다.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익성을 최우선시 했던 투자은행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은 민간이라고 해도 공공기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